설교 본문 : 마태복음 5:43-48

설교 제목 : 원수를 사랑할 수 있나요?

서 론

오늘은 제가 겪었던 조금은 힘든 이야기로 시작해 보려고 합니다.

지금으로부터 3년전쯤인 2020년 8월 교단 본부의 결정으로 갑작스럽게

선교지 이동을 하게 되었습니다. 그래서 쌍트를 떠나 러시아의 동쪽 도시인

“아르쫌”이라는 지역으로 갔습니다.

기도하며 집을 구하던 중 좀 비싸긴 하지만 거주등록을 해준다는 주인을

만나서 이사를 했습니다. 그러던 어느 날 “새벽 1시 15분” 갑자기 핸드폰이 울려서 잠이 깼습니다. 핸드폰 화면에는 집주인의 번호가 떠 있었습니다.

그런데 웬 낯선 남자의 목소리가 들려왔습니다. 누구냐고 물어보니 집주인

남편이라고 했습니다. 그리고는 자신의 아파트에서 지금 당장 짐을 싸서

떠나라고 했습니다.

그 이유는 외국인이 자신의 아파트에 사는 것도, 외국인이 러시아에 사는

것도 싫기 때문이라는 것입니다. 만약 당장 나가지 않으면 당장 집으로

찾아 와서 문을 열고 우리 가족들 모두를 쫓아낼 거라고 엄포를 놓았습니다.

그래서 저는 그에게 계약서도 있고, 돈도 지불했고 문제가 없다고 말했는데도 그는 다 필요 없고 당장 떠나라고 반복적으로 말했습니다. 그래서 일단 그를 진정시키고 아침에 다시 이야기하자고 힘들게 설득한 후 전화를 끊었습니다.

그런데 그 때부터 갑자기 저의 머리부터 발끝까지 심한 경련이 시작되었습니다. 약 1-2시간 정도 후에 경련이 멈추었습니다. 그렇게 밤을 지새운 후 이른 아침에 집주인 부인에게 연락했더니 남편이 큰 실수를 한 것 같다고

미안하다고 사과를 했습니다.

그로부터 일주일 후, 올 사람이 없는데 아침 8시에 갑자기 집의 벨이

울렸습니다. 나가보니 경찰이 와 있었습니다. 경찰이 말하기를 집주인 남편의 신고로 확인차 왔다는 것입니다.

그 내용인즉 우리가 비자도 없고, 아파트계약서도 없고, 이단사이비 종교에 소속된 사람들이라는 것이었습니다. 그래서 경찰은 우리의 모든 서류를

확인 후 아무 문제가 없다고 하며 돌아갔습니다.

그런데 경찰이 돌아간 후부터 또다시 머리부터 발끝까지 경련이 시작되었습니다. 약 1시간 정도 후에 경련이 멈추었습니다. 집주인에게 연락하니 또 다시 사과를 했습니다.

그러나 한 달 후 저희 가족들은 한국으로 철수했습니다.

그리고 저는 정신과에서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 판정을 받아 병가를 내고

1년간 한국에서 정신과 치료를 받게 되었습니다.

아르쫌에서의 집주인 남편은 본 적도 없고 단지 핸드폰을 통해서 목소리만 들었을 뿐입니다. 그런데도 그는 저에게 있어서 너무나도 큰 원수입니다.

왜냐하면 그는 제 삶의 일부를 망쳐놓았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지금까지도

저에게 정신적으로 큰 피해를 주고 있기 때문입니다.

예를 들어서 그 사건 후 약 1년간 저는 잠을 잘 수가 없었습니다. 제 의지와 상관없이 새벽 1시 15분이 되면 자동적으로 눈이 떠지고 경련이 일어났기

때문입니다.

또한 신경이 예민해져서 특별히 가족들과 사소한 일로도 많이 부딪쳤습니다. 때로는 자살 충동을 느낄 때도 있었습니다. 또한 약 1년간 가족 이외의

사람들을 만날 수 없었습니다.

여러 사람들에게는 정신력이 나약하고 부족한 목사요 선교사로 낙인까지

찍혔습니다. 지금까지도 양은 많이 줄었지만 정신과 약을 먹고 있습니다.

제가 어떻게 이러한 원수를 사랑할 수 있겠습니까? 제가 목사요 선교사지만 솔직히 저도 사람인지라 원수를 사랑할 수 없습니다.

본 론

그런데 오늘 본문 가운데 예수님께서는 원수를 사랑하라고 말씀하십니다.

심지어 그를 위해서 기도하라고 말씀하십니다.

마태복음 5장 44절입니다.

“그러나 나는 너희에게 말한다. 너희 원수를 사랑하고, 너희를 박해하는

사람을 위하여 기도하여라.”

이게 가능할까요? 저에게는 개인적으로 참 어려운 말씀입니다.

그런데 놀랍게도 하나님께서 우리에게 선물로 주신 성경에는 이러한

원수까지도 사랑한 하나님의 사람들의 이야기가 나옵니다. 그 중에서 한 가지 이야기를 함께 살펴보고자 합니다.

신약성경 중에서 빌레몬서로 가 보도록 하겠습니다.

빌레몬서는 사도 바울이 로마 감옥에 갇혀 있을 때 작성한 세 편의

옥중서신서 중 하나입니다. 여기에서의 등장인물은 총 4명 즉 사도 바울,

두기고, 빌레몬, 오네시모입니다.

그 주된 내용은 사도 바울이 골로새 지역의 부자였던 주인 빌레몬에게, 그를 몰래 떠나 도망쳤던 노예 오네시모를 하나님 안에서 한 형제요 동역자로

받아줄 것을 부탁한 내용입니다.

한마디로 정리하면, 빌레몬서는 예수를 믿는 바울이, 예수를 믿는 빌레몬에게, 예수를 믿는 오네시모를 용서하고 형제로 받아달라고 쓴 편지입니다.

빌레몬서 말씀을 통해서 우리는 주인 빌레몬과 도망나온 노예 오네시모의

상황을 추측해 볼 수 있습니다.

빌레몬서 1장 1절과 2절 말씀입니다.

“그리스도 예수 때문에 감옥에 갇힌 나 바울과 형제 디모데가, 우리의

사랑하는 동역자 빌레몬과 자매 압비아와 우리의 전우인 아킵보와 그대의

집에 모이는 교회에, 이 편지를 씁니다.”

여기에서 알 수 있듯이 주인 빌레몬은 사도 바울의 동역자이며, 그는 자신의 집을 예배 처소로 즉 교회로 사용할 수 있도록 제공한 믿음의 사람이었습니다. 어떻게 이러한 믿음의 사람이 되었을까요?

빌레몬서 1장 19절입니다.

“나 바울이 친필로 이것을 씁니다. 내가 그것을 갚아 주겠습니다. 그대가

오늘의 그대가 된 것이 나에게 빚진 것이라는 사실을 나는 굳이 말하지

않겠습니다.”

이 구절을 통해서 알 수 있듯이 주인 빌레몬은 사도 바울을 통해서 복음을 듣고 구원받은 사람이었습니다. 즉 빌레몬은 사도 바울이 3차 전도여행 중

에베소에 머물면서 그 곳에 있던 두란노 서원에서 2년간 집중적으로 길러낸 제자들 중 하나였습니다.

그래서 부자 빌레몬은 제자가 된 후 고향인 골로새에 돌아와서 자신의 집을 예배 처소로 제공한 믿음의 사람으로 살아갈 수 있었던 것입니다. 그런데 이런 빌레몬의 집에서 일하던 노예 오네시모가 어느 날 말도 없이 주인 빌레몬의 돈을 가지고 도망친 것입니다.

이 사건으로 부자 빌레몬은 재정과 노동력 그리고 그의 명성까지도 타격을 입게 되었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사도 바울은 편지 한 장을 그의 동역자

두기고의 손에 들려 노예 오네시모를 그의 주인이었던 빌레몬에게 돌려 보낸 것입니다. 이 편지가 바로 사도 바울이 쓴 빌레몬서입니다.

노예 오네시모의 입장에서는 죽음을 무릅쓰고 주인 빌레몬에게 간 것입니다. 왜냐하면 당시의 법에 따르면 도망나온 노예가 잡혀서 주인에게 가게 되면

주인이 그를 죽일지라도 아무런 죄가 없었기 때문입니다. 즉 당시 노예들의

목숨은 마치 동물들과 같았음을 알 수 있습니다.

이해를 돕기 위해서 그 당시 실제로 있었던 일을 한 가지 말씀드리겠습니다.

사도 바울이, 도망친 노예 오네시모를 로마 셋집에서 만나기 4년여 전에

있었던 끔찍한 일인 세쿤두스 사건입니다.

A.D.61년 네로 황제 때 로마의 행정장관 루키우스 페다니우스 세쿤두스가

원한을 품은 한 노예에게 살해당합니다. 당시 로마의 관습법에 따라

세쿤두스의 모든 노예들 심지어 부녀자와 어린아이들까지 포함한 400여명이 처형될 위기에 처하게 됩니다.

그러자 살해와 관계없는 400여명의 노예 처형에 대해 로마 사회에서 반대

여론이 형성되고, 반대 시위까지 벌어지게 됩니다. 그러나 네로 황제 주도의 원로원 회의에서는 400여명 모두의 처형을 결정하고 그 노예들은 결국 모두

처형당하게 됩니다.

이 사건을 통해서 볼 수 있듯이 당시 로마 사회에서 노예들의 목숨은

그 누구에게도 보호받을 수 없는 목숨이었습니다. 특별히 한 명의 노예로

인해서 로마 정부가 피해를 보게 되자 황제가 주도한 원로원에서조차

400여명의 죄없는 노예들까지 처형하는 결정을 내렸던 것입니다.

다시 주인 빌레몬과 노예 오네시모의 이야기로 돌아가 보겠습니다.

지금 현재 상황은 긴장이 최고조에 오른 긴박한 상황입니다.

상상해 보시기 바랍니다. 주인 빌레몬 앞에 주인의 돈을 훔쳐 도망갔던 노예 오네시모가 서 있습니다. 그리고 사도 바울의 편지인 빌레몬서를 들고 있는

두기고가 함께 서 있습니다.

주인 빌레몬에게 노예 오네시모는 원수와도 같은 존재일 수 밖에 없습니다. 과연 주인 빌레몬의 선택은 무엇이었을까요?

아쉽게도 빌레몬서는 그 결론을 말해주지 않고 있습니다. 과연 주인 빌레몬은 원수였던 노예 오네시모를 사랑할 수 있었을까요?

궁금하지 않으신가요?

저는 너무나 궁금해서 여러 가지 자료들을 찾아보았습니다. 그리고 빌레몬의 선택이 무엇인지 알게 되었습니다.

기독교 초기전승에 의하면, 빌레몬은 골로새교회의 감독 또는 평신도

지도자로 봉사하다가 A.D.64년경 로마 네로 황제의 기독교 탄압 때 온 가족이 돌에 맞아서 순교했다고 합니다.

그리고 초대 교회사에 안디옥교회의 감독 이그나티우스의 편지를 보면

훗날에 오네시모가 에베소 교회의 감독이 된 사실을 기록하면서 “선한 성품의

감독 오네시모를 얻은 것을 너희의 복으로 여기라”고 되어 있습니다.

그리고 전설에 의하면, 오네시모는 A.D.109년에 순교당했다고 합니다.

이 두 가지 사실을 종합해 볼 때, 주인 빌레몬은 자신에게 큰 피해를 끼치고

도망간 노예 오네시모 즉 원수를 사랑했다는 결론을 내릴 수 있습니다.

이 사건은 만들어낸 허구의 이야기가 아니라 실제로 역사 속에서 일어났던

진짜 사건입니다. 이것을 통해서 우리는 새로운 사실을 배우게 됩니다. 그것은 아무리 나에게 큰 피해를 끼친 원수라도 사랑해야 하고 사랑할 수 있다는 것입니다.

결 론

저는 오늘 설교 초반에 원수를 사랑할 수 없다고 말씀드렸습니다. 그런데

우리가 함께 살펴본 것처럼 하나님의 말씀인 성경에서는 원수를 사랑할 수

있다고 말하고 있습니다. 그렇다면 과연 어떻게 이것이 가능할까요?

저는 말씀을 준비하면서 많은 묵상과 기도 그리고 여러 자료들을 찾아보면서 삼위일체되신 하나님, 예수님, 성령님의 우리를 향한 관점에서 결론을 내려

보았습니다.

첫 번째는 새로운 눈으로 바라볼 때 원수를 사랑할 수 있습니다.

빌레몬서 1장 16절과 17절입니다.

”이제부터는 그는 종으로서가 아니라, 종 이상으로 곧 사랑 받는 형제로

그대의 곁에 있을 것입니다. 특히 그가 나에게 그러하다면, 그대에게는

육신으로나 주님 안에서나 더욱 그러하지 않겠습니까? 그러므로 그대가 나를 동지로 생각하면, 나를 맞이하듯이 그를 맞아 주십시오.“

사도 바울은 주인 빌레몬에게 간청하고 있습니다. 그 내용인즉 이제는

더 이상 노예 오네시모를 돈을 훔쳐서 도망나간 노예로 보지 말고 오히려

사랑 받는 형제로 바라보라는 것입니다.

주인 빌레몬이 사도 바울의 간청대로 노예 오네시모를 더 이상 종이 아닌

사랑받는 형제로 바라보았기에 원수 같은 그를 사랑할 수 있게 된 것입니다. 그 결과 주인 빌레몬도, 노예 오네시모도 초대 교회에서 중요한 역할들을 감당했을 뿐 아니라 순교까지 당하는 믿음의 사람들이 된 것입니다.

너무나도 선하신 하나님께서 바라보실 때 저와 여러분들은 모두 너무나도

더럽고 추악한 하나님의 원수된 죄인들 아닙니까? 그런데 하나님께서는 예수 그리스도를 믿는 우리들을 향해서 의롭다고 말씀해 주십니다.

그 이유는 하나님께서 죄인된 우리들을 바라보실 때 예수 그리스도의 십자가 보혈을 통해서 새로운 눈으로 우리를 바라보시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하나님과 원수된 죄인인 우리가 의인으로서 받을 수 있는 하나님의 놀라운 사랑을 받게 된 것입니다. 믿으십니까? 아멘!!

이 사실을 믿을 때 나를 고통스럽게 했던 원수까지 사랑하게 될 줄 믿습니다.

두 번째는 중재자가 있을 때 원수를 사랑할 수 있습니다.

빌레몬서 1장 10절에서 12절입니다.

”내가 갇혀 있는 동안에 얻은 아들 오네시모를 두고 그대에게 간청합니다.

그가 전에는 그대에게 쓸모 없는 사람이었으나, 이제는 그대와 나에게

쓸모있는 사람이 되었습니다. 나는 그를 그대에게 돌려보냅니다. 그는 바로

내 마음입니다.“

주인 빌레몬과 도망나온 노예 오네시모 사이에는 사도 바울이라고 하는

중재자가 있었습니다. 중재자 사도 바울의 간곡한 부탁의 말은 주인 빌레몬의 마음을 녹여서 원수였던 노예 오네시모를 사랑하도록 이끌어 주었습니다.

이처럼 중재자가 하는 말과 행동에 따라서 둘의 관계는 더 가까워질 수도 있고, 반대로 둘의 관계가 더 멀어질 수도 있습니다.

선하신 하나님과 죄인된 우리의 관계는 어떨까요?

성경에서 말하고 있는 것처럼 이 세상에는 한 사람의 의인도 없기에 우리

모두 죽을 수 밖에 없는 죄인 즉 하나님의 원수들입니다. 그런데 하나님의 독생자 아들 예수 그리스도의 십자가 사건 즉 피흘림의 중재로 말미암아 우리

모두 하나님의 풍성하고 놀라운 사랑을 받게 된 것입니다. 믿으십니까? 아멘!!

이 사실을 믿을 때 나를 고통스럽게 했던 원수까지 사랑하게 될 줄 믿습니다.

세 번째는 나 자신이 누구인지 깨닫게 될 때 원수를 사랑할 수 있습니다.

빌레몬서 1장 19절입니다.

”나 바울이 친필로 이것을 씁니다. 내가 그것을 갚아 주겠습니다. 그대가

오늘의 그대가 된 것이 나에게 빚진 것이라는 사실을 나는 굳이 말하지

않겠습니다.“

이 구절 가운데 ”그대가 오늘의 그대가 된 것이 나에게 빚진 것“ 이라는 표현이 있습니다. 주인 빌레몬 자신도 ”빚진 자“라는 사실을 깨달을 수 있도록 사도 바울이 상기시켜 준 것입니다.

결국 주인 빌레몬은 자신에게 복음을 전해준 바울에게 복음에 빚진 자라고 하는 사실을 깨닫게 됩니다. 그래서 그는 사도 바울이 보낸 원수였던 노예

오네시모를 사랑하는 것으로 그 빚을 갚게 된 것입니다.

저와 여러분 모두 하나님의 원수된 자들입니다. 그러나 하나님께서는 원수된 우리 모두를 독생자 아들 예수 그리스도를 십자가 죽음에 내어주기까지 사랑해 주셨습니다. 결국 우리는 하나님께 대하여 사랑에 빚진 자들이 된 것입니다.

또한 더 나아가서 성령님께서는 이러한 놀라운 복음을 우리 모두에게 깨닫게 해 주셨습니다. 결국 우리는 성령님께 대하여는 복음에 빚진 자들이 된 것입니다. 믿으십니까? 아멘!!

이 사실을 믿을 때 나를 고통스럽게 했던 원수까지 사랑하게 될 줄 믿습니다.

이 모든 것은 우리 자신의 힘으로, 능으로, 노력으로, 결단으로 절대

불가능합니다. 그러나 삼위일체되신 여호와 하나님, 예수님, 성령님께서 함께 하시고 도와주실 때 가능하게 될 줄 믿습니다.

우리의 삶에는 크고 작은 원수들이 항상 존재합니다. 삼위일체 하나님의 도우심으로 원수를 사랑하는 놀라운 기적을 경험하는 한 해가 되시길 소망합니다.

마지막으로 예수님께서 주신 기적의 말씀을 함께 읽고 마치겠습니다.

마태복음 5장 44절입니다.

“그러나 나는 너희에게 말한다. 너희 원수를 사랑하고, 너희를 박해하는

사람을 위하여 기도하여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