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늘, 눈, 그리고 재물(마태복음 6:19~24)

하나님의 은혜와 평화가 우리 가운데 있기를 바랍니다.

    에덴동산에서 사탄으로 상징되는 뱀은 첫 사람에게 선과 악을 알게 하는 나무의 열매를 먹으면 눈이 밝아지고, 하나님처럼 된다고 말했습니다. 산상수훈에서 예수님은 눈은 몸의 등불이라고 하셨고, ‘하늘에 계신 너희 아버지께서 완전하신 것처럼 너희도 완전하여라’라고 말씀하셨습니다. 사탄도 예수님도 모두 우리가 눈이 밝아지며, 하나님처럼 된다거나 하나님처럼 완전한 존재가 된다는, 비슷한 의미의 말을 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차이가 있습니다. 에덴동산에서 사탄은 만병통치약처럼 열매 하나만 먹으면 곧 새로운 존재가 될 것처럼 말합니다. 어떻게 사느냐 하는 것과는 상관이 없습니다. 그러나 산상수훈에서 예수님은 하늘나라를 살아내는 삶을 통하여 새로운 존재가 된다고 말씀하십니다.

    이 진리를 우리의 구원에 적용해보고 싶습니다. 예수를 믿으니 이제 내 구원은 확실하게 보장된 것이고, 나는 본능을 따라 마음대로 살아도 구원받는다고 생각한다면, 어쩌면 그것은 예수라는 이름으로 포장된 선악과를 먹는 것은 아닐까요?

    예수님은 하늘나라가 이미 왔다고 선포하시면서, 이 땅에서(죽어서가 아닙니다) 천국을 소유한 삶을 살라고 하십니다. 산상수훈의 말씀을 읽을 때마다 여러분이 깊이 공감하면서, ‘그래, 맞아. 내가 비록 연약하기는 하지만, 이 말씀대로 살고 싶다’ 하는 마음이 들기를 바랍니다. 그렇게 공감하게 되면 소원을 품게 됩니다. 그리고 그 소원은 기도가 되며, 그 기도는 성령님께서 도우시게 합니다. 그러면서 여러분은 하나님의 성품을 닮아가는 새로운 존재로 변해가게 됩니다. 그렇게 되면 우리는 이 땅에서 하늘나라를 누리는 삶을 살게 됩니다.

    오늘 읽은 성경 말씀은 하나님의 부르심을 받은 우리가 추구하는 것이 무엇이며, 기도할 때 우리의 마음과 눈이 어디로 향해야 하는지를 말해줍니다. 본문은 이렇게 시작합니다. “너희는 자기를 위하여 보물을 땅에다가 쌓아두지 말아라.” 그러면 어디에다 쌓아두라는 말입니까? 그다음 절에서 말합니다. “너희를 위하여 보물을 하늘에 쌓아두라.”

    하늘에 쌓아두라는 말은 하나님의 뜻을 찾으며 하나님의 말씀에 순종하라는 말입니다. 사도 바울은 그것을 이렇게 말했습니다. “여러분이 그리스도와 함께 살려 주심을 받았으면, 위에 있는 것들을 추구하십시오.”(골3:1) 위에 있는 것들을 추구하며 사는 삶은 나의 보물을 하늘에 쌓아두는 삶입니다.

    보물은 내가 가장 귀하게 여기는 것을 말합니다. 그것은 눈에 보이는 물질일 수도 있고, 사상이나 이념일 수도 있고, 때로는 가족일 수도 있습니다.

    그러면 왜 보물을 하늘에 쌓아두라고 할까요? 그곳이 안전하기 때문입니다. 러시아가 개방된 지 얼마 되지 않았을 때 사람들은 은행에 돈을 맡길 수 없었습니다. 은행이 쉽게 부도가 나기에 믿을 수가 없었던 거예요. 그래서 집안에 꼭꼭 감추어둡니다. 제가 아는 어떤 분은 외출했다가 집에 가니까 도둑이 다녀갔습니다. 집안 깊이 감추어둔 돈이 다 사라졌습니다. 도저히 찾을 수 없도록 숨겨놓았지만, 도둑의 눈은 피할 수 없었습니다.

    저와 같은 아파트에 사는 사람은 경찰입니다. 그런데 그의 집에 어느 날 도둑이 와서 좋은 물건을 다 쓸어갔습니다. 깊이 감추어도 소용이 없고, 집주인이 경찰이라고 해도 소용이 없습니다.

    은행은 안전할까요? 반드시 그렇지도 않습니다. 한국에는 예금 보호 한도라는 제도가 있습니다. 아무리 많이 저금해놓아도 원금과 이자 포함해서 5천만 원까지만 보호해준다는 것입니다. 무엇을 의미할까요? 은행 역시 완벽하게 안전하지는 못하다는 것입니다.

    성경이 보물을 땅에 쌓지 말고 하늘에 쌓아두라고 말하는 이유는 안전하기도 하지만, 또 하나 이유는 그곳에 쌓아둘 때 생기는 이자가 보통이 아니기 때문입니다. 사람은 이자를 많이 주는 금융사에다 돈을 맡기려고 하잖아요. 그런데 하늘에 쌓아두면 그 이자는 실로 다양하고 넘쳐서 우리의 생을 복되게 해주기 때문입니다.

    하나님과 사람을 위해서 심었는데 많은 열매가 맺히는 것을 보게 됩니다. 그런데 이것을 볼 줄 아는 사람이 있고, 보지 못하는 사람이 있습니다. 보물을 하늘에 쌓으려면 하늘을 볼 줄 알아야 합니다. 이곳에 있는 우리은행이 철수한다고 하니까 사람들은 모두 예금한 것을 찾습니다. 우리은행이 있을 때 돈을 맡기는 것처럼, 하늘이 있다는 것을 확실하게 알면 보물을 하늘에 쌓으려고 합니다. 그러나 보물을 하늘에 쌓으려고 하지 않는다는 것은 하늘나라를 믿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하늘나라가 그 사람 눈에는 보이지 않는 거예요.

    ‘나는 하나님을 믿습니다’라고 아무리 말해도 보물을 하늘에 쌓으려고 하지 않는 사람은 하나님을 믿지 않는 사람입니다. ‘아니요, 목사님. 나는 보물을 하늘에 쌓지는 못하지만 하나님을 믿어요’라고 말하는 사람도 있을 것입니다. 그런 사람은 정확하게 하나님보다는 하나님의 손만 바라보는 사람일 것입니다. 하나님의 손만 바라본다는 것이 무슨 말입니까?

     한 아버지가 이런 경험을 했습니다. 저녁에 집으로 돌아오면서 아이들이 좋아하는 순대와 떡볶이를 사서 갖고 왔습니다. 집에 들어온 아빠를 보고선 아이들이 “아빠!” 하면서 좋아합니다. 아빠는 흐뭇한 미소를 지으며, 아이들에게 검은 비닐봉지를 내밀었습니다. 아이들이 그것을 받아서 보니 자기들이 좋아하는 순대와 떡볶이입니다. 근사한 야식이지요.

    아이들이 좋아하는 것을 본 아빠는 다음날 집에 오면서 근처 편의점에서 맛있는 과자를 샀어요. 아빠가 들고 들어온 검은 비닐봉지를 보자 아이들은 신이 나서 비닐봉지 안의 과자를 맛있게 먹었습니다.

    다음날, 아버지는 치킨을 사 왔습니다. 그런데 이번에는 아이들이 아빠를 본체만체하면서 아빠 손에 있는 검은 비닐봉지를 잡아채서 자기들 방으로 갔습니다. 아빠를 바라보는 것이 아니라, 아빠의 손에 든 비닐봉지를 바라보는 것입니다. 하나님을 믿는다고 하면서도 보물을 하늘에 쌓아두지 않는 사람은 하나님의 손에 들려있는 검은 비닐봉지만을 바라보는 것입니다.

    영의 눈을 떠서 하나님을 바라볼 줄 알아야 합니다. 그래서 눈은 몸의 등불이라고 성경은 말합니다. 감사와 믿음의 눈으로 세상을 바라보면 하나님이 함께하시는 것을 보게 됩니다. 그러나 욕심과 불신의 눈으로 검은 비닐봉지만을 바라보면 세상은 어둡게 보이며, 그의 삶은 영화 <기생충>에 나오는 지하실 방처럼 어둡고 습기 찬 인생이 될 것입니다. 그런 사람을 오늘 성경에서는 눈이 성하지 못하다고 말하고 있으며, 온몸이 어두울 것이라고 비유적으로 말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우리는 영의 눈을 떠야 하는데, 영의 눈을 뜨려고 할 때 눈을 뜨지 못하게 방해하는 것들이 있습니다. 성경은 그것을 비유로 말씀하고 있습니다. 우리는 하나님의 말씀을 읽거나 듣습니다. 그럴 때 말씀의 씨앗이 자라나야 하는데, 가시덤불이 가로막고서는 자라지 못하게 한다는 거예요. 그런 가시덤불이 무엇일까요? 바로 세상살이에 대한 걱정과 근심, 재물의 유혹, 인생의 향락 이렇게 세 가지로 복음서는 말하고 있습니다(마13:22, 막4:19, 눅8:14).

    세 가지 방해물 중에서 오늘 성경은 재물, 더 간단히 말하면 돈에 대해서 말합니다. 아마도 돈이 영적인 눈을 뜨게 하지 못하는 가장 큰 방해물이 되기 때문인 것 같습니다.

    성경은 돈 자체를 나쁘다고 하지 않습니다. 저도 돈을 좋아합니다. 누가 돈을 주면 기분이 좋습니다. 그러나 돈은 자칫하면 우리의 영혼을 파멸로 몰고 갈 수도 있다는 것을 알아야 합니다. 이것을 모르는 사람은 대부분 돈의 하인이 되고 맙니다. 돈이 나의 하인이 될 때는 좋은 것이지만, 그러나 나의 주인이 되면 돈은 나쁜 것이 됩니다.

    돈은 신발과 같다고 말하기도 합니다. 신발이 너무 작으면 발이 아파 걷지 못합니다. 신발이 너무 크면 제대로 걷지 못하고 넘어지게 됩니다. 돈도 마찬가지로 너무 적으면 사람은 비굴해지기 쉽습니다. 너무 많으면 타락하기 쉽습니다.

    그래서 잠언을 기록한 사람은 이렇게 기도합니다. “저를 가난하게도 부유하게도 하지 마시고, 오직 저에게 필요한 양식만을 주십시오. 제가 배가 불러서, 주님을 부인하면서 '주가 누구냐'고 말하지 않게 하시고, 제가 가난해서, 도둑질을 하거나 하나님의 이름을 욕되게 하거나, 하지 않도록 하여 주십시오.”(잠30:8b,9) 가난하지도 부유하지도 않을 때는 하나님을 잘 섬겼습니다. 그런데 풍요해지니까 돈 쓰는 맛에, 그리고 돈 버는 맛에 빠지면서 주님께 제대로 충성하지 못하더라는 것입니다.

    그러므로 성경은 말합니다. "아무도 두 주인을 섬기지 못한다. 한쪽을 미워하고 다른 쪽을 사랑하거나, 한쪽을 중히 여기고 다른 쪽을 업신여길 것이다. 너희는 하나님과  재물을 아울러 섬길 수 없다."

    언뜻 들으면 하나님을 주인으로 섬기고 사랑한다면 돈을 미워해야 한다는 말씀처럼 들립니다. 그러나 그것이 아닙니다. 성경의 배경이 되는 유대 문화에서 ‘사랑한다’와 ‘미워한다’는 말은 우리말과 좀 다릅니다. ‘사랑한다’는 말은 ‘더 좋아한다’, 혹은 ‘가장 중요하게 여긴다’라는 의미입니다. ‘미워한다’는 말은 ‘덜 사랑한다’, ‘덜 중요하게 여긴다’라는 의미이고요.

    누가복음에서 예수님은 이렇게 말씀하셨습니다. “누구든지 내게로 오는 사람은, 자기 아버지나 어머니나, 아내나 자식이나, 형제나 자매뿐만 아니라, 심지어 자기 목숨까지도 미워하지 않으면 내 제자가 될 수 없다.”(14:26) 문자대로 우리가 예수님을 믿으려면 부모, 아내와 남편, 그리고 자식은 물론 자기 자신까지 미워해야 할까요? 그렇지 않습니다. 성경의 말씀은 자기 가족보다, 그리고 자기 자신보다 예수님을 더 사랑하라는 말입니다.

    “아무도 두 주인을 섬기지 못한다. 한쪽을 미워하고 다른 쪽을 사랑하거나, 한쪽을 중히 여기고 다른 쪽을 업신여길 것이다. 너희는 하나님과  재물을 아울러 섬길 수 없다.” 이 말씀은 이렇게 읽어야 합니다. "아무도 두 주인을 동시에 똑같이 사랑할 수는 없다. 한쪽을 덜 사랑하고 다른 쪽을 더 사랑하거나, 한쪽을 더 중요하게 여기고, 다른 쪽을 덜 중요하게 여길 것이다. 너희는 하나님과  재물을 똑같은 정도로 섬길 수는 없다." 이것이 정확한 의미입니다.

    보물을 하늘에 쌓기를 원하는 마음을 갖고 사는 사람에게는 어떻게 행동해야 하는지가 눈에 보입니다. 어떻게 살아야 하는지 알게 되고 깨닫게 된다는 것입니다. 그렇게 되면 그 사람은 자기가 가진 소중한 것을 하나님을 위해 내놓을 줄 압니다.

    하나님에 대하여 매우 경건했던 영국의 찰스 고든 장군이 있었습니다. 영국 정부는 중국에 출정하여 큰 공을 세운 고든 장군에게 높은 지위를 주고 많은 상금으로 포상하려고 했습니다. 그러나 고든 장군은 그 모든 것을 거절했습니다. 그가 계속 사양하자 정부는 그가 33회에 걸쳐 전투한 기록이 새겨져 있는 금메달 하나를 만들어주었습니다.

    그런데 고든 장군이 죽은 후 그의 유품에서 그 메달이 발견되지 않았어요. 사람들은 메달의 행방을 수소문한 끝에 알게 되었습니다. 큰 흉년이 들었던 어느 해에 많은 사람이 굶주리게 되었습니다. 그러자 고든 장군은 자신이 아끼던 메달을 녹여서 그것으로 가난한 사람들을 구제해달라고 맨체스터로 보냈습니다. 그리고 그날의 일기에 그는 이렇게 기록하였습니다. “나에게 있는 유일한 것, 내가 소중히 여기는 것을 이제 주 예수님께 드립니다.” (Encyclopedia of Illustrations #11446 ).

    하늘을 볼 수 있는 눈을 가진 사람은 자신의 소중한 것을 땅에 쌓으려고 하지 않고 하늘에 쌓으려고 합니다. 그렇게 하는 것이 얼마나 복되고 귀한 것인지 알기 때문입니다.

    오늘의 말씀을 어떻게 적용할 수 있을까요? 여러분 모두 이렇게 하시라는 것은 아니지만, 오늘 말씀을 이런 식으로 적용할 수도 있을 것입니다.

이번 수련회에 강사로 오신 목사님은 눈먼 장애인을 27년간 섬겨온 분이었습니다. 어떻게 보물을 하늘에 쌓을까 생각하며 기도하는 사람에게는 그 목사님이 섬기는 눈먼 장애인들이 보일 수 있습니다. 그런 이들을 섬기시는 목사님이 크게 힘들겠구나 하는 생각이 들 수도 있고요. 그런 마음이 드는 사람은 하늘을 보는 눈을 가진 사람입니다.

    그렇다면 어떻게 해야 할까요? 재물을 소중히 여기지만, 그것을 하나님보다 더 아래로 내려놓는 것입니다. 돈이 먼저가 아니라 하나님이 먼저입니다. 하나님은 우리에게 큰일을 하라고 하지 않고 중요한 일을 하라고 하십니다. 우리는 자꾸 큰일을 하는 것이 하나님의 뜻이라고 하지만, 아닙니다. 중요한 일을 하는 것입니다. 그리고 하나님께서 소중하게 여기는 일에 내가 참여하는 것입니다.

    어떻게 참여할까요? 나의 돈에 기도를 담아서 소중한 일을 하는 사람에게 보낸다면 나는 그 일에 참여하는 것입니다. 그러면 여러분은 이렇게 말할 거예요. “목사님, 나도 돈이 없습니다.”

    저는 여러분에게 반드시 많은 돈을 보내야 한다고 말씀드리지 않았습니다. 매달 천원도 좋고 만원도 좋습니다. 그러면 여러분은 그러실 거예요. “어떻게 천원을 보냅니까? 쪽팔리잖아요.” 아닙니다. 그런 생각을 하면 우리는 평생 우리의 재물을 나누지 못합니다.

    저도 선교사이기에 다른 사람으로부터 후원을 받기도 합니다. 그런데 선교후원금을 받을 때 액수에 따라 힘이 나는 것이 아니라, 후원금에 정성이 담겨있을 때 힘이 납니다.

    다시 여러분이 묻습니다. “후원금에 정성이 있는지 없는지 어떻게 아세요?” “다 압니다. 그리고 보입니다.”

    여러분의 수입에서 매월 만 원을 떼기가 힘든 분들은 천원이라도 좋아요. 천원의 여유마저 없다면 그 돈을 떼어내기 위해 한 달에 한 끼를 굶자고 다짐한다면 다이어트도 되고, 건강도 좋아질 것입니다. 여러분이 보내는 천원에 기도를 담아 우리가 이름도 모르고 본 적도 없는 장애인들에게 보내보세요.

    우리가 그렇게 시작하고, 그렇게 말씀을 실천해갈 때, 문자로 기록된 성경의 말씀은 우리에게 살아 움직이는 하나님의 말씀으로 다가오게 됩니다. 문자로 기록된 말씀은 로고스라고 하지만, 살아 움직이는 말씀은 레마라고 합니다. 그 레마를 경험하면서 여러분은 점차 예수 그리스도의 성품을 닮아가는 사람으로 변화하게 됩니다. ‘하늘에 계신 너희 아버지께서 완전하신 것처럼 너희도 완전하여라’ 이 말씀이 내 인격과 내 삶에 점차 스며 들어갈 것입니다. 그리고 그렇게 사는 사람을 하나님은 절대로 초라한 인생으로 내버려 두지 않더라는 것이 제가 살아오면서 목격한 일들입니다.

    비록 천원이라 할지라도 후원금을 보낼 때 그것을 받는 목사님이나 장애인은 여러분을 위해 기도할 것입니다. 그 기도가 얼마나 복된 기도인지 아세요?

이번에 수련회에서 영화를 하나 상영했는데, 장선주 선교사님이 추천한 영화입니다. <어 뷰티풀 데이 인 더 네이버후드> A Beautiful Day in the Neighborhood ‘이웃의 아름다운 하루’라는 제목인데, 많은 것을 생각하게 하는 영화입니다.

    주인공 프레드 로저스는 상처받은 많은 사람과 상담하면서 따뜻함을 전하는 사람이었는데, 전국적으로 널리 알려진 매우 유명한 사람입니다. 기자인 보겔이 로저스를 취재하면서 인터뷰를 하게 됩니다. 그러다가 보겔은 아버지와 불편한 관계인 자신의 가족사를 말하게 되었습니다. 그것을 계기로 로저스는 보겔의 가정을 방문하게 됩니다. 워낙 유명한 사람이 방문하게 되자 보겔의 친척들이 다 모입니다.

    영화의 여러 장면이 저에게 깊은 인상을 주었지만 특별한 충격을 준 장면이 있습니다. 방문을 마친 로저스가 작별인사를 하면서 병상에 누워있는 보겔의 아버지에게 다가갑니다. 그리고 그의 귀에다 대고 무언가를 얘기하자 아버지는 그러겠다고 대답합니다. 그것을 아들 보겔이 봅니다. 밖으로 나와 차를 타기 전에 보겔이 프레드에게 묻습니다.

    “아버지에게 뭐라고 하셨어요?”

    “날 위해 기도해달라고 했어요. 아버지가 처한 상황을 봤을 때 지금 아버지는 하나님과 엄청나게 가까울 거잖아요.”

    영화에서는 명확하게 나오지 않지만 실화를 바탕으로 한 배경을 보면 로저스는 목사님입니다. 그리고 상담으로 매우 유명한 사람입니다. 보겔의 아버지는 평범한 사람이면서, 더구나 지금은 침상에 누워 거동도 잘못하는 환자입니다.

    그렇다고 한다면 누가 누구에게 기도를 부탁해야 할까요? 당연히 평범한 환자가 유명한 상담가 목사님에게 기도를 부탁해야 정상 아닐까요? 그러나 로저스 목사님은 하나님과 더 가까운 사람이 덜 가까운 사람을 위해 기도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하나님과 더 가깝다는 것은 목사라는 직분이나, 유명하다는 명성이나, 상담의 전문가라는 것이 기준이나 근거가 아니라고 영화는 말합니다. 단지 자신의 절박한 문제에 처했기에, 고통으로 하나님을 찾을 수밖에 없는 사람이 하나님과 더 가까이 있다고 말합니다.

    그 메시지는 저에게 큰 충격을 주었습니다. 그리고 그 이후로 생각을 바꾸었습니다. 하나님과 가까이 있는 사람을 성직이나 교회의 직분으로 판단하지 않아야겠다고 마음먹었습니다. 대신 가난하고 고난을 겪으며 아픔을 당하는 사람이 하나님과 더 가까이 있을 가능성이 훨씬 더 크다고 보고 싶습니다. 그리고 기도를 요청할 때도 그런 사람에게 더 많이 하고 싶습니다. 그 영화는 그렇게 제 눈을 뜨게 해주었습니다.

    무엇을 말하려고 제가 영화 얘기를 합니까? 사회적으로 소외당하는 장애인들, 그리고 그들의 아픔을 고스란히 보듬어가려는 목사님의 기도가 더욱 값진 것이 아닐까요? 여러분이 그들을 후원할 때 여러분을 위한 그들의 기도가 그렇게 하나님께 올려질 것입니다.

    초대교회에 시행된 전통 가운데 하나가 있습니다. 가진 자들이 가난한 자들에게 자신의 것을 내놓습니다. 그러면 가난한 자들은 가진 자들을 위하여 기도합니다. 그리고 가난한 이들의 기도를 나사로의 기도라고 하면서 가진 자들은 그것을 매우 큰 복으로 여겼습니다. 우리도 그런 마음을 가진다면 참 좋을 것입니다.

    남들이 박수를 보내지 않지만 27년이라는 긴 세월 묵묵히 그 길을 걸어가고 있는 목사님을 우리는 삶의 길목에서 잠시 마주쳤습니다. 하나님은 왜 그런 시간을 여러분에게 주셨을까요? 하나님은 무엇을 우리에게 보여주시려고 했을까요? 아무런 의미도 없이 단지 흘러가는 시간, 의미 없는 만남이었을까요? 아니면 여러분을 가까이하고 싶으신 하나님께서 어떤 기회를 주신 것은 아닐까요? 보물을 하늘에 쌓으라고 하시면서, 우리에게 기회를 주신 이유는 무엇일까요? 우리가 가진 재물보다 더 중요하고 더 높임 받으시는 분이 하나님이라고 말씀하시는 이유는 무엇일까요? 대답은 여러분 각자가 하시길 바랍니다.

    생의 여정에서 만나는 이들을 통하여 하나님께서 여러분에게 말씀하시는 음성을 들을 수 있는 축복을 누리시기 바랍니다. 그리하여 하나님이 원하시는 성품을 소유하는 사람이 되며, 아버지의 완전하심같이 저와 여러분 또한 완전해지는 은총을 누릴 수 있기를 원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