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0331 - 445 태산을 넘어 험곡에 가도

당신을 어떻게 인도하셨는지를 기억하십시오

신명기 8:1-6

:2 당신들이 광야를 지나온 사십 년 동안, 주 당신들의 하나님이 당신들을 어떻게 인도하셨는지를 기억하십시오. 그렇게 오랫동안 당신들을 광야에 머물게 하신 것은, 당신들을 단련시키고 시험하셔서, 당신들이 하나님의 계명을 지키는지 안 지키는지 당신들의 마음 속을 알아보려는 것이었습니다.

여는 말

최근에 ‘라틴어수업’이라는 책을 읽고 있는데, 인상 깊었던 부분이 있어서 잠시 나누고 싶습니다. 우리가 잘 알지 못하는 사이에 많은 라틴어가 사회 전반에 많이 사용되고 있습니다. 아우디, 에쿠스, 아쿠아, 스텔라(그룹-포레스텔라) 등이 다 라틴어입니다. 제가 고등학생 때 보며 큰 감동을 받았던 ‘죽은 시인의 사회’라는 영화가 있는데 그 영화에 나온 카르페디엠(현재를 즐겨라)이란 단어 역시 라틴어입니다. 메멘토모리 등 우리가 알지 못하는 사이에 라틴어는 생활전반에 동화되어 두루 사용되고 있습니다.

그런데 라틴어의 성적구분은 우리와 많이 달랐습니다. 라틴어의 성적구분은 -숨마 쿰 라우데 (최우등), 마그나 쿰 라우데(우수) 쿰 라우데(우등), 베네(좋음.잘했음)으로 나뉜다고 합니다. 우리의 수,우,미,양,가 와는 다르게 평가 언어가 모두 긍정적입니다. 잘한다 못한다 식의 닫힌 구분이 아니라 ‘잘한다’ 의 연속적인 스펙트럼 속에 학생을 평가하고 있고, 앞으로의 가능성을 열어두고 있습니다. 이런 방식이라면 남과 비교해서 자신의 위치에 대해 우월감을 갖거나 열등감을 느낄 필요가 없습니다. 스스로의 발전에 의미를 부여하고 남보다 잘하는 것이 아닌 전보다 잘하는 것을 중요하게 생각하게 되는 것이 라틴문화를 넘어 유럽 대학의 평가가 됐다고 합니다.

책을 읽으며 제 머리를 스치는 생각이 있었습니다. 하나님을 기억하며 사랑한다고 우리들은 말합니다. 열심히 신앙생활도 합니다. 그러나 우리들은 이때 누군가와 비교할 때가 많이 있다는 것입니다. 다른 교회 목회자, 장로, 집사, 친구들의 신앙과 자신을 비교하며 움츠려 들기도 하고, 우쭐할 때도 많습니다. 이런 모습이 얼마나 건강한 영향을 미칠까요? 남보다 잘하려는 수고보다 이전보다 잘하려 애쓰는 것이 중요합니다.

오늘은 주신 본문을 통해 하나님을 누구보다 사랑하기 전에 이전보다 더 사랑하려 애쓰던 이스라엘의 다짐과 삶을 살펴보려고 합니다. 특별히 사순절을 보내는 우리가 어떻게 신앙생활을 이어가야 할지 은혜를 나눠보고자 합니다.

푸는 말

신명기를 읽다보면 ‘기억하라’는 말씀이 여러 번 반복되어 기록되어 있습니다. 모세는 자신의 죽음을 앞두고 이스라엘 백성들에게 간절한 마음으로 설교했는데 오늘의 본문은 그의 고별 설교 중 일부입니다. 약속의 땅 가나안으로 들어가기까지 40년 동안 힘들고 어려웠던 것을 기억하라는 말씀입니다. 그런데 왜 이것을 기억하고, 무엇을 기억할 것인지 우리는 분명 확인하고 마음에 두어야 합니다.

:2 당신들이 광야를 지나온 사십 년 동안, 주 당신들의 하나님이 당신들을 어떻게 인도하셨는지를 기억하십시오.

모세의 말투는 어땠을까요? 원망하는 말투였을까요? 아니면 감격에 겨웠을까요?

불행은 잃어버린 것을 기억하고, 행복은 남아 있는 것을 발견합니다. 보통 사람들은 늘 힘겹고 잃어버린 것을 기억하고 넋두리를 합니다. 그러나 그리스도인들은 잃어버린 것을 기억하는 것이 아니라, 여전히 남아 있는 은혜와 감격을 기억하고 발견해야 합니다. 지나간 40년 동안의 광야생활은 결코 무의미하거나 고생만 한 것이 아니라 이 모든 순간이 하나님의 동행하심과 보호하심이 함께 하신 것이며 아주 소중한 은혜의 체험이기 때문에 그 40년의 세월을 잊지 말고 기억하라고 당부했던 것입니다.

1. 고난을 기억하라.

고통스런 시간을 떠올리는 것조차 싫은 분들도 있습니다. ‘앞으로 찾아올 좋은 것만 생각하지 일부러 왜 그 기억을 되새깁니까?’ 하며 반문하실 수도 있지만, 성경은 기억의 유익을 말하고 있습니다. 이스라엘 백성들이 이집트를 떠나 고통스런 40년의 세월을 자손대대 기억하는 이유처럼 우리들에게도 그 고통스런 시간은 현재를 이루는 도약의 발판이 되기 때문입니다.

욥기 23:10(개정) 그러나 내가 가는 길을 그가 아시나니 그가 나를 단련하신 후에는 내가 순금 같이 되어 나오리라

시편 119:67 내가 고난을 당하기 전까지는 잘못된 길을 걸었으나, 이제는 주님의 말씀을 지킵니다.

:71 고난을 당한 것이, 내게는 오히려 유익하게 되었습니다. 그 고난 때문에, 나는 주님의 율례를 배웠습니다.

작년 한 해 비자로 많은 어려움이 있었습니다. 화도 나고, 원망과 분노가 폭발하고, 심할 땐 자포자기한 순간에 이르기도 했습니다. 왜 이런 어려움을 주시는거지? 다 포기하고 돌아갈까? 하는 생각도 들었습니다. 그런데 어느 날 묵상 가운데 ‘어려울 때 내가 무엇을 의지하는지가 가장 선명하게 들어난다.’ 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코로나, 전쟁 등의 어려움이 없었다면 삶은 조금 더 편했겠지만, 하나님에 대해 간절해지지는 않았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어려웠던 순간 이 땅을 사랑하고, 더 머물기 위해서 기도하고, 광야에 길을 ,사막에 강을 내듯 막막한 상황에 빛을 보여 달라고 얼마나 매달렸는지 모르겠습니다. 만약 한국에 있었다면 하나님보다 빠른 답을 구했을 것입니다. 사람에게 매달리고, 지인을 동원하고 문제를 풀려고 했을 것입니다. 그런데 먼 타국에서 사방이 막혀 있다 보니 오직 하나님만 보였습니다. 이런 생각이 들다보니 마음에 위로와 감사가 생기기 시작했습니다.

물론 저보다 훨씬 더 큰 문제와 무게로 버거운 분들도 많이 계실겁니다. 그때 여러분 생각해 보십시오. 무엇이 먼저 떠오르십니까? 사람입니까, 하나님입니까? 나는 이 고난 속에서 무엇을 의지하고 있는가? 이런 의미에서 고난을 기억하는 것은 유익한 일입니다. 사순절 예수님의 죽음과 고난을 묵상하고 기억하는 것은 하나의 기념일을 지키는 의미를 넘어, 나의 구원의 근거이신 주님을 더욱 의지하고 바라보기 위한 몸부림임을 기억하십시오.

2. 하나님의 능력을 기억하라

:2 당신들이 광야를 지나온 사십 년 동안, 주 당신들의 하나님이 당신들을 어떻게 인도하셨는지를 기억하십시오.

이 어떻게라는 질문의 답은 하나님의 능력에서 찾을 수 있습니다.

(1) 출애굽 시키신 하나님의 능력.

하나님의 능력은 이스라엘을 400년간 종살이하던 이집트에서 당신의 강한 팔로 구원하여 인도하셨습니다. 마음이 강퍅해진 바로는 이스라엘을 내보내지 않으려 했지만, 열 가지 재앙을 통해 결국 이스라엘을 이집트에서 건저내셨습니다. 유월절 어린 양의 피를 통해 죽음을 면했던 이스라엘 백성들은 하나님의 능력을 통한 기적을 경험하며 이집트를 탈출했습니다. 그런데 여러분! 이집트를 탈출할 힘이 그들에게 있었습니까? 아니요, 전혀 그렇지 않습니다. 하나님의 전적인 능력이요 은혜입니다.

사람들에게는 누구에게나 이집트가 있습니다. 그것은 무엇일까요? 이집트의 종살이처럼 권세와 부, 명예와 안락함에 종이 되어 우리들은 매인 삶을 살고 있습니다. 그중 죄에 매여 죽음을 향해 끝없이 달려가는 인생도 살고 있습니다. 그런데 이런 우리의 삶을 단번에 끊으시고 이끄신 것은 바로 하나님의 능력, 어린 양 예수의 보혈입니다. 그의 피 아니면 우리는 설 수도 없고, 혹 숨을 쉬며 버틸 순 있겠지만 결코 종살이에서 벗어날 수 없습니다. 이런 우리를 종살이에서 이끌어 내신 하나님의 능력을 기억해야 합니다.

(2) 험한 길을 통과시킨 하나님의 능력.

이스라엘 백성들이 40년간 걸어온 길은 험하고 지루한 길이었습니다. 그들 중에는 단 한 명도 그 길을 가본 사람이 없습니다. 지금 같으면 내비게이션, 얀덱스 맵과 다양한 교통수단을 이용해서 시도해보겠지만, 400년간 종살이 하던 이들이 어디 편하게 이동이나 해봤겠습니까? 아무도 가보지 못한 길을 하나님이 모세를 통해 이끄셨던 것입니다.

우리가 걷는 땅도 그렇지 않을까요? 아무도 가보지 못한 시간과 공간을 우린 살고 있습니다. 만약 가봤던 사람이라도 있으면 물어봤을 텐데 누구도 미래를 살아보지 않았기에 눈감고 손으로 더듬더듬 한뼘 씩 우리의 삶을 개척할 수 밖에 없습니다. 그런데 이런 우리의 상황에 하나님은 다가올 그 험한 길에 빛이 되어주시고, 길이 되어 주시겠다고 약속하십니다. 세상 그 누가 이처럼 확실하게 결과를 알려주고 이끌어주겠습니까? 비록 어려움 가운데 그 길을 걷겠지만, 우리의 마지막은 분명한 가나안 땅이며, 생명의 나라입니다. 우리를 이끄시는 능력은 사람이 아닌 하나님의 능력임을 여러분 모두 기억하시길 축복합니다.

(3) 만나를 먹이시고 입히신 하나님의 능력

이스라엘 백성들이 이집트에서 나올 때 가장 염려되었던 것은 무엇일까요? 그들도 우리와 별반 다르지 않을 것입니다. 바로 의식주의 문제입니다. 그런데 말씀을 보면 하나님은 이 모든 것을 해결해 주셨습니다.

출애굽기 12:11 너희가 그것을 먹을 때에는 이렇게 하여라. 허리에 띠를 띠고, 발에 신을 신고, 손에 지팡이를 들고, 서둘러서 먹어라. 유월절은 주 앞에서 이렇게 지켜야 한다.

유월절을 보내며 급하게 음식을 먹었습니다. 상상해보십시오. 지팡이를 든 채 먹은 밥이 소화가 잘됐을까요? 급하게 나오며 구운 양고기, 무교병 조금을 챙긴 것이 다였을 것입니다. 그런데 하나님은 이후 주려 원망하던 백성들에게 만나와 메추라기를 주셨고, 목말라 원망할 땐 샘을 터트려 주셨습니다. 비록 사막이었지만, 불기둥을 통해 지켜주시고 따뜻하게 밤을 보낼 수 있게 해주셨습니다.

지난 주 이사를 하며 9년간 이끄셨던 하나님의 은혜를 다시금 묵상하게 됐습니다. 배편으로 보낸 이삿짐 10개 중 9개를 분실하고 손에 든 캐리어 4개, 9살 6살 두 딸이 겨우 가져온 조그마한 배낭 2개로 러시아 생활을 시작했습니다. 그런데 이사하며 보니 버리고 버려도 남아 있는 짐을 보며 원망은커녕 하나님의 은혜로 이렇게 많이 누릴 수 있었구나 생각하게 됐습니다.

저뿐 이겠습니까? 누가 태어날 때부터 금수저를 쥐고, 집문서를 갖고 태어나겠습니까? 하나님이 먹이시고 입히셨습니다. 그런데 하나님을 잊어버리면, 내가 쥔 것을 잠시 잃게 될 때 우리들은 절망과 고통에 몸부림치게 됩니다. 내 것은 원래 없습니다. 하나님을 기억하는 것이 은혜입니다. 우리가 누리는 모든 것이 은혜입니다. 그래서 기억해야 합니다.

:4 지난 사십 년 동안, 당신들의 몸에 걸친 옷이 해어진 일이 없고, 발이 부르튼 일도 없었습니다.

성경을 많이 알지 못했을 때는 이 구절을 읽을 때 하나님께서 기적을 베푸셔서 한 번 입은 옷이 절대로 해어지지 않고 또 빨래도 하지 않아도 저절로 클리닝까지 해주셨다는 의미로 이해했습니다. 그런데 원어를 보면, 겉옷으로도 사용하던 의복이 오래 되어 닳아 떨어질 때까지 입은 적이 없다는 의미입니다. 즉 풍성하게 채워주셨다는 의미입니다.

저희 가족이 러시아에 들어올 때는 9월이었는데 분실된 이삿짐에 가족들 겨울철 옷가지가 들어있었습니다. 그런데 그 혹독한 추위에 얼지 않고 잘 버텨냈습니다. 하나님은 당신의 사랑하는 사람들을 통해 저희가 옷으로 곤란하지 않게 해주셨습니다. 한국에서 미국에서 이곳 러시아에서 여러 돕는 손길을 통해 입히셨습니다. 옷이 해어지기는커녕 넘쳐서 그 옷들을 나눌 수 있게 됐습니다. 이런 하나님의 능력은 저에게만 해당되지 않습니다. 오늘도 하나님의 은혜와 능력을 기억하는 이들에게 하나님은 더 큰 은혜를 부으실 줄 믿습니다.

3. 사랑의 징계를 기억하라

:5 당신들은, 사람이 자기 자녀를 훈련시키듯이, 주 당신들의 하나님도 당신들을 훈련시키신다는 것을 마음 속에 새겨 두십시오. /(개정)너는 사람이 그 아들을 징계함 같이 네 하나님 여호와께서 너를 징계하시는 줄 마음에 생각하고

하나님은 이스라엘 백성을 이집트에서 이끌어내신 능력의 주님이시며, 먹이시고 입히시는 사랑의 하나님이십니다. 뿐만 아니라, 사랑하는 자녀를 징계하시는 하나님이시기도 합니다. 새번역에는 ‘훈련’이라고 되어있습니다.

소싯적 운동할 때 대회를 준비하면 새벽에 모여 달리기를 했습니다. 선배들의 혹독한 채근, 종아리에 모래주머니를 달고 뛰었습니다. 조금만 늦으면 들려오는 잔소리가 그렇게 싫었습니다. 훈련은 고됩니다. 그러나 훈련 없이는 열매가 없습니다. 고난은 벌이 아니라, 우리의 영적 체질을 바꾸는 훈련입니다.

히브리서 12:6-8 주님께서는 사랑하시는 사람을 징계하시고, 받아들이시는 아들마다 채찍질하신다."/징계를 받을 때에 참아내십시오. 하나님께서는 자녀에게 대하시듯이 여러분에게 대하십니다. 아버지가 징계하지 않는 자녀가 어디에 있겠습니까?/모든 자녀가 받은 징계를 여러분이 받지 않는다고 하면, 여러분은 사생아이지, 참 자녀가 아닙니다.

자녀이기 때문에 훈련시키십니다. 고난과 훈련, 때론 징계를 통해 하나님을 기억할 수 있는 것은 바로 자녀의 특권입니다. 이스라엘 백성들이 이집트를 떠나 가나안에 오기까지 40년이 걸린 이유를 다들 아실 것입니다. 40일이면 올 거리를 무려 40년이란 시간이 걸렸습니다.

:3 주님께서 당신들을 낮추시고 굶기시다가, 당신들도 알지 못하고 당신들의 조상도 알지 못하는 만나를 먹이셨는데, 이것은, 사람이 먹는 것으로만 사는 것이 아니라 주님의 입에서 나오는 모든 말씀으로 산다는 것을, 당신들에게 알려 주시려는 것이었습니다.

우리들은 잠시 어려운 시기를 보내고 있습니다. 재수 더럽게 없네, 운도 지지리도 없지. 이렇게 말하는 사람은 하나님을 모르는 사람입니다. 정확한 이유를 알 수는 없지만, 이 어려움에는 무슨 뜻이 있을까 고민하고 뜻을 묻는 사람이 바로 그리스도인입니다. 사람은 떡으로, 돈으로, 명예로 살아가는 것이 아니라 주님의 말씀으로 살아가는 것임을 알게 하시려는 이유입니다. 징계는 학폭을 가하는 힘센 불량배의 소행이 아니라 하나님께로 가까이 서게 하시려는 당신의 사랑임을 우리 모두 기억하게 되길 바랍니다.

닫는 말

‘행복한 사람은 나를 도와준 사람들을 더 많이 기억하고, 불행한 사람은 나를 힘들게 한 사람들을 더 많이 기억한다’ 고 합니다. 여러분의 기억은 어떻습니까? 나를 행복하게 했던 사람, 나를 행복하게 했던 순간을 마음에 품고 살아가길 바랍니다.

사순절은 기억의 절기입니다. 어떻게 하나님이 우리를 인도하셨는지? 왜 우리를 인도하셨는지? 앞으로 어떻게 인도하실지 묵상하고, 내면의 힘으로 만들어야 합니다. 누구와 비교하여 하나님을 사랑하는 시기를 보내지 마시고, 이전보다 하나님을 신뢰하고 사랑하며 어제 보다 나은 내일, 어제보다 나은 우리가 되기 위해 기억하고 실천하며 나가는 저와 여러분 모두가 되길 주님의 이름으로 축복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