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람 데오-기도(마6:5-8)

하나님의 은혜와 평화가 우리 가운데 있기를 바랍니다.

(화면) 아르헨티나 화가인 호르헤 코코 산탄젤로(Jorge Cocco Santangelo)가 그린 ‘부르심’(El Llamado)이라는 제목의 그림입니다.

마태복음 4장에서 예수님께서 제자들을 부르시는 데, 그것을 담은 내용입니다. 그런데 언뜻 보면 제자들이 탄 배는 마치 수족관 안에 있고, 예수님은 그들에게 수족관 밖으로 나오라고 하시는 것 같습니다. 수족관에서의 삶은 자기의 에고를 버리지 못한 채, 본성에 따라서 사는 삶입니다. 예수님은 하늘나라가 이미 왔으니 너희는 이 땅에서 살지만, 하늘나라를 소유하도록 부르시는 것이지요. 이 땅에서 누리는 하늘나라가 추구하는 방향과 가치는 바로 마태복음 5장부터 나오는 산상보훈입니다.

위선은 하나님께 나아가는 길을 막는 큰 장애물인데, 위선과 관련된 세 가지 주제를 예수님은 말씀하셨습니다. 그것은 자선, 기도, 금식입니다. 자기를 드러내지 않으면서 남을 돕는 자선은 하나님의 보상이 반드시 있다는 것이 지난 시간에 드린 말씀입니다.

오늘은 두 번째 주제인 기도에 대하여 살펴보려고 합니다. 기도는 내 인생의 주인이 하나님이라는 것을 고백하는 일이기에, 그리고 내 영혼이 살아 숨 쉬는 것이기에 성도라면 마땅히 할 일입니다.

많이 들으셨듯이 기도란 하나님과의 대화입니다. 만일 여러분이 ‘나는 우리 아버지하고는 대화가 안 돼’ 하고 말한다면 아버지와 관계가 비정상이라는 말입니다. 잘못된 기도는 하나님과 대화가 안 된다는 말이고, 하나님과 대화가 안 된다는 것은 신앙이 잘못되었다는 것입니다. 그러니까 잘못된 기도는 잘못된 신앙이라고 할 수 있어요. 그래서 우리는 잘못된 기도가 무엇인지 알아야 하고, 잘못된 기도에서 벗어나야 합니다.

어떤 기도가 잘못된 기도일까요? 오늘 성경에서는 잘못된 기도 두 가지를 말합니다.

첫 번째는 사람에게 보이려고 하는 기도입니다.

한국에서 사역할 때, 새벽기도를 하는데, 기도를 마치고 눈을 뜨니 한 권사님이 아직도 기도하고 계시는 거예요. 그래서 저는 다시 눈을 감고 기도합니다. 조금 더 지난 다음에 슬며시 눈을 뜨고 보니 아직도 권사님은 기도하고 있어요. 저는 다시 눈을 감고 더 기도합니다. 왜 그랬을까요? 권사님보다는 내가 더 많이 기도한다는 것을 권사님에게 보여주고 싶었던 거예요. 사람에게 보이려는 기도입니다.

그러면 사람에게 보이려고 하지 않으려면 어떻게 기도해야 합니까?

①골방에 들어가 기도하는 것입니다. 본문에서 정확하게는 너의 골방에 들어가라고 했습니다. 남의 골방이 아닙니다. 나의 골방입니다.

기도할 일만 생기면 기도원이나 산으로 가는 사람이 있습니다. 기도원이나 산에 가서 기도하면 응답이 더 잘된다고 생각하는 것은 은연중에 풍수지리 사상의 영향을 받은 것입니다.

기도원을 말하니까 생각나는 얘기가 있습니다. 한국에 다녀온 러시아 목사님이 저에게 이런 말을 했어요. “우리 러시아 교인들은 구원받기가 매우 어려울 것 같습니다.” 이유를 물었더니, 한국에서는 기도하려고 산으로 가는데 우리 러시아에는 산이 없기 때문이라는 거예요. 조크였지만, 기도하려면 특별한 곳으로 가야 한다는 생각은 잘못입니다. 예수님은 기도하러 광야로 나가야 한다고 하지 않으셨습니다. 당시 광야에는 하나님을 사모하는 이들이 많이 모이기도 한 곳입니다. 흔히 그들을 에세네파라고 부르기도 합니다.

나의 골방으로 가라고 했지만, 나에게는 골방이 없다고 하시는 분들도 있을 거예요. 그러나 기도할 때 방해를 받지 않는 조용한 곳이면 어디나 골방이 됩니다. 운전하는 분들은 차 안이 골방이 될 수도 있고요.

②문을 닫고서 기도하라고 하셨습니다. 남들에게 기도한다는 것 소문내지 말라는 것입니다.

어느 교회에 독신 여자 목사님이 새로 부임하셨습니다. 그리고 다음 날 새벽기도회를 하고 나서 목사님은 기도했습니다. 이제 새로운 교회에 막 부임했으니 얼마나 부담을 느꼈겠어요. 그래서 크게 부르짖으면서 기도했습니다. “주여, 부족한 여종에게 영감을 주시옵소서. 새로운 영감을 주~~~시옵소서.”

근처에 앉아 기도하던 권사님이 놀란 나머지 새벽기도회에 오지 않은 친구 권사님에게 바로 달려갔습니다. “세상이 말세여, 말세. 어떻게 부끄러운 줄도 모르고 그렇게 기도하냐.”

“왜 그래? 무슨 일이야?” 묻는 친구 권사님에게 이렇게 말했어요. “글쎄, 오늘 새벽에 기도하러 갔는데 어제 오신 목사님이 새 영감을 달라고 기도하네. 창피하지도 않은지 다 들리게 큰 소리로 말이야. 우리 교회에 와서 영감하고 결혼하려나 봐.”

그 소문이 교회 내에 퍼지면서 그 목사님은 한동안 마음고생을 했다고 그래요. 좋은 기도라고 하더라도 소문내지 말아야 할 것이 많습니다. 문을 닫고 기도해야 합니다.

③숨어서 계시는 네 아버지께 기도하라고 하셨습니다. 기도는 내가 아버지와 만나는 것입니다. 목사로 만나는 것도 아니고 장로로 만나는 것도 아닙니다. 오직 아버지와 아들, 혹은 아버지와 딸로 만나는 시간입니다.

예수님 당시까지 하나님을 아버지라고 부른 사람은 예수님 외에 한 사람도 없었습니다. 그리고 기독교 외에는 하나님을 아버지라고 부르는 어떤 종교도 없었습니다. 그래서 한 신학자는 이런 말을 했어요. “만일 예수 그리스도의 모든 역사 가운데 놀라운 교훈들이 전혀 없었다 하더라도, 하나님이 우리 아버지라고 가르치신 것 하나만으로 그는 인류 최대의 교사일 것이다.” 우리가 기도하면서 하나님을 아버지라고 부를 수 있게 된 것은 예수 그리스도께서 하신 일입니다. 2000년 전 그분께서 십자가에서 돌아가셨고, 그래서 우리는 하나님을 아버지라고 부를 수 있게 된 것입니다.

사람에게 보이려고 하는 기도가 잘못된 것이라면 두 번째 잘못된 기도는 이방인처럼 기도하는 것입니다.

기도는 기독교만의 전유물은 아닙니다. 다른 종교에도 기도가 있습니다. 그 말은 곧 우리의 기도는 성경이 말하는 기도를 따르지 않고 다른 종교에서 말하는 기도처럼 변할 수 있다는 말이기도 합니다.

다른 종교에서 하는 어떤 기도를 기독교인은 따르지 말아야 합니까?

①빈말을 되풀이하는 기도를 하지 말라고 하셨습니다.

이 말은 같은 말을 반복하지 말라는 의미가 아닙니다. 예를 들면 어머니가 큰 병으로 치료 중이라고 합시다. 그럴 때 “하나님, 어머니를 낫게 해주세요.” 하는 기도를 하게 되는데, 그 말만 자꾸 반복할 수도 있습니다. 중요하고 절박한 문제를 놓고는 반복해서 기도할 수 있습니다.

빈말을 되풀이하지 말라는 것은 그런 의미가 아니고, 주문 외우는 식으로 기도하지 말라는 것입니다. 다른 종교에는 주문 외우는 기도가 상당히 많습니다. 이스라엘 백성이 이집트에서 나와 가나안으로 들어갈 때 하나님은 모세를 통하여 명령하셨습니다. 그 땅에 들어가면 그곳의 종교들이 하는 주문(진언) 외우는 것을 하지 말라고 하시며, 하나님은 이런 것을 미워하신다고까지 말씀하십니다(신18:11,12).

다른 종교에서 그렇게 하는 이유는 주문 그 자체에 어떤 힘이 있다고 믿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주문의 뜻을 잘 몰라도 같은 말을 계속 반복하고 많이 반복한다면 소원이 이루어지거나 어떤 기적이 일어난다고 믿는 거예요. 불교의 천수경도 그런 경우입니다.

불교만이 아니라 로마 가톨릭교회(천주교)나 정교회에도 이와 비슷한 습관이 있습니다. 가톨릭에서는 묵주기도가 있는데, 염주 알 같은 묵주를 굴리면서 자꾸 특정 기도를 반복하는 것입니다. 정교회에는 예수 기도가 있습니다. 쉬지 말고 기도하라는 사도 바울의 가르침을 따라 “주여, 나를 불쌍히 여겨주세요.” 하는 기도를 주문 외우듯이 계속합니다.

생각해보세요. 기도를 하나님 아버지와 대화라고 합니다. 아버지와 대화하는데, “아버지, 나를 불쌍히 여겨주세요.” 같은 말을 백 번이고 천 번이고, 계속 반복한다면 아버지는 어떻게 말씀하실까요? “미친놈!” 그렇지 않을까요? 이렇듯 주문을 외는 기도는 하지 말아야 합니다. 하나님은 그런 것을 미워하신다고 하셨습니다.

②우리는 기도할 때 말을 많이 해야만 들어주신다고 생각하지 말아야 합니다.

북이스라엘에 3년 6개월이나 비가 오지 않아 가뭄에 시달리고 있었습니다. 그때 예언자 엘리야는 이세벨이 섬기는 바알신의 예언자 450명을 갈멜산으로 모이게 하여 누가 진짜 신인지 대결해 보자고 했어요~

바알의 예언자들은 자기들이 믿는 신 바알에게 소를 제물로 바치면서 불이 내리기를 기도했습니다. 그러나 아무 일이 일어나지 않았습니다. 그들은 아침부터 한낮이 될 때까지 소리를 지르면서 제단 주위를 돌며 춤을 추면서 기도했습니다. 그래도 아무런 일이 일어나지 않았습니다. 나중에는 그들은 칼과 창으로 자기들의 몸을 찌르면서 미친 듯이 날뛰었습니다. 그러나 여전히 아무런 소리도 없고, 아무런 답도 없고, 아무런 기척도 없었습니다. 마침내 엘리야 예언자가 나서서 기도하니 하늘에서 불이 내려와 제단의 제물을 살랐습니다. 바알의 예언자들은 그들의 신에게 말을 많이 해야 한다고 생각한 것입니다.

​ 교회 안에도 이런 영향을 받은 기도가 있습니다. 길게 기도하면 좋은 기도라고 생각하는 것입니다.

어느 교회에서 체육대회를 했습니다. 행사를 마치면서 마지막 예배를 드리는데, 평소에 기도 길게 하기로 소문난 장로님께서 기도 순서를 맡았습니다. 장로님의 기도는 시작되었고, 창세기부터 요한계시록까지 기도는 계속 이어졌습니다. 상당히 긴 시간이 흘렀습니다. 기도를 마친 장로님이 눈을 떠보니 목사님만 남아있고, 교인들은 한 사람도 없었어요.

장로님이 놀라서 “목사님, 어떻게 된 일입니까?” 하고 묻자, 목사님이 대답했어요. “아, 예! 노아 홍수 때 다 떠내려갔습니다.”

이상국 시인의 ‘커피 기도’라는 시가 있습니다.

커피점에 온 모녀가

커피가 나오자 기도를 한다

나는 보던 책을 내려놓았다

금방 끝날 줄 알았는데 기도는 길어지고

딸이 살그머니 눈을 떠 엄마를 살피고는

다시 눈을 감는다

하느님도 따뜻한 커피를 좋아하실 텐데……

식사 기도를 시키면 길게 하는 사람이 있습니다. 그러나 식사 기도를 할 때는 시인의 표현처럼 하나님도 따뜻한 음식을 좋아하실 것으로 생각하면서 기도합시다.

기도의 사람이라고 하는 E. M. 바운즈는 이런 말을 했어요. “공중기도(대표기도)는 짧게 할수록 좋고, 개인기도는 길게 할수록 좋다.” 주일예배 순서에 기도가 있으면, 기도하는 그 일을 위해서 꼭 미리 기도하시기 바랍니다. 그리고 기도 시간도 3분을 넘지 않게 하시고요. 자칫하면 횡설수설하는 것보다는 차라리 기도하면서 정성껏 써서 보면서 기도하는 것이 더 좋을 수 있습니다.

③주문 외우는 식의 기도나 길게 기도해야 좋은 기도라고 생각하는 이들에게 하나님은 우리가 구하기 전에 우리에게 필요한 것이 무엇인지 아신다고 했습니다. 하나님은 우리가 구하기 전에 이미 우리에게 무엇이 필요한지 아신다면 굳이 기도할 필요가 있을까요?

예루살렘은 망했고, 이스라엘은 바벨론의 포로 생활을 하게 되었습니다. 고난이 시작되었는데, 하나님은 미래에 될 회복을 약속하셨습니다. 예언자 에스겔을 통하여 이런 약속을 하셨습니다. “나는 너희를 그 더러움에서 건져낼 것이다. 내가 직접 밭에 명령을 내려 풍작을 이루게 할 것이다. 더 이상 기근을 보내지 않으며, 너희 과일 농사와 밭농사가 번창하게 할 것이다. 앞으로는 기근 때문에 다른 민족들에게 모욕을 당하는 일이 없을 것이다.”(메시지 성경 겔36:29,30)

포로에서 해방되고 풍족하게 살 것이라고 약속하시는데, 마지막에 가서 하나님은 이렇게 말씀하셔요. “그래도 이스라엘 족속이 이같이 자기들에게 이루어 주기를 내게 구하여야 할지라.”(겔36:37). 우리에게도 동일하게 적용됩니다. 하나님은 엄청난 복을 우리에게 약속하셨습니다. 성경에서 약속하신 것은 너무나 많습니다. 그러나 우리가 구해야만 주시겠다는 것입니다.

왜 그러실까요? 주시려면 그냥 주시지 꼭 달라고 해야만 주십니까? 치사하게 말입니다. 그러나 하나님은 우리가 기도함으로 하나님께서 하시는 일에 참여하도록 하시는 분입니다. 우리를 하나님과 같이 일하는 협력자로 높여주시는 것입니다. 그리고 우리는 그럴 때 그 일을 하나님이 하시는구나 하고 느끼게 됩니다. 우리가 기도하지 않고 이루어졌어요. 그러면 우리는 하나님이 하셨다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내가 잘나서, 혹은 운이 좋아서 그렇게 된 것이라고 착각하는 것이지요.

우리가 구하기도 전에 하나님께서 우리의 필요를 아시고 있다는 것을 알면 우리는 그 하나님을 꼭 붙잡기만 하면 됩니다. 그럴 때 우리의 기도는 즐거움이 됩니다. 그 확신이 없기에 우리는 기도하지 않고, 기도해도 소용없다고 생각합니다.

우리는 기억해야 합니다. 그리스도인이 다른 그리스도인과의 교제를 피할 때 마귀는 미소를 지으며, 성경 공부를 중단하면 마귀는 웃습니다. 그러나 기도를 멈추면 마귀들은 기뻐서 환호성을 지릅니다. 그러므로 기도하기 싫을 때는 더 기도해야 합니다.

기도는 우리 인생의 길에서 운전대가 되어야 합니다. 급할 때만 찾는 스페어타이어가 되면 안 됩니다. 기도하면 내 걱정거리는 더 이상 내 것이 아닙니다. 하나님께 맡기기 때문입니다. 그렇게 되면 삶이 신나는 거예요. 기도를 통하여 여러분에게 주신 놀라운 축복이 현실로 이루어지기를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