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상트페테르부르크 대한민국 총영사인 변철환 장로님의 간증설교로 교우들이 은혜를 받다. 설교 텍스트에 모든 내용이 다 포함되지는 않았지만, 러시아와 대한민국을 위하여 기도를 많이 하시는 것을 설교를 들으며 느끼다.

하나님의 은혜(사도행전9:15-22)

(기독교에 대한 편견) 저는 유교적 전통이 강한 한국 경상도의 가정에서 태어나, 독실한 불교신자인 어머니의 영향과 교육을 받으며 성장하였기 때문에 기독교에 대해서 매우 부정적인 선입견을 가지고 있었습니다. 대학에 입학한 후에는 합리주의 이성주의적 가치관에 심취함으로써 예수님의 동정녀 마리아를 통한 탄생과 부활 등 기독교의 교리가 터무니 없고, 심지어 매우 위험하게 보여졌습니다. 민족주의적 열정이 충만했던 한국의 청년에게 기독교는 제국주의 시대 서구 열강의 아시아 침략의 정신적 도구로만 보였습니다. 그래서 교회에 다니는 사람들 특히 청년들이 너무나도 한심하게 보였습니다.

(교회에 발을 들여 놓다) 그런데 갑자기 문제가 생겼습니다. 제가 주중국대사관에서 근무할 때 저와 마찬가지로 기독교 신앙이 없던 아내가 동료 외교관 부인 등과 함께 성경공부를 하면서 감동을 받아 갑자기 교회에 나가겠다는 것입니다. 저는 당황하고 또 화가 나서 나와 먼저 이혼을 하지 않고는 교회에 나갈 수 없다고 소리를 쳤습니다. 나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교회에 가겠다는 아내를 현관문에서 막아서서 밀쳐버림으로써 아내가 넘어지고 아이들이 울어버리는 소동까지 일어났습니다.

이같은 저의 완강한 반대로 아내는 주일날 교회가는 것을 당분간 포기하였는데, 어느 수요일 저녁 제가 퇴근해서 저녁밥을 집에서 먹는데 당시 4살짜리 제 딸이“아빠 오늘 엄마하고 우리 교회에 절대 안갔어”라고 말하였습니다. 아내가 제 몰래 수요예배를 아이들과 함께 낮에 다녀오고 아이들에게 아빠에게 절대 교회갔다고 말하지 말라고 하였던 것입니다. 저는 제 딸의 이런 모습이 너무 귀여워서 저의 완고했던 마음이 눈 녹듯이 녹았습니다. 하나님이 제 딸을 통해 저의 마음을 만지신 것입니다. 각자 종교의 자유가 있는데 반대한다고 해서 말릴 수 있는 것이 아니라는 생각에 아내와 아이들이 교회에 가는 것을 허락하였습니다. 제 딸이 교회에서 배운 율동을 퇴근후 지친 아빠 앞에서 할 때 너무나도 귀엽고 흐뭇하였습니다.

아내와 아이들을 교회에 차로 데려다 주고 교회 밖에서 기다리다가, 기왕 기다릴거면 교회안에서 기다리자는 마음에 교회에 나가기 시작했고, 가족이 공동의 신앙을 가지는 것이 나쁘지 않겠다는 생각에 2008년 인도네시아 자카르타 근무시 세례를 받았습니다. 그러나 제대로 된 믿음이 없었고 하나님을 인격적으로 만나지도 못했기에 그야말로 선데이 크리스찬이었습니다.

(회심) 2016년 주일본대사관 근무를 마치고, 당시 고등학교 2학년인 제 딸의 교육을 위해 아내와 딸은 도쿄에 남겨두고 저 혼자 북아프리카의 주리비아대사관으로 부임하였습니다. 퇴근 후 텅빈 집에 혼자서 외로움에 지쳐가던 저는 평소 잘 읽지도 않던 성경을 집어 들었습니다. 창세기부터 읽기 시작했던데 그간 허무맹랑한 신화로만 느껴졌던 성경 내용이 믿기지 시작하고 성경의 활자가 마치 춤을 추는 듯 생생하게 다가왔습니다. 감동이 물밀듯이 다가왔습니다.

성궤를 예루살렘에 모셔올 때 다윗이 기뻐 춤추는 부분을 읽을 때 나도 모르게 일어나 춤을 함께 추었습니다. 주위에 아무도 없었기에 가능했습니다. 아내나 아이들이 있었으면 창피해서 절대 못했을 것입니다. 퇴근후 성경 읽다가 하나님 앞에서 춤을 추는 것은 그 이후 저의 큰 즐거움이 되었습니다. 춤을 어떻게 춰야 하는지 몰라 망설였는데, 제 딸이 어릴 때 제 앞에서 추던 춤을 일부 기억해 내고, 기억나지 않는 부분은 창작을 하였습니다. 제 딸의 율동에 내가 기뻐하였듯이, 비록 중년의 배나온 저이지반 저의 춤을 하나님이 기뻐하실 것이라는 생각을 하였습니다. 그렇게 하나님을 만났습니다.

(훈련시키심) 주리비아대사관 근무를 마치고 2018년 한국으로 돌아왔습니다. 하나님을 알게 되었으니 이제부터 모든 것이 순탄하리라 생각했는데, 보직이 주어지지 않고 대기발령을 받게 되었습니다. 외교부에서 메이저 과장중의 하나인 중국과장을 역임하는 등 남부럽지 않은 경력과 자부심을 가지고 있던 저에게는 적지않은 충격이었습니다. 그러던중 국립외교원 교수부장직을 공개모집한다는 공고를 보고 지원을 결심하였습니다.

신규 외교관 등 외교부 직원 교육을 담당하는 직책입니다. 소위 외교부 핵심보직이 아니고 출세코스도 아니지만, 미래 한국외교를 짊어질 젊은 외교관들을 기도로 길러내겠다는 마음으로 지원을 하였습니다. 1차 서류심사 2차 면접심사에 대비하여 국내외의 엄청나게 많은 자료를 모으고 분석하여 철저하게 대비하였습니다. 압도적으로 1등을 할 자신이 있었습니다. 새벽마다 교회에 가서 하나님께 이 보직을 주십사 기도하였고, 7주간 토요일 마다 집에서 한강다리를 건너 강남에 위치한 국립외교원까지 찬송가 부르면서 5시간 이상 걸어갔습니다. 아무도 없는 외교원 강의실에서 “이 산지를 내게 주소서”라는 찬송가를 부르고 기도를 하였습니다. 소위 땅밟기를 한 것입니다.

모든 것이 완벽하게 준비되었다고 생각했는데, 결과는 어이없게도 1차 서류심사 탈락이었습니다. 말씀드린 바와 같이 제가 외교부에서 나름 나쁘지 않은 경력을 가지고 있었기 때문에 서류심사는 당연히 통과될 것이고, 2차 면접심사는 철저히 준비했을 뿐만 아니라, 하나님께도 그렇게 간절히 기도했고 또 외교관들을 기도로 길러내겠다는 명분도 좋았기 때문에 하나님이 이 보직을 안주실 수 없다고 생각했던 저의 교만한 마음을 하나님이 치신 것입니다. 내 삶의 주인은 내가 아니고 하나님이고 모든 결정은 하나님이 하신다는 것을 부서지고 부서지면서 깨달았습니다.

다시 보직을 찾지 못함에 따라 시간이 많아졌고, 저는 더욱 열심히 신앙에 전념할 수 있었습니다. 성경을 집중해서 읽고, 새벽기도에 더욱 정성을 다하고, 외교부 선교회 활동, 통일기도회 활동, 공무원 선교회 모임 등에 빠지지 않고 참석함으로써 제 스스로 느끼기에도 믿음이 쑥쑥 성장하고 있었습니다.

(하나님이 예비하신 길) 이러던 저는 재외동포영사국장으로 임명을 받았습니다. 아 하나님은 나를 외교관 교육을 위한 교수부장이 아니라 재외동포들을 위한 일꾼으로 예비하셨구나, 하나님은 나에 대한 계획을 따로 가지고 계시구나 하는 것을 깨달았습니다. 제가 사실 중국과장외에 재외동포과장도 하였기 때문에 하나님의 인도하심을 선명하게 알게 되었습니다.

더욱 놀라운 일은 저의 신앙생활을 지켜보던 외교부 선교회 회원들이 저를 회장으로 추대한 것입니다. 기독교를 조롱하고 심지어 아내와 아이들이 교회에 가는 것을 핍박하였던 한심한 제가 대한민국 엘리트들이 모인 외교부 기독교 선교회 회장을 한다는 것을 과거에는 꿈에서도 상상할 수 없었던 일입니다. 하나님 일하심의 신묘막측함은 이루 헤아릴 수가 없습니다.

재외동포영사국장의 임기를 마치고 2021.7월 주상트페테르부르크총영사로 부임하였습니다. 저는 외교부에서 중국 등 아시아 전문가이고 러시아는 한번도 근무한 적이 없기 때문에 처음 상트 발령소식을 들었들 때 매우 당황하였고, 내가 잘 할 수 있을까 하는 걱정이 많았습니다. 하나님은 왜 나를 이곳으로 보내셨을까 하는 의문이 일어났지만 하나님이 하시는 일은 한치의 오차도 없으시고 다 뜻이 있으시다는 믿음을 가지고 부임하였습니다.

그런데 부임한 이듬해 우크라이나 사태가 터지고 한국과 러시아간 대부분의 교류가 중단됨에 따라 제가 계획했던 한국과 러시아 북서관구간 주요 교류협력 계획이 모두 무산되었습니다. 이럴거면 저를 이곳에 왜 보내셨습니까 하는 원망이 들었는데, 하나님은 우크라이나 사태로 어려움을 겪는 한국 교민사회와 투자기업 그리고 고려인 동포들을 위해 기도하라고 너를 상트에 보내었다는 마음을 주셨습니다.

이분들을 위해 기도를 계속할 때, 제가 섬기는 교회에서 저를 장로로 추대하였습니다. 외교부 선교회 회장 만큼이나 제가 장로를 한다는 것은 꿈에도 생각해 보지 않았던 것이기 때문에 저는 깜짝 놀라 처음에는 정중하게 거절하였지만, 이 또한 하나님이 저를 상트로 보내신 뜻이라는 마음을 주셔서 감사하고 두려운 마음으로 장로직을 수락하고, 이후 두 달에 한번씩 저희 교회에서 설교를 하게 되었습니다. 하나님은 마귀의 괴수 같았던 저를 크리스찬으로서 도대체 어디까지 계획하고 계신지 두려운 마음이 들기까지 하였습니다.

(고려인 동포사회를 위한 기도) 향후 하나님이 저를 어디로 인도하실지 알 수는 없지만, 저를 외교부 재외동포과장 재외동포국장을 시키셨기 때문에, 재외동포들 특히 제가 근무한 러시아 고려인 동포들은 저의 기도목록의 중심에 계속 있을 것입니다. 고려인 동포들은 일제강점기 우리민족 독립운동의 중요한 한 축이었을 뿐만 아니라, 러시아 사회에서도 존경받는 모범적인 구성원이 됨으로써 한국과 러시아간 우호관계 증진을 위한 소중한 자산입니다.

제가 이곳에 부임하면서 고려인 동포들과 많은 접촉을 하면서, 이분들이 과연 나와 역사와 문화와 혈통을 공유한 동포이고, 얼마나 자랑스럽고 훌륭한 형제인지를 새삼 실감하게 되었습니다. 특히 이 자리에 계신 여러분들과 같이 하나님 말씀 붙들고 살아가는 크리스찬 동포들은 장차 고려인 동포사회를 영적으로 이끌어 나가고, 나아가 러시아 사회에도 선한 영향력을 끼침으로써 전세계 한인 동포사회의 귀감이 되리라고 확신합니다. 앞으로도 여러분들을 위해 계속 기도하고 제가 할 수 있는 일을 하겠습니다.

오늘 저의 말씀을 나눌 수 있는 귀한 기회를 주신 최영모 목사님과 장로교회 지체 여러분들을 축복하고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