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38장

    저스틴을 가끔 괴롭혔던 불면증이 다시 돌아왔다. 그는 어두운 방에서 그가 어디 있었는지도 잠시 잊어버리고 멍하니 누워있었다. 머릿속에는 그날의 일들이 연상되었다. 정신을 완전히 차리지 못해 기억은 희미했으나 곧 머리는 맑아졌다. 멜리토는 헤게시푸스, 그리고 에베소의 주교와 함께 여행할 것이라고 했다. 트랄레스에서 하룻밤을 묵은 후 그들은 히에라폴리스로 갈 것이다. 그 도시의 주교 클라우디우스 아폴로나리우스는 ‘새로운 예언’에 대해 아시아의 주교들을 모아 회의를 열기로 했다. 이 움직임은 프리지아 사람들을 사로잡았고 아시아를 바탕으로 온 제국으로 뻗어 나가기 직전이었다. 헤게시푸스는 이 ‘새로운 예언’과 그것의 창시자 몬타누스에 대해 아주 궁금했다. 에베소의 주교는 이 움직임을 책망했다:

    “그들은 성령으로 직접 말한다고 들었소. 그들은 황홀경에 빠지는 것으로 예배를 방해하며, 결혼을 금하고 있소. 또한 그들의 금식은 극단적이고, 심지어 성찬식에서도 포도주를 금하고 있으며, 성도들은 순교해야만 한다고 가르친다오!”

    “하지만 예수 그리스도에 대한 가르침에 이단성이 있습니까?”

    “거기서는 문제가 별로 없는 듯하오.” 주교는 대답했다. “로마에서는 이 운동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오?” 그는 저스틴에게 어색한 질문을 던졌다.

“엘레우테루스 주교님은 이것에 대해 아주 깊은 고민을 하셨습니다. 그리고 또한 그분은 교회의 평화를 지키길 원하십니다.”

    잠시동안 일행은 조용했다. 마차는 마그네시아를 거쳐 메안데르 골짜기로 향하고 있었다. 그들의 눈앞에는 높은 산들과 비옥한 땅이 펼쳐졌다. 잠이 완전히 깬 저스틴에게는 모든 것이 이상했다. 마르코스는 에베소에 몸져누워있었다. 그는 영향력 있는 지도자들과 함께 중요한 회의에 곧 참석할 것이고 로마를 대표하여 의사를 전달해야 할지도 몰랐다. 친구의 부재가 아쉬웠다.

    저스틴은 복음서의 내용을 되살려 보았다. 바로 이 길로 120년 전 두기고가 에베소에서 바울의 설교를 듣고 골로새와 라오디게아로 말씀을 들고 갔을 것이다. 곧 이들은 파피아스가 진리를 수년간 가르치던 그 도시에 도착할 것이다. 하지만 이런 생각들도 저스틴의 고독한 마음을 가라앉히지 못했다. 약 스무 명의 아시아 주교들과 그는 로마 교회, 아니 서방 교회 전체를 대표하여 회의에 참석해야 할 것이다.

    이 생각들은 부엌에서 들려온 접시 깨지는 소리에 그의 머릿속을 떠났다. 저스틴은 일어나 옷을 입으며 노래를 불렀다. “주님, 내가 주님께로 피합니다. 보호하여 주시고, 수치를 당하는 일이 없게 해주십시오. 주님은 의로우시니, 나를 도우시고, 건져 주십시오.…” 부엌에는 약 60세로 보이는 여자가 깨진 그릇을 치우고 있었다. 창문을 통해 빛이 들어왔다.

    “앗!” 여자는 움찔하며 말했다. “잠을 깨워서 미안합니다. 나이를 먹을수록 점점 더 손이 말을 듣지 않는군요. 벌써 이번 주에 두 그릇이나 깨뜨렸습니다.”

    “이미 깨어 있었습니다.” 저스틴이 말했다.

    “당신이 로마에서 온 손님이군요. 얘기 들었습니다.” 그녀는 그릇 조각을 치우며 말했다. “나는 포르투나타라고 합니다. 당신의 이름은 무엇입니까?”

    “저스틴입니다.” 그가 대답했다. 하지만 더 말을 하기도 전에 그녀가 계속했다. “저스틴이라고요? 로마에서 왔지요? 우리는 온 제국에서 손님들을 맞이합니다. 지리적 특성상 많은 여행 경로의 중심지이지요. 당신은 지금 아주 훌륭한 사람들과 여행하고 있습니다. 그쪽으로 최근에 많은 주교가 갔습니다. 그들은 모두 페푸자라는 곳에서 나온 ‘새 예언’에 대해 걱정을 하고 있습니다. 여기 머무를 때도 그 얘기만 하더군요. 참견하기 좋아하는 사람은 아니지만 식사를 대접하면서 어쩔 수 없이 엿듣게 되었습니다.

    “그렇군요.”

    “정말 안타깝습니다. 막시밀리아라는 젊은이가 있습니다. 그녀는 여기 수차례 방문했었습니다. 그녀의 남편의 고향이 여기지요. 그래서 그녀가 두 아이를 남겨놓고 떠났을 때 그는 부모님 곁으로 다시 돌아왔습니다. 애들과 할머니를 시장에서 종종 봅니다. 아들놈은 아주 총명하지만, 딸은 좀 이상합니다. 애가 전혀 말을 하지 않고 심지어 사람을 쳐다보지도 않습니다. 엄마가 보고 싶어서 그런 것이겠지요. 불쌍한 아이들한테 너무 많은 일이 벌어져 안타깝습니다. 애들 엄마는 ‘성령으로 말을 한다’고 몬타누스에게로 떠났습니다. 예전에는 여기를 자주 들렸지만 지금은 거의 오지 않습니다. 마지막으로 봤을 때는 정말 소름이 끼쳤습니다. 무슨 말인지 아시겠지요.”

저스틴은 고개를 끄떡이며 계속 들었다.

    “그 금식과 혼미 상태에 빠지는 것이며 별 이상한 것들이죠. 물론 그녀를 비판하려는 것은 아닙니다. 하지만 많은 사람이 거기에 빠져 ‘새 예언’을 따르고 있습니다. 심지어 페푸자를 ‘새 예루살렘’이라고까지 부릅니다. 정말 기가 막히지 않습니까?”

    “그녀가 미쳤다고 생각하십니까?” 저스틴이 물었다.

    “완전히 미치지는 않았지만 감쪽같이 속아 넘어간 것은 사실입니다.” 노인의 어조에서 그녀가 막사밀리아를 걱정하고 심지어 애정을 표현한다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저스틴도 로마에서 가장 사랑스럽고 매력적인 사람들이 ‘새 예언’에 빠져 있다는 것을 알았다. 아직 친구로 지내는 많은 이들을 떠올리며 주교가 그들에게 너무 가혹하게 하지 않는다는 것이 옳다는 생각을 다시금 했다. 하지만 눈앞의 일들은 그에게 여유를 주지 않았다.

    “당신은 프리지아의 ‘새 예언’에 대하여 어떻게 생각합니까?” 포르투나타는 저스틴에게 웃으며 물었다.

    “우리 엘레우테루스 주교님은 교회 안에 평화와 자유를 지키려고 하십니다.”가 그의 대답이었다. 그는 히에라폴리스에 모인 주교들은 더 확실한 답을 원한다는 것을 알았다. 하지만 그녀에게는 별로 중요하지 않아 보였다. 그를 바라보는 그녀의 눈빛은 마치 온 아시아의 교회들이 그를 바라보는 듯한 느낌을 주었다.

    “그들에게 평화를 주며 주님과 사도들을 따르라고 권면할 수밖에 없지요.” 그는 이렇게 대답했다.

    “잘 되면 좋겠습니다.” 포르투나타가 대답했다. 그녀는 깨지지 않은 그릇들을 씻으며 중얼거렸다. “새 예루살렘 페푸자라고? 참, 기가 막히는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