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54장

    늘 그렇듯 거칠고 난폭한 나일강 주변의 여관들을 벗어날 수 있는 텝투니스 시골 마을의 조용한 농장은 여행객들에게 너무 반갑게 다가왔다. 이 농장은 포도주 상인 아폴로니오스의 소유였고 지금까지 맛본 것 중 가장 맛있는 포도주가 바로 여기 있었다. 음식 또한 환상적이었고 서기들은 이런 후한 대접에 매우 감사했다. 이교도와의 자리가 그다지 편한 것은 아니었지만 그래도 이 사람들은 관대하고 유쾌한 이들이었다. 좋은 책과 좋은 포도주를 나누기를 즐기는 디오도루스의 손님이라면 이 저택에서 누구나 큰 환영을 받았다.

    이런저런 이야기들과 함께 저녁이 깊어질수록 분위기는 뜨거워졌고 아폴로니오스는 손님들에게 며칠 더 묵어달라고 간곡하게 요청했다.

    “죄송하지만 우리는 옥시린쿠스로 빨리 이동해야 합니다.” 디오도루스가 말했다. “아버지가 날 기다리고 계시고, 나 또한 중요한 편지들을 전해야 합니다.”

    “폴룩스는 잘 지내시는가?” 집주인이 말했다.

    “두 주 전에 만났을 때는 별일 없으셨습니다. 아시다시피 아테네의 수사학 학회에서 그를 모셔올 계획이지요! 따라서 저에게는 이것을 확정 지을지도 모르는 편지가 있습니다.”

    “열어보게나!” 들뜬 아폴로니오스가 외쳤다.

    “저는 아버지의 편지를 한 번도 몰래 열어본 적이 없습니다.” 디오도루스가 놀라면서 말했다.

    “아버지께서도 괜찮아하실 것 같은데.” 아폴로니오스가 점잖게 말했다. “하지만 마음대로 하게나. 우리야 뭐 이 엄청난 호기심을 해소할 방법은 없겠지만. 알다시피 저기 일하고 있는 내 종들도 이 소식을 듣고 싶어할 걸세. 특히 폴룩스가 프리니쿠스를 제치고 학회에 들어간다는 것은 매우 기쁜 일이지.”

    “확정이 되는 대로 제일 먼저 알려드리겠습니다.” 디오도루스가 대답했다. “그나저나 저희에게 대접한 이 포도주가 어떤 것인지요?”

    “이 포도주는 타시안 포도로 만들어진 것이네. 솔직히 말하면 마지막 십 년 동안 제조된 것 중 가장 좋은 포도주이지. 나는 특별한 자리를 위해 이것을 아껴왔고 결국 자네들에게 내놓게 되었네.”

    “그렇군요.” 디오도루스는 자기 가방에 손을 넣으며 말했다. “플리니가 이 책에서 타시안 포도에 대해 매우 좋게 말한 것 같던데...”

    제노는 한숨을 쉬며 투덜거렸다. “또 플리니를 꺼내시나요!”

    디오도루스는 역시 뱃사공을 무시하며 계속했다. “플리니가 말하기를, ‘호메르 시대부터 내려온 가장 좋은 포도주는 타소스, 키오스 그리고 아리우시안 포도주이다. 최고의 권위를 가진 의사 에라시스트라투스가 로마의 건국 400년 후에 이 목록에 레스보스 포도주를 더했다.’”

    “나는 로마를 미워해요!” 제노가 크게 말하며 포도주 한잔을 비웠다.

    디오도루스는 계속하여 읽어 내려갔다. “현재 가장 인기 있는 포도주는 클라조메네 포도주이고 레스보스 또한 좋은 포도주이다. 그다음은 시시온, 키프로스, 텔메수스, 트리폴리, 베이루트, 티레와 세베니스 포도주이다. 마지막으로 가장 질이 낮은 포도주는 세 종류인데, 잘 알려진 타시안, 어린싹 포도, 소나무 포도로 생산되는 이집트 포도주이다.”

    “놀랍군,” 아폴로니오스가 말했다. “플리니가 이집트 포도주를 이렇게 낮게 평가하다니!”

    “사실 이 사람은 백 년 전에 이미 죽었지요.” 디오도루스가 대답했다. “지금까지 많은 것이 바뀌었나 보군요. 어쨌든 우리가 대접받은 포도주만 놓고 보면 정말 많은 것이 변한 것 같습니다!”

    제노가 끼어들었다. “로마인들은 그때와 변함없이 지금도 우리를 억압합니다! 온갖 세금과 노예들과 학살들!” 주머니에서 그는 동전 한 닢을 꺼내 보였다. 하드리안 황제가 악어 위에 올라타 창을 휘두르는 그림이 새겨져 있었다. “로마인들은 이게 이집트를 정복했다는 상징으로 여기나 우리에게는 다릅니다! 황제는 세트 신을 무찌르는 호루스 신을 뜻한다고 우리는 믿습니다!”

    저스틴은 마르코스를 쳐다보았다. 두 친구는 이 뱃사공이 곧 사고를 칠 것 같아 순간 겁이 났다. 하지만 다행히도 포도주는 그를 잠들게 했고 디오도루스는 마침 아무런 방해 없이 계속해서 플리니의 책을 읽어내려갔다.

    “포도주의 색깔은 네 종류이며 하얀색, 갈색, 적색과 검은색을 띈다. 프시티안과 흑 프시티안 포도주는 건포도로 제조된 것으로 매우 특이한 맛을 지니고 있어 사실 포도주 맛이 나지 않는다... 그 다음 크레타와 실리치아, 그리고 아프리카의 포도주가 높에 평가받고 있다.”

    마르코스가 저스틴에게 속삭였다. “피니투스가 우리에게 대접한 것이 그 크레타 포도주인가 보군.”

    아폴로니오스는 서기의 의견 때문에 디오도루스가 잠깐 멈춘 것을 틈타 끼어들었다.

    “내 친구 디오도루스여! 플리니는 이제 그만 읽게! 자네와 이 친구들의 이야기를 좀 듣고 싶네! 하르포크라티온은 잘 지내는가? 또한 책방의 데메트리우스 이야기도 궁금하네. 그에게 호메르의 오딧세이 사본을 부탁했지만 그가 내 주문을 잊은 것 같네. 그를 만나면 내가 값을 잘 쳐주겠다고 하게나. 아, 그리고 아폴로니데스는 잘 지내는가? 그는 내 책을 몇 개 가지고 있으니 자네가 옥시린쿠스로 가면 돌려달라고 해주게. 셀레우구스 또한 내 좋은 친구지. 내가 빌려준 책들 중 특히 헤시오드는 잘 간직하고 있다고 믿네. 그리고 무엇보다 줄리아나에 대해 이야기해주게. 난 자네가 그녀를 아티카 모임에 참여시킨 것이 잘했다고 믿네. 얼마나 매력적이고 지적인 여자인지!”

    디오도루스가 대답할 틈도 없이 그는 저스틴과 마르코스를 쳐다보며 물었다. “자네들은 줄리아나를 아는가?”

    “사실은 말입니다,” 저스틴이 대답을 하지 않게 마르코스가 재빨리 말했다. “우리는 옥시린쿠스에 그녀를 방문하러 갑니다.”

    “아,” 아폴로니우스가 대답했다. “그녀를 보려는 남자들이 여기 있군! 많은 사람이 왔건만 모두 허무하게 떠났다네. 무슨 이야기인지 알겠는가? 그러고 보니 자네들도 그녀와 같은 교파이군... 뭐더라, 기독교? 그녀와 같은 신앙을 가지고 있지 않으면 그녀를 감동시킬 수 없네.”

    “우리는 다릅니다.” 저스틴이 자신 있게 대답했다. “줄리아나가 로마를 방문했을 때 그녀와 나에게는 문학적인 공감대가 있다는 것을 확인했고 여기 이집트에 올 기회가 있으면 꼭 방문해달라고 했습니다. 우리는 그녀를 알렉산드리아에서 만났고 옥시린쿠스에서 그녀의 친구들을 만나는 것이 기대됩니다.”

    “그럼 잘 해보게나. 사실 나도 한때는 그녀의 마음을 얻으려고 노력했지만 그녀의 신앙에 동의할 수 없었네. 심지어 그게 가능할지라도 나는 그녀에게 어림도 없었지.”

    저스틴은 그가 줄리아나에 대한 마음이 있다는 것을 아폴로니우스가 안다는 것에 약간 당황했다. 하지만 곧 책들에 관한 대화가 이어졌고 늦은 저녁까지 계속되었다. 뱃사공이 옆에서 시끄럽게 코를 골고 로마인들을 저주했지만 이야기는 끊이지 않았다.

    저스틴은 몇 개의 시편을 떠올리고 편하게 잠을 청했다. 그는 잠들기 전에 시편 104편을 노래했다:

    “높은 곳에서 산에 물을 대주시니, 이 땅은 주님께서 내신 열매로 만족합니다. 주님은, 들짐승들이 뜯을 풀이 자라게 하시고, 사람들이 밭갈이로 채소를 얻게 하시고, 땅에서 먹거리를 얻게 하셨습니다. 사람의 마음을 즐겁게 하는 포도주를 주시고, 얼굴에 윤기가 나게 하는 기름을 주시고, 사람의 힘을 북돋아 주는 먹거리도 주셨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