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56장

    정오가 지나자 야고보가 저스틴과 마르코스를 데리러 왔다. 옥시린코스의 거리들은 대낮에 훨씬 더 붐비는 것 같았다. 그들은 시장터와 아이들의 놀이터를 지나 도시 외곽의 3층짜리 건물에 이르렀다. 여기서 줄리아나가 그들을 맞이했으나 나중에 하르포크라티온의 집에서 열릴 잔치를 위해 아무것도 먹지 않았다.

    줄리아나는 그녀의 로마 친구들이 같이 잔치에 참석하고 그녀의 지식인 친구들과 대화를 같이 나누며 복음을 전할 수 있다는 것에 들떠 있었다. 오후 내내 그들은 줄리아나의 정원에서 같이 이야기를 나누었다.

    “우리는 우리 자신들을 유명한 열 명의 아티카 웅변가들처럼 한 번에 열 명씩 토론해요.” 줄리아나가 말했다. “거기서 여자는 저뿐이지만 제 어머니도 사실 몇 년 전에 이 모임을 시작하신 분 중 한 명이셨어요. 그녀가 주님에 품에 안기셨을 때 많은 사람이 제가 스무 살이 되면 이 모임에 참석하기를 원했죠. 삼 년 전 우리 일원 중 아주 나이 드신 분이 돌아가시고 제가 그 자리를 대신하게 되었죠. 그들의 저와 제 신앙에 대한 신뢰와 관심은 매우 고무적이죠. 제 어머니 덕분이에요. 그래서 저의 열 명은 옥시린코스에서 일 년에 몇 번씩 모여 그동안 수집한 책들에 대해 토론하고 마지막으로 극적인 고전 연극을 읽으며 마치죠. 오늘 우리는 소포클레스의 ‘수색자들’라는 작품을 읽을 거예요. 보통 우리는 인원을 추가 하지는 않지만 몇 명이 부재중이고 하르포크라티온이 로마에서 온 여러분들의 사상과 이야기를 듣고 싶어 해요. 잘 알다시피 지적인 기독교인들을 더 만날수록 그들이 복음을 진지하게 받아들일 수 있는 확률이 더 크다는 거죠. 1년 전쯤에 클레멘트를 데려왔을 때 그들은 매우 긍정적인 반응을 보였어요.”

    “그랬을 것 같군요.” 저스틴이 말했다. “하지만 그는 우리 둘보다 훨씬 더 지적인 사람입니다! 우리를 데리고 가기엔 좀 부담스럽지 않나요?”

    “전혀 그렇지 않아요!” 줄리아나가 대답했다. “두 분 다 책을 사랑하고 사본을 조심스럽게 연구하는 사람들이죠. 마르코스가 당신이 버가뭄 도서관에서 갈렌과 어떻게 마주쳤는지도 이야기해 주었어요. 그냥 그들의 이야기에 관심을 가져다주는 것만으로도 우리 기독교인들이 지식을 멀리하고 이상한 미신만 따른다는 편견을 버리게 할 수 있을 거예요.”

    “편견이요?” 마르코스가 물었다.

    “네. 특히 교양있는 알렉산드리아인들 사이에서 늘 마주치는 것이죠. 아마 셀수스라는 사람에 대해 들어보았을 거예요. 알렉산드리아의 아주 명성 있는 철학자인데 그가 쓴 것 좀 읽어보세요. 아, 저에게 그의 책들이 있어요. 저스틴, 이 부분 한번 읽어보아요!”

저스틴이 읽었다:

    “기독교인들은 어디서나 생명의 나무와 이 나무를 통한 육체의 부활을 이야기한다. 아마 그들의 주교가 십자가에 못 박혀 죽었던 것과 직업상 목수여서 그럴 것이다. 따라서 그가 절벽에서 떨어져 죽거나 대장장이 석수였다면 이 하늘에는 생명의 절벽, 영생의 밧줄, 복의 돌, 사랑의 강철, 신성한 가죽 등이 생겨났을 것이다. 심지어 아이를 재우려 자장가를 부르는 여인에게마저도 이런 괴상한 이야기를 하는 것이 부끄럽지 않겠나?”

    줄리아나는 흥분했다. 그녀는 큰 소리로 말했다. “이 말들은 우리들의 진리에 대한 모욕입니다! 왜 폴룩스나 하르포크라티온이나 디오도루스 같은 교양 있는 사람들이 이 진리를 듣고 삶을 통해 이것을 볼 수 있는 기회를 얻으면 안 되죠?” 다른 필사자를 보며 그녀가 계속했다. “마르코스, 이 부분을 읽어보세요.” 마르코스가 읽기 시작했다:

    “그들의 집에는 감히 자신들의 유식하고 뛰어난 주인들에게 한 마디도 못하는 목수들과 구두장이들과 세탁하는 사람들 같은 가장 무식하고 촌스러운 시골뜨기들이 멍청한 여인네들과 모여 괴상한 이야기만 듣고 다닌다. 예를 들어 기독교인들은 그들의 아비들과 선생들의 말을 신경 쓰지 않으면서 그들에게 복종하라고 가르친다. 이들은 사실 진리가 없으며 궁극적으로 선행을 하지 못한다고 하며 오로지 기독교를 믿어야만 그들과 그들의 가정이 행복하다고 가르친다.”

    줄리아나가 이 말들에 짜증을 내는 것을 서기들을 볼 수 있었다. 저스틴이 물었다. “하지만 폴룩스나 하르포크라티온 또는 디오도루스 같은 당신의 친구들마저도 이런 말들을 믿지 않지 않습니까?”

    “우리 중 어떤 이들은 아직 그렇게 믿어요.” 줄리아나가 말했다. “물론 제가 끊임없이 그들에게 증거하면서 그들의 태도는 많이 누그러졌지만...”

    “그들에게 뭐라고 증거하였죠?” 저스틴이 물었다.

    “예를 들자면, 셀레우쿠스라는 사람이 있었어요.” 줄리아나가 말했다. 그녀는 이 이름을 아주 엄숙하고 경외하는 어조로 말했다. “그가 우리 모임에 참석하는 중 여러 미신에 대한 이야기가 나왔었죠. 그는 이런 사이비 교파 목록의 우리 기독교를 가리키는 ‘크레스투스교’도 포함시켰죠. 그는 우리보고 ‘어리석은 사상을 가지고 의심스러운 의식을 행한다고’ 했었죠. 다른 이들은 물론 제가 기독교 신앙을 가지고 있다는 것을 알고 있었기 때문에 제가 어떻게 반응할지 궁금한 눈치를 보이더군요.”

    “그래서 어떻게 했습니까?”

    “일단 저는 바울의 빌립보서 서신을 인용하여 ‘종말로 형제들아 무엇에든지 참되며 무엇에든지 경건하며 무엇에든지 옳으며 무엇에든지 정결하며 무엇에든지 사랑할 만하며 무엇에든지 칭찬할 만하며 무슨 덕이 있든지 무슨 기림이 있든지 이것을 생각하라’라는 구절을 그들에게 들려주었죠.”

    “그들의 반응은?”

    “일단,” 그녀가 계속했다. “폴룩스와 하르포크라티온은 일원 중 제일 어린 제가 이렇게 자신 있게 요점에서 탈선하지 않는 대답을 한 것에 매우 흡족해 하더군요. 셀레우쿠스마저도 제가 아레테(arete; 뛰어남, 미덕)라는 단어에 이르렀을 때 누그러지더군요. 그들은 기독교인들이 이런 것에 신경을 쓰지 않는 줄 알았죠. 하지만 바울 사도는 우리보고 그렇게 하라고 말하고 있습니다! 셀레우쿠스는 아직 의심하고 우리 일원 중 그 누구도 아직 기독교 신앙을 받아들이지는 않았지만 제 앞에서는 이제 기독교와 그리스도를 그렇게 쉽게 비판하진 못할 겁니다. 그들의 존중함을 신앙으로 바꿔 주시길 주님에게 간절히 바랄 뿐이에요”

    줄리아나의 이런 전략적인 변증에 로마 필사자들은 인상을 받았지만 이교도 지식인들에게서의 이런 방법의 한계는 어디일까 또한 궁금해졌다. 그는 또 질문했다. “하지만 그들의 문학은요? 호메르와 여러 신들의 신화들과 철학자들은 어떻게 합니까? 그들 또한 여기저기서 틀리고 공격적이지 않습니까? 어떻게 그들이 그렇게 굳게 붙잡는 문학을 전혀 비판하지 않고 순조롭게 대화할 수 있죠? 가장 뛰어난 기독교 선생들은 호메르에 나오는 ‘선’이 원래 그 전부터 내려온 모세에게서 비롯되었다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또한 제가 어렸을 때 순교자 저스틴 또한 이런 식으로 변증하더군요. 아테네의 아타나고라스과 안디고의 테오필로스 또한 이렇게 변증하리라고 믿습니다. 또 클레멘트는 어떤가요? 그라면 어떻게 하죠?”

    “클레멘트요?” 줄리아나는 약간 당황했지만 이것이 매우 중요한 문제라는 것을 깨닫고 대답했다. “사실 클레멘트와 그의 스승 판테누스가 저에게 이교도 문학을 통해 올바르게 변증하는 법을 가르쳐 주었어요. 여러 곳을 돌아다니며 모세가 헬라인들보다 훨씬 더 이전 사람이기 때문에 헬라인들의 모든 사상은 궁극적으로 모세에게서부터 나온 것이라는 주장을 많이 들었죠. 학교에서도 이 문제에 대해 많이 이야기하지요. 그러나 클레멘트는 저에게 이런 식의 막무가내 변증은 위험하다고 말했어요. 차라리 아테네의 사도 바울처럼 그들의 문학을 스스로 인용하여 자신을 주장을 뒷받침하라고 했죠. 물론 때론 이사야서의 이 환상적인 구절들을 인용하고 싶을 때가 많아요.” 그녀는 이사야서를 꺼냈으나 구절을 달달 외우고 있었기 때문에 보지도 않고 낭독했다:

    “벨은 엎드려졌고 느보는 구부러졌도다 그들의 우상들은 짐승과 가축에게 실리웠으니 너희가 떠메고 다니던 그것은 피곤한 짐승의 무거운 짐이 되었도다

    그들은 구부러졌고 그들은 일제히 엎드러졌으므로 그 짐을 구하여 내지 못하고 자기도 잡혀 갔느니라

    야곱 집이여 이스라엘 집의 남은 모든 자여 나를 들을찌어다 배에서 남으로부터 내게 안겼고 태에서 남으로부터 내게 품기운 너희여

    너희가 노년에 이르기까지 내가 그리하겠고 백발이 되기까지 내가 너희를 품을 것이라 내가 지었은즉 안을 것이요 품을 것이요 구하여 내리라...

    나는 하나님이라 나 외에 다른 이가 없느니라

    내가 종말을 처음부터 고하며 아직 이루지 아니한 일을 옛적부터 보이고...

    저는 이 말들이 너무 좋아요. 하지만 그들의 문학에 정면으로 도전하고 그것을 비판하는 것은 어리석죠. 그래서 클레멘트가 저에게 가르쳐 준 대로 저는 그들의 작가들과 철학자들이 우리 일을 대신하게 하죠. 최근에 저는 소포클레스의 말들을 인용하고 방금 그 이사야 구절과 같은 주장을 뒷받침했어요. 소포클레스에 의하면...

    진리는 하나고 신 또한 하나이다.

    그는 하늘과 넓게 펼쳐진 땅을 만들었고

    바다의 푸른 파도와 거센 바람 또한 그의 것이다.

    하지만 우리 인간은 마음으로 속아

    우리의 고통을 스스로 어루만지기 위해

    돌과 나무와 철, 금과 은으로 신상을 만들었고

    이들에게 온갖 제물을 바치며

    스스로 종교를 만들어 버렸다.

    이러니,” 줄리아나가 계속했다. “소포클레스 스스로 우리 편에 선 것이죠!”

    “그렇군요!” 저스틴이 인상을 받았듯이 말했다. “하지만 폴룩스와 다른 이들의 반응은?”

    “폴룩스는 소포클레스의 말들을 인용하자 매우 기뻐했어요.” 줄리아나가 대답했다. “그는 ‘소포클레스는 지혜롭다. 유리피데스는 더 지혜롭지만 소크라테스는 가장 지혜롭다’라는 말을 반복했어요. 다른 이들도 유심히 듣고 있었죠. 그다음 저는 이사야서를 읽었어요. 그들은 자신들의 문학을 듣고 다른 이들의 사상을 들을 준비가 되어 있었죠.”

    “줄리아나,” 마르코스가 물었다. “당신은 몇 번 우리에게 아낙시메네스나 그의 스승에 대해 폴룩스에게 이야기하지 말라고 했습니다. 우리는 물론 말하지 않겠지만 어떤 사연이 있는지 듣고 싶습니다.”

    “네,” 그녀가 대답했다. “저의 친애하는 알렉산드리아의 아낙시메네스 스승님은 비티니아에서 프리니쿠스와 같이 공부를 했었죠. 이 아티카 학자에게서 그는 아티카 식의 방식을 배웠어요. 저는 아낙시메네스를 무척 좋아하고 존경하지만 늘 그의 판단에 동의하는 건 아니에요. 폴룩스는 프리니쿠스의 엄격하고 고정된 방식이 진정한 아티카 방식이 아니라고 생각하는 거죠. 다른 아티카 학자인 모에리스는 더 엄격하답니다. 이 외에도 다른 사람들이 있어요. 저는 이것을 직접 고민하고 저에게 많은 방식을 찾아야 했죠. 몇 년 전 제가 아버지와 아테네에 있었을 때 프리니쿠스가 거기 있다는 것을 알아내고 그를 찾아냈죠. 그에게 아티카 방식에 대한 여러 질문을 던졌어요. 그는 어린 이집트 소녀에게서 이런 질문을 받는다는 것에 대해 놀란 표정을 보이더군요. 하지만 제가 아낙시메네스를 안다고 하자 그는 저를 환영해 주었어요. 저는 감사했고 그에게서 많은 것을 배웠죠. 물론 그의 방식은 너무 고정되고 엄격하다고 생각했지만... 심지어 아티카 학자들도 프리니쿠스의 규칙을 깨곤 하죠! 폴룩스에게는 제가 프리니쿠스에게 배웠다는 것을 말한 적이 없고 앞으로도 말하지 않을 거예요. 바로 이게 우리의 화해자이신 그리스도 안에서 누리는 실용적인 자유이죠. 폴룩스의 친구가 되기 위해 프리니쿠스의 적이 될 필요가 없어요.”

    시간은 그렇게 흘러갔고 하르포크라티온의 집으로 자리를 옮길 때가 왔다. 길을 가며 마르코스는 저스틴에게 속삭였다. “내 생각에 그녀는 자신의 길을 잘 알고 있는 것 같네.”

    “나 또한 그런 생각이야.” 저스틴이 대답했다. “그렇고말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