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55장

“아! 여기 우리 바르 조세프 강이 있군!” 디오도루스가 외쳤다. 뱃사공은 전날 술기운에서 아직 완전히 빠져나오지 못한 채 멍하니 노를 저었다. 조세프 운하를 통과한 네 사람은 나일 강 서쪽 사막의 부유한 도시 변두리에 이르렀다. 여기서 그들은 이 ‘작은 오아시스’와 함께 리비아 사막을 볼 수 있었다.

그들이 탄 버드나무 선박은 조용한 운하의 둑을 건드리자 삐걱거리는 소리를 냈다. 긴 여정 끝에 가장 지쳐 보이는 것은 바로 이 배였다. 테브투니스에서 아폴로니우스는 하르포크라티온과 다른 친구들에게 줄 책들과 포도주 한 상자까지 실어주었으니 이 작은 배가 감당해야 했던 무게는 엄청났다. 디오도루스가 계속했다:

“이곳이 바로 옥시린쿠스요. 약 만오천 명 정도의 인구가 거주하는 번영하는 도시지요. 이곳 사람들은 공휴일이면 모두 극장으로 간답니다. 아, 이 카리티온에 대한 연극들은 얼마나 안쓰럽던지... 모두 유리피데스가 쓴 ‘타우루스의 이피게니아’를 토대로 쓰인 것들이지요. 야만인 국가에서 아름다운 카리티온이 납치되고 야만 부족들은 셀레나에게 바치지요. 하지만 그녀의 오빠와 몇 명의 용감한 그리스인들은 그녀를 죽기 직전 구해내고 간수들을 죽이지요. 이 모든 것이 큰 북소리와 더듬거리는 야만족의 언어, 광대들의 더러운 농담들과 관객들의 거친 웃음소리 속에서 이루어집니다. 참 저속한 놀이지요. 도대체 유리피데스가 이 광경을 보면 뭘 생각했을까! 어이구, 쓸데없는 이야기만 했군요. 빨리 숙소로 안내해 드리겠습니다. 여러분은 파울루스라는 사람 집에서 머무르게 됩니다. 그는 줄리아나의 기독교인 모임의 서기 중 한 명이지요.”

디오도루스는 그의 아버지에게 아테네에서 온 중요한 편지들을 전달하러 가기 전에 제노에게 사과와 함께 앞으로 말조심하겠다는 다짐을 받아냈다. 하지만 그가 사라지자 제노는 다시 말을 시작했다.

“그는 꽤 설득력이 있고 말을 유창하게 잘 하지요. 하지만 그들도 우리와 같은 심정입니다. 우리 모두가 로마인들과 그들의 억압과 세금을 증오합니다. 저분은 단지 교육을 받았을 뿐이지요. 물론 아버지가 돈은 다 대주었지만... 폴룩스는 매우 부유하여 책을 사고 지식을 쌓는데 많은 돈을 투자합니다. 이 폴룩스라는 사람은 매우 뛰어나게 말을 할 줄 알며 그를 따라올 사람이 없지요. 그는 분명 아테네까지 갈 겁니다. 하지만 이 두 부자(父子)가 같이 있을 때 그 자리에 있어 보십시오. 로마인들은 쉽게 상대할 수 있습니다. 폴룩스에게 그가 세리들에게 할 수 있는 욕들을 다 나열하라고 하면 끝도 없을 겁니다. 참 웃기지요. 나도 그 말들의 반도 못 알아듣지만 만약 그처럼 똑똑했더라면 다 욕하는 데 썼을 것입니다.”

바로 그때 줄리아나의 하인 야고보가 나타났다. 두 필사자들은 아직도 혼자서 중얼거리고 있는 뱃사공을 두고 줄리아나의 집을 향해 발걸음을 옮겼다. 야고보는 도시를 통과하며 손님들에게 여러 지역을 보여 주었다. “여기는 크레타인들이 살고 있고 저쪽은 유대인들의 거주지입니다. 거위 기르는 사람들은 이쪽이고 저쪽 끝에는 양치기들이지요.” 마르코스는 이 말에 잠깐 멈추었다. 하인은 계속했다, “이 모서리 뒤에는 신기료장수들이 많습니다. 주인님과 함께 여기 오는 것을 즐깁니다. 이 도시는 저에게도 고향이지요.”

줄리아나가 서기들을 반겼을 때 그녀의 태도는 평소와는 약간 달랐다. 그녀의 머리는 뒤로 묶여 있었고 조금 더 격식을 갖춘 어조로 말을 했다. 그녀는 약간 급한 듯이 그들을 필사실로 데려갔다. 거기서 그들은 파울루스와 다른 필사자들을 만날 수 있었다.

“여러분은 매우 운이 좋군요.” 그녀가 말했다. “세 명의 서기들 모두 오늘 여기 있으니까요. 우리에게 베푼 호의를 갚을 수 있을지도 모르겠군요.” 줄리아나의 의욕은 그들이 필사실에 더 가까워질수록 커지는 것 같았다. 그녀가 말했다. “아, 잊을 뻔했군요. 내일모레 저녁때 우리는 모임이 있어요. 아마 디오도루스가 분명히 이 모임에 관해 이야기했을 거예요. 우리는 위대한 작가들의 작품을 읽고 그것에 관해 토론해요. 이번에는 폴룩스가 대화를 이끌어갈 차례에요. 아마 소포클레스의 연극을 가지고 토론할 것 같아요. 두 명 다 참석할 수 있겠죠? 제 친구들을 만나면 좋겠어요.”

그녀는 바로 조용히 계속했다. “사실 그들이 우리들의 기독교 사상에 대해 들을 때 매우 흥미로워요. 폴룩스는 언제나 ‘줄리아나는 뭐라고 생각하는가?’라고 이야기를 꺼내지요. 그때 주제를 그리스도의 복음과 연결시키는 것이 너무 재밌고 영광스럽죠. 폴룩스가 아테네에서 좋은 소식을 받았으면 좋겠어요!”

“그에게 알렉산드리아에서 당신이 만들었던 요한복음서를 주었죠?” 저스틴이 물었다. “그러니까, 그 세련된 번역본 말입니다...” 여기서 저스틴은 약간 혼란스러웠다. 이런 일에 동의하지 않았지만 줄리아나에 대한 깊은 신뢰감이 교차했기 때문이다.

“맞아요.” 그녀가 대답했다. “매우 좋아했던 것 같아요. 사실 그에게 프리니쿠스의 도움을 받았다고 말하지 않았어요. 왜냐하면 그는 아테네에서 폴룩스의 가장 큰 라이벌이니까요. 그에게 절대 말하지 말아주세요.”

기록실로 들어서자 저스틴과 마르코스는 거기서 일하고 있는 세 명의 필사자들을 발견했다. 줄리아나가 그들을 먼저 소개를 했다. 첫 번째 필사자는 그들과 당분간 함께할 파울루스였다. 그는 현재 마태복음서를 거의 끝낸 상태였다. 저스틴은 그 뒤로 힐끗 쳐다보며 예수가 죽기 전에 여자의 기름부음에 대한 이야기를 베끼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한 여자가 매우 귀한 향유 한 옥합을 가지고 나아와서 식사하시는 예수의 머리에 부으니 제자들이 보고 분하여...”

줄리아나가 끼어들었다. “여기 다른 사람들도 있어요.” 다른 서기들이 일어섰다. 마태복음을 베끼던 자는 다시 일을 시작했다.

“여기는 말리코스에요.” 줄리아나가 경외감을 표하며 말했다. “그는 여기서 벌써 30년 동안 필사를 하고 있어요. 그의 아버지 또한 필사자였죠.” 그리고 그녀는 말리코스에게 말했다. “로마의 저스틴도 당신처럼 아버지를 따라 필사자가 되었죠.”

“주님께서 여러분을 축복하기를 원합니다.” 말리코스가 말했다.

저스틴은 이 나이든 서기의 손에 낡은 파피루스 조각이 있는 것을 발견했다. “이것 좀 봐도 될까요?” 그가 물었다.

종이를 주며 말리코스가 말했다. “이건 내가 아버지에게서 물려받은 것이오. 요한복음은 전체를 담고 있지만 내가 하도 많이 써서 이제 글씨가 잘 안 보인다오. 그래서 나는 이것을 잃지 않으려 지금 새 사본을 만들고 있소. 내 아버지는 이것이 하드리안 황제 시절에 만들어진 것이라고 하셨소. 사도 요한이 직접 쓴 문서에서 바로 베껴진 것이지.” 그리고 그는 약간 긴장된 어조로 말했다. “당신 또한 필사자이니 조심스럽게 다룰 것이라고 믿소.”

마르코스와 저스틴은 천천히 책을 열어보았다. 예수의 심판 이야기가 펼쳐졌다. “이에 다시 빌라도가 관정에 들어가...”

“매우 훌륭한 사본이군요!” 마르코스가 외쳤다. “이 낡은 책은 여기 이집트에 널리 퍼져 있는 것들과는 달리 우리가 로마에 가지고 있는 사본과 일치합니다. 이쪽 사본들은 ‘빌라도가 다시 관정에 들어가...’라고 쓰여 있거나 아예 ‘다시’라는 단어가 없는 경우도 많습니다. 당신의 이 낡은 사본이 맞는 것 같군요.”

“어찌됐건 이것이 내가 받은 것이니 이 그대로 베낄 것이오.” 말리코스가 대답했다. 줄리아나는 저스틴이 그녀의 옥시린코스 필사실에서 이 같은 충실함을 본 것에 기뻤다. 

다음 필사자는 여자였다.

“이 사람은 유카리온이에요.” 다른 여자 서기를 소개해서 기쁜 줄리아나가 말했다. “여기서 이미 수년 동안 일하고 있지요.”

유카리온이 대답했다. “주님께서 허락하실 때까지 이 일을 계속할 것입니다.”

그녀가 제작하고 있었던 사본은 매우 인상적이었다. 글씨는 매우 또렷하고 정교했고 엡실론, 세타, 오미크론과 시그마 같은 특별한 글자들은 약간 덜 둥글게 쓰여졌다. 글씨들은 작은 세리프(H나 I같은 활자에서 볼 수 있는 상하의 가는 선)들로 이루어졌고 어떤 줄들은 왼쪽 여백 공간까지도 채웠다. 저스틴은 유카리온의 매우 정교하게 훈련된 글씨체와 서식에 놀랐다. 말리코스처럼 그녀도 요한복음서의 예수 그리스도의 체포 사건을 베끼고 있었다.

마르코스는 그의 앞에 놓여있던 사본에 대한 놀라움을 감추지 못했다. 하지만 그는 파울루스에 집에 친구와 둘만 있을 때까지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저스틴, 자네는 오늘 본 것들에 대해 매우 다행이라고 생각했을 것 같네!”

“그렇다네. 옥시린코스의 필사자들이 아주 성실하게 받은 그대로 사본을 제작하는 것에 대해 놀랐네. 이 유카리온이라는 여자가 작업하던 사본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나?”

“훌륭했네!” 마르코스가 외쳤다. “훌륭했어! 알렉산드리아의 필사실에서 아낙시메네스와 프린쿠스의 감독 아래 번역본이 다르게 쓰여지는 것을 기억하는가? 그들이 ‘또한’ 아니면 ‘다시’ 같은 필요한 단어들을 삭제하고 더 세련된 문체로 제작된 것 말이야. 하지만 유카리온이 정성들여 만든 이 아름다운 사본은 그런 모든 것들을 다 포함했었네. 로마에서 우리가 보았던 책들처럼 말이야. 이집트에서는 아직 이런 사본을 보지 못했고 클레멘트의 것 또한 이렇지 않았다네. 요한복음의 원문을 우리가 이집트에서 보게 되다니.”

바로 그때 누군가가 문을 두드렸다. 줄리아나가 아테네의 수사학 학회장으로 풀룩스가 임명되었다는 기쁜 소식을 가지고 왔다. 그녀가 외쳤다:

“이번 모임은 단순한 토론 모임이 아니고 우리 친구의 경사를 축하하는 잔치가 될 것 같군요. 거기다가 먼 곳 로마에서 온 손님들까지 있으니까요!”

해가 지고 필사자들은 휴식을 취하러 누웠다. 하지만 저스틴은 잠이 오지 않았다. 줄리아나에 대한 그의 마음은 더욱 커졌고 그녀가 옥시린코스의 친구들에게 어떻게 복음을 전할지 또한 매우 기대가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