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36장

    “육지다!” 선원이 외쳤다. 소아시아 에베소 근처의 해안가가 보이기 시작했다.

    “마르코스,” 저스틴이 말했다. “저기가 바로 사도 바울이 에베소 장로들과 마지막으로 인사한 곳일세.”

    “그렇다면 성지군.” 마르코스가 대답했다.

    해가 떴을 무렵에 이 작은 해적선은 항구로 들어섰다. 아우린쿠스와 작별 인사를 하며 서기들은 약간 서운했다.

    “다시 만나면 되지 않소?” 긴 수염을 기른 그가 말했다. “당신들을 안디옥으로 데려가는 것 또한 내가 하겠소!”

    “정말 고맙지만,” 저스틴이 말했다. “우리는 여기서 일주일 이상 머무를 수도 있습니다. 일이 많고 편지들을 린쿠스 골짜기와 프리기아에도 전해야 합니다.”

    “상관없소. 여기 에베소에는 내가 꼭 만나보고 싶어 했던 유명한 키니코스학파 철학자가 있소. 여기서 시간도 많고 돈도 좀 있소.” 그는 속삭이며 말을 이었다. “사실 어머니께 다 드리지는 않았소.” 그는 다시 소리를 내어 말했다. “선원들은 여기서 쉬는 것을 매우 좋아할 것이오. 당신들이 준비되면 떠나겠소. 하지만 일주일을 너무 넘겨주지 말아 주시오. 왜냐하면 이제 11월 말이라 해상 교통로가 조금 있으면 닫힐 것이오.”

저스틴과 마르코스가 안심하며 에베소 교회를 찾아가려 발길을 옮기는 순간 아우린쿠스가 마지막으로 경고했다. “프리기아에서는 조심하시오. 거기는 강도들과 이상한 사이비 종교들이 많다오.”

    문을 연 집사는 저스틴과 마르코스를 보고 매우 기뻐했다.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고린도에서 온 손님들의 말에 의하면 여러분은 꽤 오랜 시간 전에 떠났다고 했습니다. 그래서 혹시 무슨 일이 생겼는지 걱정이 되었습니다.”

    “걱정할 만도 하지요.” 마르코스가 말했다. “해적들에게 잡혀 크레데까지 갔습니다. 하지만 하나님께서는 우리를 불쌍히 여겨 목숨을 건져 주시고 피니투스를 통해 우리에게 다시 자유를 주셨습니다. 정말 많은 일들이 일어났지요.”

    “정말 하나님께 영광을 돌립니다!” 집사가 외쳤다. “자, 이리 들어와 주교님을 만나보십시오. 여러분들을 보고 싶어 하십니다. 서신들을 가지고 왔다고 들었습니다. 아, 또 여러분이 잘 아는 이가 여기를 방문하고 있다는 것을 아십니까?”

    “누구 말입니까?” 저스틴이 물었다.

    “헤게시푸스입니다. 사도들의 시대부터 지금까지 교회의 오랜 전통들을 수집하는 사람이지요.”

    “여기 그가 왔단 말입니까? 그를 보게 되어 정말 기쁩니다. 우리와 같이 로마에서 살며 모든 주교와 교회들의 책들과 기록을 모으며 지금까지 우리의 신앙이 변하지 않고 있다는 것을 보여준 사람입니다.” 저스틴은 아주 공손한 어조로 말했다, 왜냐하면 그는 언제나 헤게시푸스를 존경했기 때문이다.

마르코스가 말했다. “우리 교회에서 그처럼 옛 유대 전통들을 잘 알고 있는 사람은 없습니다. 정말 교회의 신앙을 잘 지켜내는 분이지요.”

    “그럴 것입니다.” 집사가 말했다. “어쨌든 그는 여기 있고 여러분들을 만날 수 있을 것입니다. 만약 폴리크라테스와의 대화에서 뗄 수만 있다면 말이지요.” 서기들을 복도로 안내하며 집사는 속삭이며 말했다: “사실 그는 곧 우리의 주교가 될 모양입니다. 하지만 내가 이 말을 했다는 얘기는 하지 마십시오. 그들은 어제와 오늘 회의를 하고 있습니다. 폴리크라테스는 부활절을 정당화하기 위해 모든 방법을 동원하고 있습니다.” 그때 집사는 로마 교회가 이 문제에 대해서 다른 관점을 가지고 있다는 것을 기억했다. “어쨌든,” 그는 더했다. “우리는 여러분의 주교 엘레우테루스가 비록 우리와 같은 의견을 가지지는 않아도 우리를 존중해주며 일요일에만 부활절을 지키는 것이 아니고 14번째 날에 지키는 것을 인정해 주니 고맙게 생각합니다. 여러분의 교회가 언제나 이 주제에 대해 융통성 있는 관점을 가졌으면 좋겠습니다. 우리에게 여호와의 유월절은 아주 큰 명절입니다.”

    “당연히 그렇지요.” 저스틴이 대답했다.

    “여기입니다.” 집사는 네 사람이 탁자를 둘러싸 앉아 있는 방으로 그들을 안내했다. 서로를 소개한 뒤 한 노인이 일어서 말했다. “저스틴과 마르코스! 주님의 이름으로 환영하오! 여러분들을 보게 되어 기쁘오. 우리 엘레우테루스는 잘 계시는가? 로마의 형제들은 어떻소?”

평화의 입맞춤을 주고받은 이들을 헤게시푸스가 다른 사람들에게 소개했다. “이분은 에베소의 주교이오. 또 이쪽은 그의 서기 폴리크라테스이며 여기 청년은 디모데요. 사도 바울을 도운 그 디모데처럼 나에게 많은 도움을 준다오.”

    “우리는 부활절 축제에 대하여 논의하고 있었다오.” 헤게시푸스가 계속했다. “여기 내가 모은 자료들을 보면 옛 전통들을 알 수 있소. 이것에 의하면 동방 교회나 서방 교회나 부활절을 열네 번째 날에 기리고 있소. 하지만 로마 교회가 다른 관점에서 이것들을 해석한다는 것도 잘 알고 있소. 우리는 서로 의견을 같이하자고 모인 것이오. 곧 사르디스에서 멜리토가 올 것이오. 그는 여호와의 유월절에 대해서 누구보다 잘 알고 있소.”

    “여기 있게 되어 영광입니다.” 저스틴이 말했다. “여러분들의 회의를 방해하고 싶지 않습니다. 아시다시피 우리는 다른 전통을 지키고 주일에만 부활절을 기립니다. 하지만 저희 주교님 엘레우테루스는 평화를 우선시하며 교회들이 이 문제에서 자유로워지기를 원하십니다.”

    “자유!” 헤게시푸스가 외쳤다. “바로 그의 이름이 뜻하는 것이 아니던가!” 저스틴과 마르코스는 이런 주교 밑에서 일하는 서기라는 것이 자랑스러웠다.

    “그렇게 돼야 하지만,” 그는 계속했다. “자칫하면 이 자유가 사라져버릴 수도 있네.”

    폴리크라테스가 말했다. “안 됩니다! 만약 빅토르 같은 사람이 로마의 주교가 되면 어떻게 합니까? 그는 신실하고 지적이지만 이 부활절 문제에 대해서는 양보하지 않습니다. 그가 무슨 짓을 할지 누가 압니까?”

    “그것은 걱정할 필요 없소.” 주교가 말했다. “엘레우테루스는 아직 젊고 건강하오. 우리와 로마 교회의 교제는 강하고 주님이 우리를 하나로 묶어 주실 것이오.”

    헤게시푸스는 다시 말했다. “맞소이다. 우리의 의견이 서로 다르고 서로에게 상처를 줄지라도, 물론 그러면 안 되겠지만, 주님은 언제나 용서하라 하셨소. 예수께서 돌아가시기 전에 아버지께 사람들을 용서하라 부탁지 않았소?”

    “그렇게 전해 내려오기는 합니다.” 폴리크라테스가 말했다. “하지만 우리의 누가복음서에는 이것이 쓰여 있지 않습니다.” 그는 누가복음서 사본을 열었다. 헤게시푸스, 디도, 주교와 서기들은 모두 책을 주시했다.

    주교는 계속했다. “어떤 이들은 예수님께서 그런 말씀을 하신 적이 없다고 하오. 특히 유대인들을 거론하며 그런 주장을 하는 것 같소. 예루살렘의 성전이 파괴되고 우리가 너무나도 잘 기억하는 전쟁을 봐도 주님께서 유대인들을 절대로 용서하지 않을 거라고 하오.”

    “그들은 틀렸소!” 헤게시푸스가 소리쳤다. “틀렸고말고. 하나님께서는 옛 시대부터 선택하신 민족을 버리지 않으셨소. 사도 바울이 로마서에서 말한 것처럼 말이오. 예수님은 유대인들뿐만 아니라 그를 못 박은 모든 이들을 거론하신 것이오. 빌라도와 로마 병사들 또한 포함해서 말이지. 예수께서 본을 보이신 후 축복받은 순교자 스데반과 야고보 등 모든 이들이 자신을 돌로 쳐 죽인 자들에 대해 하나님께 용서를 구했소. 분명히 우리 주님께서는 이 말들을 하셨을 것이라고 확신하오. 어떤 이들이 성서에서 이 말들을 삭제했을 것이오.”

    헤게시푸스는 권위 있게 말했고 그 누구도 감히 반박할 수 없을 것 같았다. 그의 손은 그가 평생 모은 다섯 개의 큰 책들 위에 놓여 있었다. 그의 눈동자는 마치 천국을 바라보는 듯했다. 모든 이들은 침묵을 지켰다.

    그때 누군가가 이 침묵을 깼다. 문 앞에는 어두운 얼굴과 하얀 머리를 가진 한 사람이 나타났다.

    “멜리토!” 헤게시푸스가 말을 했다. 그의 시선은 천국에서 땅으로 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