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9장

    “좋은 소식입니다!” 크리스토필로스는 저스틴과 마르코스가 고린도에 도착하자 말했다. “주교님의 건강이 많이 좋아졌습니다. 내일이면 만나보실 수 있을 것입니다. 이제 음식도 드시고 의자에 앉아 편지까지 쓰실 수 있습니다. 얼마나 글쓰기를 좋아하시는지 여러분들도 알 것입니다. 어쨌든 상태는 좋아 보입니다. 하나님께 감사드리지요.”

    “정말 주님의 이름으로 축하합니다!” 방문자들은 외쳤다.

    “아테네는 어땠습니까?”

    “우리는 무신론에 대해 아테나고라스에게 강의를 들었습니다. 정말 좋은 간증이었지요.” 마르코스가 말했다.

    “그들의 학교 도서관도 보았습니다.” 저스틴도 말했다. “한 시간만 보냈지만 정말 며칠도 더 있었을 수 있을 것 같았습니다. 어쨌든 돌아와 주교님께서 좋아지셨다니 기쁩니다. 사본 연구는 어떻게 되었습니까?”

    “아, 사본 말입니까?” 크리스토필로스가 부끄럽게 말했다. “조금 읽어보았긴 했습니다만, 나의 라틴어 실력은 좋지 않습니다. 헬라어가 더 편하지요. 어쨌든 제가 발견한 것을 보여드리겠습니다.”

    그는 서기들을 필사실로 안내했다. 탁상 위에는 라틴어 복음서들과 고린도 교회의 공식 헬라어 복음서들이 놓여 있었다.

    “여기 보십시오” 크리스토필로스가 말했다. “여기 처음 부분의 안나에 대한 주석을 보면 라틴어 사본에는 그녀가 남편과 함께 처녀로서 7년을 살았다고 합니다. 이것이 바로 타티안과 그의 추종자들이 노리는 것이지요. 그리고 여기 마태복음에 보면 예수께서 결혼에 대하여 말씀하실 때 창세기의 구절을 인용하십니다. ‘그러므로 남자는 아버지와 어머니를 떠나서, 자기 아내와 합하여서 둘이 한 몸이 될 것이다’. 하지만 이 말은 하나님이 아니고 아담이 한 것입니다. 그래서 결혼이라는 것이 하나님께서 주신 것이 아니라 사람이 세운 것으로 해석하지요. 가나에서 올린 결혼식에도 비슷한 표현들이 나옵니다. 또한 예수께서 십자가에서 돌아가셨을 때 포도주가 아니고 식초를 드렸다고 나와 있습니다.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타티안의 영향이 분명합니다.” 저스틴이 말했다. “그리고 저번에 그 녀석은 타티안에게 카르타고의 소식을 전하려고 했지요. 로마에서도 이 일에 대하여 알고는 있습니다. 소테르 주교님 때부터 자신들의 언어로 복음을 읽고 싶다는 라틴어권 사람들이 많이 생겨났습니다. 사실 그것에 대하여 반대하지는 않았지만 그래도 우리는 헬라어 사본들을 더 성스럽게 여기고 될 수 있으면 번역하지 않는 것이 더 바람직하다고 생각했습니다. 결국 주교님의 감독 아래서 우리는 번역하게 되었지요. 시간이 지나자 우리는 타티안이 이것을 다르게 이용하고 있다는 것을 발견했습니다. 그는 순교자 저스틴의 제자였으며 우리의 신뢰를 받고 있었지요. 그래서 우리는 교회 안에서 그 ‘사위일체’ 사상을 교리로 인정하지 않고 그가 새로 번역한 책들을 공관서 쯤으로 여겼습니다. 타티안이 엔크리티파 인들의 지도자가 된다는 것을 알고 걱정을 많이 했습니다. 참 좋은 형제이지만 조심해야 합니다. 그는 단지 복음을 더 효과적으로 전하기 위해 그러는 것일 뿐이지 의도적으로 내용을 바꿀 생각은 없는 것 같습니다.”

    “주교님께서 이것에 대해 내일 듣고 싶어 하실 것 같군요.” 크리스토필로스가 말했다. “그분은 결단을 내리실 수 있을 것입니다.”

    마르코스가 말했다. “사실 마지막에 나오는 포도주가 아닌 식초로의 변경은 누가 어떤 의도로 번역했든 구약성서에 맞추려고 했던 것 같습니다. 시편 69편에 보면 예수의 고난에 대하여 이런 말들이 나옵니다. ‘저희가 쓸개를 나의 식물로 주며 갈할 때에 초로 마시웠사오니…’ 로마에서는 라틴어로 시편을 번역하면서 유대인들의 사본들을 참조한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베드로와 바울도 이 말들을 썼을 것입니다. 예수에 대한 예언 속에 식초가 들어있다면 당연히 복음서에서도 이 예언을 성취하는 일에 식초가 들어가겠지요. 물론 복음서의 내용을 바꾸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습니다. 하지만 그들이 왜 바꿨는지 이해를 해야 할 것 같습니다. 아마 우리 주교님께서도 이런 생각을 하실 것 같습니다.”

    “맞습니다. 디오니시우스 주교님도 같은 생각이실 것입니다.” 크리스토필로스가 말했다. “좋은 의도로 수정을 한 것 같습니다.”

    “그러나 이것들을 어떻게 구별하는지…” 저스틴이 생각에 잠겨 말했다. “이것이 우리가 맞서는 큰 의문점입니다. 라틴어로 번역할 때 혹은 헬라어 문체를 바꿔 번역할 때는 내용을 본질적으로 바꿀 위험이 따릅니다. 다음 세대에 원래 내용이 전해질까요? 이 복음이 세상 끝까지 전해지려면 어떻게 보존해야 하는 것입니까? 물론 말씀을 사람들에게 전하기 위해 쉽게 번역하는 것은 필요합니다. 하지만 어디서 선을 긋습니까? 어떻게 주님이 다시 오실 때까지 말씀을 지킨단 말입니까? 저는 몇 달 동안 이 문제로 씨름하고 있습니다.”

    “저희도 마찬가지입니다.” 크리스토필로스가 대답했다. “작년에 아주 교양과 능력이 있는 알렉산드리아 서기가 다녀왔습니다. 여자였지요. 그녀의 이름은 줄리아나였습니다. 아주 인상적인 아가씨였죠. 우리 교회에서도 주교님께서 다음에 알렉산드리아로 갈 때 따라가겠다고 하는 사람들이 부쩍 늘었습니다.”

    저스틴의 심장은 뛰기 시작했다. 마르코스는 그를 불쌍하게 바라보았다. “사실 그녀는 우리 교회도 방문하였습니다. 많은 곳을 가 보았나 봅니다.”

    “그녀는 아주 정확하고 섬세한 필사자였습니다.” 고린도인이 말했다. “그리고 그녀가 살고 있는 도시의 교양 있는 사람들에게 복음을 전한다는 이야기를 했습니다. 정말 칭찬할 만한 일이지요. 하지만 문제도 있었습니다. 헬라어 원본을 사도들이 쓴 그대로 보존하려면 번역본에 분명히 원본에 대한 주석을 표시해야 합니다. 물론 교양 있는 알렉산드리아인이 마가의 단순한 문체로 그리스도를 이해할 수 있다는 보장은 없지요.”

    “성령님께서 개입하신다면 이야기는 달라겠지만…” 마르코스가 말했다.

    “여러분들도 알렉산드리아로 간다고 하지 않았습니까?” 크리스토필로스가 물었다.

    “다른 곳들도 갑니다.” 저스틴이 말했다.

    “아마 줄리아나와 그녀의 스승 아낙시메네스도 만나겠군요.”

    “그럴 것 같습니다.” 저스틴이 긴장된 어조로 말했다. 대화는 거기서 끝났고 크리스토필로스가 빵과 포도주를 내놓았다. “우리 로마 형제들께 고린도 포도주가 마음에 들지 모르겠습니다.” 그는 눈을 반짝이며 말했다.

    “괜찮을 겁니다.” 마르코스가 말했다. “설마 식초를 내놓지는 않겠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