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6장

    “바로 이쪽이 도서관과 필사실입니다.” 저스틴과 마르코스를 한 방으로 안내하면서 크리스토필로스는 자랑스럽게 말했다. “자 여기 불을 켜보면… 네… 이것들이 바로 우리가 지금 만들고 있는 사본들입니다. 저 탁상 위에는 우리 회의에 참석하기 위해 카르타고에서 온 형제들이 주고 간 새로운 문서들과 편지들이 있습니다. 아직 훑어볼 기회조차도 없었지요. 그건 나중에 할 수 있습니다. 자, 여기는 우리가 사용하는 도구들입니다. 형제들, 편하게 둘러보십시오. 나는 잠깐 디오니시우스 주교님께 별일 없는지 보고 오겠습니다.

    저스틴과 마르코스는 작업대 앞에 섰다. 마가복음서가 중간 부분쯤으로 열려 있었다. 가장자리의 주석이 눈길을 끌었다. 이사야서에서 인용한 “이 백성은 입술로는 나를 곤경해도, 마음은 내게서 멀리 떠나 있다”라는 말씀 옆에는 ‘사랑’이라는 단어가 쓰여 있었다.

    “마르코스, 여기를 보게.” 저스틴이 말했다. “이것이 바로 이사야서의 엇갈리는 해석이라네. 엘레우테루스 주교님께선 한번 이 말씀 때문에 고민했다고 하셨지. 이 사본에는 두 가지 번역이 다 쓰여 있네.”

    “백성은 입술로는 나를 사랑한다?” 마르코스가 생각에 잠겼다. “우리 마가복음서에는 내가 기억하는 바로는 이런 말씀이 없네. 이사야서에서도 ‘입으로는 나를 가까이하고’라고 하지 않았나?”

    “음, 다시 말하지만 자네의 성서 지식은, 구약이든 신약이든, 놀랍네. 사실 자네보다 내가 우리가 맺은 약속에서 더 이익을 볼 것 같네. 자네는 이미 성서를 달달 외우고 다니지 않는가?” 저스틴은 감탄스럽지만 약간 부러운 어조로 말했다.

    “몇 년 동안 많이 노력했지. 어렸을 때 기억력이 좋다는 것을 알았네. 양들의 이름을 모조리 다 외워야 했던 것도 도움이 되었지. 물론 그렇게 하니까 나중에 도살장으로 끌고 갈 때는 정이 들어 못하겠더구먼. 어쨌든 그렇다네. 나에게 믿음이 생겼을 때 하나님께서 나에게 주신 재능을 소중한 곳에 써야겠다고 다짐했지. 힘들고 어려울 때 말씀은 나에게 큰 힘이 된다네.”

    “또한 자네를 견고한 반석으로 만들어주어 더 약한 신자들이 자네를 의지할 수 있지.” 저스틴이 말했다.

    “나보다 약해봤자 얼마나 더 약하겠나?” 마르코스는 주교를 깨울 뻔했다. 하지만 그때 집의 문을 누군가가 두드렸다. 크리스토필로스는 재빨리 내려와 문을 열어주었다. 저스틴과 마르코스는 필사실 문 앞에서 지켜보았다. 현관에는 뚱뚱한 중년 남자가 서 있었다. 그는 막 뛰어온 것처럼 헉헉거렸다. 그는 숨을 돌리고 큰 소리로 말했다.

    “지금 당장 봐야겠네!”

    “도대체 무엇을 보신다고 하십니까?” 크리스토필로스는 나지막하게 말했다. “그리고 좀 조용하게 말을 해 주십시오. 저희 주교님께서는 편찮으셔서 주무시고 계십니다.”

    “편지들 말이야!” 그는 아직도 큰 소리로 외쳤다.

    “무슨 편지들 말씀입니까?”

    “카르타고에서 온 편지들… 회의에서 당신들이 가지고 온 그 편지들 말이네! 내가 전달해 준 그 가방 속에 나의 개인 편지가 하나 들어있을 것 같네. 그래서 꼭 그 편지를 가져가야겠네!”

    “물론 찾아볼 수는 있습니다만…” 크리스토필로스가 말을 끝내기도 전에 중년 남자는 다시 힘을 모아 외쳤다. “지금!”

    “부탁입니다, 목소리를 좀 낮춰주세요…”

    그는 저스틴과 마르코스 쪽으로 다가갔다.

    “당신들은?” 그는 로마 서기들을 째려보며 물었다. “당신들은 보았나?”

    “뭘 보았다는 건지…” 필사자들은 서로를 바라보며 속삭였다.

    “편지들! 내 편지들 말이야! 사본들과 같이 딸려 온 것들과 우리 주교에게서 온 편지 말이네! 당장 봐야겠네. 여기 있을 테지…” 그는 서기들을 큰 몸으로 밀어내며 필사실로 들어가 마치 냄새를 맡은 개처럼 여기저기 뒤졌다. 마침내 그는 가방을 찾아 열어보았다.

    “정말 부탁입니다.” 크리스토필로스가 말했다. “소란은 피우지 말아 주세요. 여기 앉아 무슨 일인지 차근차근 설명부터 좀 해 보시지요. 우리가 뭐든 도와드리겠습니다.”

    “당신들의 도움은 필요하지 않아!” 그는 거친 말투로 소리치며 가방을 거의 찢어버리며 내용물을 뒤졌다.

    “도대체 누구십니까? 무슨 일로 오신 것이고요? 당신의 주교에게서 온 편지라도 있습니까?” 크리스토필로스가 물었다.

    “내 주교라고 했는가?” 남자가 말했다. 그의 갑작스러운 출현과 사나운 행동들은 세 사람에게 의심스럽게 보였다. 또한 어디서 왔든 그의 주교에 대한 무례함은 서기들과 집사를 더욱 궁금하게 만들었다.

    “여기 있군!” 그는 한 파피루스 문서를 열어보며 말했다. 그는 바로 그것을 찢어버렸다.

    “이것도 가져가야겠어.” 그는 다른 편지들과 함께 있던 사본을 가리키며 말했다.

    “그것은 가져가시면 안 될 듯싶습니다.” 크리스토필로스는 마침내 화를 내기 직전이었다. 하지만 순간 그는 이 사람과 다투기 시작하면 큰 소리를 내며 주교를 깨울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이미 너무 시끄러워졌다. 그래서 그는 남자를 붙잡으려는 저스틴과 마르코스를 말렸다. 남자는 필사실 밖으로 나가며 자기의 옷 속에서 작은 칼 하나를 꺼내 속삭였다.

    “아무도 따라오지 마시오. 안 그러면 이것을 맛보게 될 것이오.”

    남자는 현관 쪽으로 달려 나갔다. 이제 밤이 됐고 그는 곧 사라질 것이다. 아무도 그의 정체와 왜 그가 와서 소란을 피우고 돌아갔는지 몰랐다. 하지만 문 앞에서 그는 중심을 잃고 책과 칼을 가슴에 품은 채 쓰러졌다. 세 사람은 문 쪽으로 재빨리 나가보았지만 그는 이미 숨도 제대로 쉬지 못하고 있었다. 그는 가만히 엎드려 소리를 질렀다. 나머지 두 명보다 먼저 그의 앞으로 다가간 마르코스의 눈을 보며 그는 사본을 꺼내며 조용하고 절망적인 어조로 말했다.

    “부탁이네. 이것을 타티안에게 전해주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