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5장

    “주교님께서는 아파 누워계십니다.”

    저스틴과 마르코스가 주교의 집을 들어섰을 때 들은 첫마디였다. 남자는 속삭이며 말했는데 집 전체가 썰렁한 분위기에 휩싸인 것 같았다.

    “정말 안타깝습니다.” 저스틴이 말했다. “빨리 병세가 호전되도록 기도하겠습니다.”

    “이번에는 상태가 정말 좋지 않습니다. 마지막으로 아프셨을 때 그분은 거의 목숨을 잃으실 뻔했습니다. '주님께서 숨을 거두어가시는구나'라고 생각도 했지요. 그러나 살아나셨고 그분 없이는 큰 슬픔과 위험에 빠지기 때문에 우리 또한 살아났다고 할 수 있지요.” 집사는 잠깐 멈추었다. 그러고는 자신을 소개했다. “내 이름은 크리스토필로스입니다. 주교님의 집사이자 사무관이지요. 내 평생 디오니시우스 주교님을 섬기는 것을 통해 주님을 섬기려고 합니다.”

    그들이 옆에 있는 조용한 방으로 안내받는 동안 저스틴이 속삭이며 말했다. “이곳 주교님께서 로마를 방문하셨을 때가 기억납니다. 몇 년 전이었는데 아마 순교자 소테로가 살아있을 때일 것입니다. 주교님이 편지를 쓰셨는데 우리에게 매우 큰 도움이 되었습니다. 그래서 소테로가 답장을 저에게 해달라고 했지요. 그분은 물질적 도움이 필요한 우리 형제들을 도와주셨고, 주일마다 성서를 읽는 관행을 우리에게도 전해주셨지요. 그분을 절대 잊지 못할 것입니다. 저의 개인적인 신앙과 일에도 큰 영향을 끼치셨지요.”

    “그 일이 무엇입니까?” 크리스토필로스가 물었다.

    “우리는 로마 교회의 서기들입니다.” 마르코스가 말했다. “우리의 주교님 엘레우테루스의 심부름을 받고 왔습니다. 동방의 교회들에게 서신들을 전해주는 것이지요. 또한 여기 주교님께도 편지를 전하러 왔습니다. 직접 받으셔서 답장을 보내실 만큼 건강이 빨리 회복되셨으면 좋겠는데…”

    “목소리를 좀 낮추십시오.” 집사가 말했다.

    “아, 죄송합니다.” 저스틴이 이어서 말했다. “주교님의 편지들이 기억납니다. 아주 위엄 있는 분이었죠. 우리 소테로 주교님과 저의 스승님 이레니우스와 함께 자리하는 것만으로도 큰 영광이었습니다. 저는 대화 내용을 적는 서기였는데 며칠 동안 제가 배운 것 중 최고의 교육을 받았을 것입니다. 그들은 주로 발렌티니우스와 영지주의자들, 또한 마르시온과 그의 영향을 토론했습니다. 많은 신실한 교인들이 이 거짓 가르침에 빠져 길을 잃었지요. 소테로 주교님은 지금 엘레우테루스님처럼 변함없는 신앙을 가지고 계셨습니다. 주교님의 현명한 충고를 듣는 것 보다 좋았던 것은 없었습니다. 그는 거인이었죠. 사실 키가 작고 건강이 약했던 다윗과 같았습니다. 하지만 그는 다른 거대한 세력들을 살아계신 반석 예수 그리스도의 힘으로 물리치셨죠.”

    마르코스는 저스틴의 팔꿈치를 치며 조용히 말하라고 눈치를 주었다. 저스틴은 계속했다. “정말 주교님께서 빨리 건강을 되찾으셨으면 좋겠습니다. 그분은 위대한 사람이죠. 아직도 그의 편지들과 방문들에 관하여 이야기하고 있답니다.”

    “맞습니다.” 크리스토필로스가 대답했다. “정말 많은 편지들을 쓰셨지요. 물론 직접 종이에다 쓴 것은 저였지만 말입니다. 아테네와 라케다에모니아에 보낸 것도 있었고, 크노소스의 피니투스 주교에게도 편지를 보낸 적이 있지요. 또한 베티니아 지방의 중심 니코메디아와 빌립보, 크레데의 고르틴 주교에게도 편지를 썼습니다. 정말 사도들의 가르침을 그대로 전달했던 편지들이었으며 저 또한 서기로써 아주 많은 것을 배웠습니다. 언제나 보내기 전에 사본들을 만들어 두어서 지금 그것들을 다 간직하고 있습니다. 가끔 읽어보긴 하지요. 하지만 최근 들어 편지의 내용을 수정하여 다시 보내는 일들이 벌어지고 있습니다. 제가 직접 보았는데도 원문과는 약간 다르게 내용을 변경하더군요. 주교님께도 보여드렸는데 자신이 쓴 편지를 그렇게 바꿔버리니 얼마나 기가 막히시겠습니까?”

    저스틴이 동의했다. “맞습니다. 그분은 아주 잘 알려진 사람입니다. 그의 조언들은 우리에게 아주 중요합니다. 소테로 주교께서 돌아가셨을 때 엘레우테루스님게서 새 주교가 되셨습니다. 아주 강하고 독실한 지도자이지요. 사실 그분보다 더 경건한 사람은 보지 못했습니다. 하지만 초창기에는 그 역시 고린도의 주교님께 조언과 충고를 구했지요.”

    크리스토필로스가 계속했다. “최근에 디오니시우스 주교님은 직접 여러 교회들을 방문하고 계십니다. 편지의 내용들을 확인하는 것도 있고 형제들을 격려하는 차원에서 그러시는 것이지요. 몇 군데를 방문했는데 마지막으로 얼마 전에 아테네로 갔습니다. 거기서 그분은 설교하시고 마르시온주의자들을 반박하는 데 힘을 쓰셨지요. 하지만 거기서 병에 걸리셨습니다. 히에라폴리스에서 열리는 다음 회의에 참석하지 못하실까 봐 두렵습니다. 하나님께서 그분의 목숨을 지켜주셨으면 합니다!”

    “교회 또한 지켜주시길…” 마르코스가 더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