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4장

    고린도는 상업과 무역의 중심지였다. 넵튠에서 만난 사람의 말이 옳았다. 사람이 상상할 수 있는 모든 것을 여기서는 살 수 있었다. 사론만(灣)과 고린도만(灣) 사이에 있는 지협에 위치한 이 도시는 두 개의 항구를 가지고 있었다. 하나는 서방과 로마로 연결되는 곳이었고, 다른 하나는 동방으로 통하는 문이었다. 온 제국과 심지어 나라 밖에서 많은 상인이 그들의 물건으로 무역했다. 이곳은 노예 위의 계급인 로마 자유민들이 인구 가운데 제일 많아서 다른 로마 도시들과 다를 바 없었다. 라틴어가 공식 언어였고, 원로원과도 깊은 관계를 유지했다. 효율적인 로마식 행정부, 최고의 수도 시설, 자주 열리는 올림픽 수준의 경기들은 이 도시의 부귀영화를 그대로 보여주었다.

    저스틴과 마르코스는 고린도 거리들을 지나 시장 광장을 향해 걸어갔다. 그들은 알비나와 사비나가 묵고 있었던 광장 주변에 집을 찾고 있었다. 책 장사의 집이었다. 거기서 그들은 사비나에게서 요한복음과 마가복음을 받기로 했다. 시장 쪽으로 다가갈수록 요란한 소리가 들려왔다. 물건을 사고파는 상인들, 사냥꾼들과 그들이 잡은 동물들의 시끄러운 잡음들로 시장은 가득 채워졌다. 더 많은 이익을 얻으려는 이들과 손해 보는 것 때문에 통곡하는 이들이 시장 곳곳을 메웠다. 큰 광장에 들어서자마자 한 키가 작고 무뚝뚝한 사람이 다가와 물었다. “밤을 같이 보낼 여자를 원하지 않으십니까?” 그들은 고개를 흔들며 계속 갔다. 술을 너무 많이 마신 한 남자가 아내와 싸우며 마르코스와 부딪쳤다. 그는 마르코스에게 화를 내며 말했다. “길 좀 제대로 보고 다니슈!”

    많은 사람과 노점상을 지나며 두 필사자는 큰 소리를 들었다. 소리가 나는 쪽으로 가 보았다. 시장 한가운데였다. 한 사람이 아주 큰 목소리로 외치고 있었고 50여 명의 구경꾼이 그의 말을 듣고 있었다. 그 옆에는 10대 후반으로 보이는 3명이 손이 묶인 채 서 있었다. 세 얼굴 모두 비슷했다: 그들의 표정은 슬픔으로 가득 차 있었다. 저스틴과 마르코스는 그들이 고린도의 수많은 노예 시장 중 하나에 왔다는 것을 알았다.

    저스틴과 마르코스는 다른 노예 시장들을 보았으나 지금 눈앞에 펼쳐진 광경은 믿을 수 없었다. 이탈리아와 로마에서 수십 번도 더 보았으나 이번엔 좀 다른 것 같았다. 너무 사람들이 많이 모인 곳이기 때문이었을까? 아니면 상인의 독특한 거친 목소리가 그들의 관심을 끈 것일까? 저스틴은 이 세 명이 한 가족이라는 것을 눈치챘다.

    “형제들이겠지?” 저스틴이 친구에게 말했다.

    “그런 모양이네.” 마르코스가 대답했다.

    “이런, 저 사람은 그들을 따로 팔려고 하는 것 같네. 다시는 형제들이 만날 수 없는 것 아닌가?”

    두 친구는 굳은 표정으로 이 상황의 무게감을 느끼고 있었다. 상인과 군중은 거의 벌거벗은 두 청년과 아가씨 한 명의 고통스러운 얼굴을 보지 못하는 것 같았다. 해적들에게 잡혀 쥐와 벌레가 들끓는 배에서 생활하다 온 이들은 며칠은 굶었고 이곳에 오기 전에도 처참하게 학대당한 것이 뻔했다. 이제 그들은 팔려나갈 것이고 뿔뿔이 흩어질 것이다. 하녀나 첩, 혹은 창녀로 쓰일 수 있는 여자 노예부터 값이 불리기 시작했다. 상인은 많이 나오지 않는 값에 실망스러운 표정이었다.

    저스틴 옆에는 토가를 입은 귀족이 조용히 있었다. 갑자기 그는 앞으로 나와 값을 부르기 시작했다. 그는 크게 소리쳤다. :“3명 모두 1천 드라크마에 사겠소!” 사람들은 놀란 표정으로 그를 바라보았다. 상인은 너무 높은 값에 입을 벌리고 가만히 있었다. 귀족은 다시 소리쳤다. “맞소! 3명 모두를 1백만 세스테르티움에 사겠소이다!”

    “좋습니다!” 기뻐하는 상인이 대답했다. 노예들을 따로 팔아도 그가 예상한 것보다 훨씬 높은 가격이 나온 것이다. 이 신사는 상인에게 다가가 돈을 주었다. 그는 3명의 노예에게 무언가 속삭였다. 그리고 그는 군중에게 시선을 돌려 외쳤다. “이들은 내 소유이니, 나는 이들을 지금 풀어주겠소!” 갑자기 시장은 조용해졌다. 신사는 노예들의 쇠사슬을 풀어주고 그들과 함께 자리를 떠났다. 사람들은 너무나도 놀란 나머지 아무 말도 없이 순순히 길을 비켜주기만 했다.

    “자, 이제 다음 노예를 팔겠습니다!” 침착하려고 애를 쓰는 상인이 다시 소리쳤다. 군중은 점점 작아져 갔다. 저스틴과 마르코스는 충격을 받은 듯 가만히 서 있었다. 도대체 이 신사가 누구였고, 왜 그런 일을 했는지는 알 길이 없었다. 원래 이런 일을 하는가? 아니면 그냥 분위기에 자극받아 그랬을까? 두 친구는 그들이 책을 돌려받기로 한 곳이 위치한 거리로 걸음을 옮겼다. 둘 다 말이 없었다.

    시장에서 벗어나 조금 더 조용한 거리로 들어섰을 때 저스틴이 마르코스에게 말했다. “방금 우리는 훌륭한 것을 보았네. 하지만 그리스도께서도 우리를 위해 똑같은 일을 하시지 않으셨는가? 우리는 죄악에서 벗어나지 못하던 노예들이었네. 바울이 편지에서 표현한 것처럼 우리는 죄 아래 팔린 몸들이네. 하지만 예수 그리스도는 십자가에서 죽으시고 우리를 자유롭게 하려고 값을 지불하셨네. 우리는 방금 로마 신사를 통해 자유를 얻은 노예들처럼 구원받을 자격이 없었지. 하지만 그들은 지금 자유롭고 우리 또한 그렇다네. 사도 바울이 말한 것처럼 그분께서 값을 치루셨다네!”

    필사자들은 약간 큰 집에 도착해 하인에게 안내받았다. 거실에는 알비누스와 사비나가 그들을 따뜻하게 맞이했다. 알비누스는 또 베르길 작품을 낭독하고 서점상이자 집 주인인 헬리오도루스를 소개했다.

    “정말 훌륭한 파피루스 사본을 가지고 계십니다!” 헬리오도루스가 말했다. “내가 책들을 사겠다고 했지만 사비나가 잘 간직하고 있었습니다. 물론 당신 것이지만, 내가 좋은 값을 지불한다면 거래를 할 마음이 혹시 있지 않으십니까…”

    “이 저주받은 욕심은 끝도 없지 않은가!” 알비누스가 확고하나 상냥한 어조로 말했다. “도대체 사람의 욕구는 어디까지 자극할 수 있겠는가?”

    “단지 내가 관심이 있다는 것뿐입니다, 내 친구여.” 헬리오도루스가 말했다. 그리고 책을 사비나에게서 돌려받은 저스틴에게 말했다. “당신의 예수가 화가 났다는 것은 몰랐습니다!”

    “화가 나다니요?” 저스틴이 약간 헛갈린 듯 말했다.

    “네.” 헬리오도루스가 말했다. “사비나가 당신의 사본을 보여주었습니다. 마가복음서의 첫 부분을 읽어보았지요. 계속 읽다가 문둥병자를 고치는 이야기에 도달했습니다. 이 이야기는 여러 번 읽어보았고 사실 나에게도 사본이 있긴 있습니다. 하지만 내가 지금까지 읽어본 모든 책에는 예수가 그를 불쌍히 여겼다고 합니다. 하지만 당신의 사본에는 그가 화를 냈다고 하는데요. 마가가 원래 뭐라고 썼을까요? 무례했다면 죄송합니다만 궁금해서 그렇습니다.”

저스틴은 순간 지혜를 달라고 기도했다. 신자들끼리 사본을 비교하는 것은 괜찮았다. 하지만 불신자와 이것에 관해 이야기하는 것은 또 달랐다. 사실 줄리아나의 책에도 ‘불쌍히 여겼다’로 나와 있었던 것이 기억났다. 이제 뭐라고 해야 할까?

    “사실 그렇게 쓰여 있는 것을 저도 본 적이 있습니다. 저도 놀랐지요. 어쨌든 우리는 숙소로 돌아가야 합니다. 저녁 약속이 있습니다.”

    헬리오도루스는 필사자들에게 그의 소장품들을 보여주었다. 그리고 알비누스는 그들에게 ‘아에네이드’ 시를 낭독하며 작별 인사를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