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3장

    이아손 선장은 폭풍 속에서 그랬던 것처럼 항구에서도 아주 능숙하게 일을 했다. 다른 이들의 일에 대해서도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저스틴이 고친 기둥들을 손으로 자세히 만져보면서 이아손은 자신의 배에서 일해 달라고 부탁했다. 저스틴은 칭찬을 받아들이며 말했다. “감사합니다, 하지만 저는 다른 분을 위해 심부름을 하고 있습니다.”

    “이해하오. 하지만 나는 솔직히 당신 같은 사람을 놓치기 아깝소. 당신의 일을 마치는 대로 이 넵튠에서 일해도 좋소. 신들이 우리 배에 축복을 내린 것 같소.”

    선장은 고린도만(灣)을 따라 배를 움직였다. 주위에는 수많은 종류의 배들이 있었다. 이아손은 거의 모든 배를 다 알고 있었지만 새로운 선박들도 몇 척 있었다. 알렉산드리아에서 온 거대한 곡물 운반선부터 별의별 이름들을 다 가진 배들이 있었다: ‘악투라리에’, ‘쿠르쿠루스’, ‘호리올라’… 어떤 배들은 빠르고 가벼워 보였고, 또 어떤 배들은 아주 느리게 움직였다. 페니키아에서 온 선박이 지나가자 알비누스는 소리쳤다: “이 바다의 모든 것을 혼자서 잡아먹는 배 같이 생겼군!” 이아손 선장이 미리 감지하고 방향을 돌리지 않았으면 거대한 배가 넵튠을 들이박을 뻔했다. 작은 어선들과 온갖 부스러기가 떠다니는 바람에 앞이 보이는 선장들도 배를 움직이는 것을 어려워했다. 이 혼잡한 바다에는 밤을 기다리는 적어도 한두 척의 해적선들이 있을 것이다. 하지만 신비스러운 힘을 지니고 있던 이 선장에게는 두려울 것이 없었다.

    고린도에서 조금 떨어져 있는 항구 도시 레기움은 넓은 성벽에 둘러싸여 있었으며 이탈리아, 시칠리아와 스페인에서 온 배들로 가득 찼다. 부두에는 자리가 없어서 넵튠은 땅 근처에도 가지 못하고 작은 보트들이 대신 사람들과 짐을 운송했다. 그때 아직 이름도 잘 알지 못하는 사람이 그들과 함께해 포추올리에서 시작한 이야기를 계속했다.

    “아, 고린도! 선원들이 가장 좋아하는 곳이지요. 여기 오래 머무르면 좋겠습니다. 이아손 선장도 여기가 좋다는 것을 알면서 술 취하지 않고 돈만 날리지 않으면 된다고 했습니다. 고린도에는 남자가 원하는 것은 뭐든 다 있습니다. 여기 여자분들이 있으시니 자세한 말은 하지 않겠습니다. 어쨌든 엄청난 도시입니다! 여기서 3일 동안 머무르게 된다니요!”

    그는 배들로 가득 찬 부두를 보다가 저스틴에게 시선을 돌렸다. “당신은 동방, 그러니까 알렉산드리아로 간다고 하였지요?” 그는 멈추지 않고 말했다. “물건을 가지고 갈 때 조심하세요. 세관 직원은 여행객들을 어떻게든 뜯어먹으려고 혈안이 되어있답니다. 하지만 고린도 세관이 제일 심합니다. 그들은 원하는 것은 뭐든 다 가져가려고 할 것입니다. 그러니까 짐은 많이 가져가지 마세요.”

    저스틴은 두려워졌다. 혹시 그의 책도 뺏길 수 있을까? 어떤 도서관들은 아무리 기독교책이라도 값을 많이 쳐 자신들의 미신과 신비 도서 목록에 넣을 것이 분명했다. 그는 전에 사도 바울의 글들과 기독교인들의 성서들이 모조리 다 빼앗긴 적이 있다는 것을 알았다. 그러나 멀미에서 완전히 회복됐지만, 아직 얼굴이 창백한 사비나가 말했다:

    “그들은 점잖은 숙녀의 가방은 절대로 빼앗지 못할 것이에요. 로마 관리들이 아무리 욕심 많고 교활하다고 해도 그런 일은 없어요. 당신의 책을 제 가방에 넣으세요. 도시로 들어간 다음 돌려드릴게요.”

    저스틴은 새로 만난 이웃의 친절함에 대해 주님께 감사드렸다. 그는 그녀를 믿을 수 있다는 것을 알았다. 하지만 그가 감사하다는 말을 하기도 전에 그녀는 또 말했다. “아니면 당신이 안전한 숙소를 찾을 때까지 제가 간직할 수 있어요. 고린도는 포추올리보다 더 위험한 곳이에요.”

    “저희는 여기에서 갈 수 있는 곳이 있습니다. 고린도에서 보내는 1주일 동안 우리는 여기 주교님과 머무를 것입니다. 하지만 성의는 감사합니다.” 그는 사비나에게 책을 줘 그녀의 가방에 넣었다. 그리고 마르코스도 그의 소중한 요한복음서를 그녀에게 주었다.

    ‘스카파’라는 이름을 가진 보트에 승객들이 내려졌다. 짐은 그다음 배였다. 그때 한 선원이 사비나의 가방을 물에 떨어뜨렸다. 저스틴과 마르코스는 깜짤 놀랐다. 다행히 선원들이 다시 가방을 주워 배에 담았다. 하지만 안에 내용물들은? 다 젖지 않았을까? 소중한 파피루스 문서들은 또 어떻게 되었을까? 사비나는 기절할 뻔했고 알비누스는 그녀를 진정하려 애를 썼다. 그녀는 필사자들을 보며 말했다. “정말 죄송해요.” 알비누스가 말했다. “저 가죽은 최고 품질의 가죽이오. 내용물들이 젖었을 것 같진 않소이다. 하지만 놀라게 해서 미안하오.”

    짐을 검사하면서 저스틴의 책의 끝부분만이 약간 젖은 것으로 발견되었다. 하지만 그것만도 저스틴은 충분히 마음을 졸였다. 세관을 별일 없이 통과한 그들은 숙소에서 알비누스와 사비나를 다시 만나기로 했다. 두 친구는 고린도 시를 향해 뜨거운 태양을 받으며 걸어갔다. 둘 다 조용했다. 끝내 마르코스가 말을 열었다:

    “저스틴, 마지막 두 주 동안 일어난 일들에 대하여 생각을 해 보았네. 우리 책들이 위험에 빠진 경우가 많았지. 또 알비누스가 베르길 시들을 모조리 다 외우고 있다는 것에 놀랐네. 우리 또한 그것보다 더 신성하고 거룩한 말씀을 외워야 하지 않겠는가? 우리 책들이 없어지거나 폭풍으로 손상을 입으면 어떻게 할 것인가? 만약 박해를 받아 어떤 교회들이 당한 것처럼 우리 책들도 모조리 빼앗기면 어떡하나? 그런 일들이 일어난다면 말씀을 보존하는 유일한 길은 머릿속으로 암송하는 것이네. 줄리아나와 알렉산드리아 사람들에게 물론 사본들이 있고 그들에게서 다시 베낄 수 있지만 우리 것과는 약간 다르네. 우리는 왜곡되지 않은 말씀이 우리에게 있다고 믿지 않는가? 복음을 보존해야 하네. 알비누스가 로마 시인의 작품을 그렇게 달달 외울 수 있다면, 우리는 하늘에서 내려온 거룩한 말씀을 그것보다 더 많이 외워야 하지 않겠는가?”

    저스틴은 그의 제안이 마음에 들었다. 그들은 하루 한 이야기 또는 한 단락씩 외우기로 했다. 저스틴은 마가복음을, 마르코스는 요한복음을 암송하는 것으로 했다. 잠시 후 그들은 주교의 집에 도착하여 고린도 교인들의 따뜻한 환영을 받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