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2장
해안을 따라 시칠리 해협을 거쳐 바다로 나가는 길은 순조로웠다. 선장에 대하여 들은 말들은 다 사실이었다. 루시우스와 그의 가족은 저스틴과 마르코스를 잘 보살펴 주었다. 알비누스와 사비나도 그들과 교제하는 것을 즐거워했다. 알비누스는 기회가 될 때마다 그가 가장 좋아하는 베르길의 시들을 낭독했다. 한번은 마르코스가 저스틴에게 말했다: “저 사람을 본받아야 하네. 성서를 저렇게 좀 외우고 다녀야 해야 할 것이네.” 저스틴은 이에 동의했다.
해협을 지난 후 하늘은 회색으로 변하고 흐려졌다. 곧 파도가 일어나 배는 조금씩 흔들리기 시작했다. 선장은 이런 변화에 맞춰 본능적으로 돛을 올려 방향을 남쪽으로 돌렸다. 이렇게 하면 적어도 5~6일은 더 걸릴 것이 뻔했으나 아무도 이아손 선장의 결정을 의심하지 않았다.
이제 해는 거의 보이지 않았다. 알비누스는 승객들을 바라보며 베르길을 낭독하기 시작했다:
“해도 뜨고 질 때마다 신호를 보낸다! 이 신호는 해와 언제나 함께 있고 새벽과 별이 뜨기 전에 나타난다. 구름에 가려질 때는 잘 보이지 않는다. 비를 조심하라. 남쪽에서 바람이 올지니 모든 것의 적이니라.”
바로 그 말을 듣는 순간 사람들은 빗방울을 느꼈다. 선장과 선원들을 제외한 모든 사람은 비를 피해 안으로 들어갔다. 저스틴과 마르코스는 방수포 밑으로 들어갔으나 이아손 선장이 보이는 바깥쪽을 택했다. 그는 마치 폭풍을 느끼며 경기를 앞둔 선수처럼 침착하게 명상하는 것 같았다. 그는 배를 이리저리 조정하며 파도의 리듬을 탔다. 마치 배가 춤을 추는 것 같았다. 시간이 갈수록 바람은 더 세게 불고 파도는 더 거세게 일어났다. 저스틴은 시편 107편을 낭독했다:
배를 타고 바다로 내려가서, 큰물을 헤쳐 가면서 장사하는 사람들은,
주님께서 하신 행사를 보고, 깊은 바다에서 일으키신 놀라운 기적을 본다.
그는 말씀으로 큰 폭풍을 일으키시고, 물결을 산더미처럼 쌓으신다.
배들은 하늘 높이 떠올랐다가 깊은 바다로 떨어진다.
그런 위기에서 그들은 얼이 빠지고 간담이 녹는다.
그들이 모두 술 취한 사람처럼 비틀거리며 흔들리니, 그들의 지혜가 모두 쓸모없이 된다.
그러나 그들이 고난 가운데서 주님께 부르짖을 때에, 그들을 곤경에서 벗어나게 해주 신다.
폭풍이 잠잠해지고, 물결도 잔잔해진다.
사방이 조용해지니 모두들 기뻐하고, 주님은 그들이 바라는 항구로 그들을 인도하여 주신다.
주님의 인자하심을 감사하여라. 사람에게 베푸신 주님의 놀라운 구원을 감사하여라.
이 말들은 저스틴의 마음에 평안을 주었다. 하나님은 사도 바울을 난파에서 구하지 않으셨나? 예수님께서는 갈릴리 바다의 파도를 잠잠하게 하지 않으셨나? 그가 바로 바다와 하늘과 땅과 모든 것들의 하나님이 아니시던가? 지금까지 폭풍을 눈으로 볼 필요도 없는 이아손을 통해 그를 지켜주지 않으셨던가? 그는 가만히 서서 바다를 바라보았다. 하나님께서 인도해주실 것을 확신했다.
폭풍은 점점 더 거세졌고 저스틴과 마르코스는 밑으로 피했다. 알비누스는 멀미가 너무 심해 베르길도 낭독하지 못하는 상태였다. 오후와 저녁 내내 바람이 불며 배는 흔들렸다. 물은 더 높아지는 것 같았고 모든 것이 젖었다. 저스틴은 그의 보물이 손상을 입을까 봐 걱정되었다. 날씨 때문에 자칫하면 책이 망가질 수도 있었다. 너무 많은 시간을 투자해서 만든 사본이었기 때문에 저스틴은 하나님께 책을 지켜달라고 기도했다.
그때 폭풍이 잠잠해지기 시작했다. 물은 아직 배 위로 들어오고 있었지만 최악의 상황은 지나간 것 같았다. 알비누스는 표정이 밝아진 저스틴을 바라보며 마른 가죽 덩어리를 주었다. “아마 이것이 당신의 소중한 책을 보호해줄 것이오.”
저스틴은 감동하였다. 그는 멀미에서 회복된 상인에게 웃으며 가죽으로 책을 덮었다. 상인은 이제 다시 낭독을 시작할 만큼 된 것 같았다:
“넵튠이 말씀하시면 부풀어 오른 바다도 잠잠해지고 구름은 없어지며 해는 다시 제 자리로 온다네.”
“당신은 당신 책을 따르며 살고 나는 나의 책을 믿습니다.” 저스틴이 말했다. “예수님께서는 ‘안심하여라, 나다, 두려워하지 말아라’라고 하셨습니다. 그리고 그는 그들과 함께 배에 타셨습니다. 바람은 멈추고 그들은 아주 많이 놀랐죠.”
“예수님께서는 거센 바다를 잠잠하게 하시고 우리의 거칠어진 마음 또한 잠잠하게 하십니다.” 저스틴은 자신의 용기를 믿을 수 없었다. 하지만 알비누스의 친절함에 그는 더욱 힘을 얻었다. 또한 그는 말을 할 때와 하지 말아야 할 때를 구별할 수 있었다.
아침에는 해가 모습을 드러내 배와 승객들은 조금씩 마르기 시작했다. 그들은 배에서 일하던 목수가 폭풍 속에 휘말려 목숨을 잃은 것을 깨달았다. 그래서 고린도로 가는 여정 중 마지막 3일 동안 저스틴은 자신의 옛 직업에 복귀했다. 폭풍 때문에 망가진 노와 기둥을 고쳤으며 배에서 떨어진 장식도 다시 붙였다. 힘들지만 보람 있는 일을 하는 동안 복음서는 기독교에 관심을 많이 가지는 알비누스에게 맡겨졌다. 그는 특별히 이 책이 베르길의 사상과 얼마나 유사한지 알기를 원했다. 그래서 알비누스가 책을 읽고 열심히 마르코스에게 질문을 던지는 동안 저스틴은 나무를 베면서 하나님께 기도와 찬양을 올렸다. 쓰임 받는 것이 즐거웠을 뿐만 아니라 나무의 냄새와 느낌 또한 그를 즐겁게 했다. 이는 나무 조각을 통해 그가 자유를 얻었고 물을 통해 그가 깨끗해졌다는 사실을 생각나게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