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1장

    포추올리 항구는 전 세계의 중심지였다. 수많은 배와 선원들이 오가는 이곳은 항상 복잡하고 사람들로 넘쳐났다. 특히 성수기에는 더욱 그랬다. 세관 직원들은 바쁘게 돌아다니며 검사를 했고, 선원들은 짐을 싣고 내리는데 바빴다.

    저스틴과 마르코스는 고린도로 가는 배 ‘넵튠’의 선장을 찾아야 했다. 그들은 루시우스라는 사람과 같이 항해를 하기로 되어있었다. 루시우스는 로마교회의 부유한 신자로서 필사자들의 여행경비와 여정의 절반을 책임지기로 했던 사람이었다. 저스틴과 마르코스는 부두를 향해 걸어가면서 배를 찾아보았다. 마침내 그들은 중간 크기쯤의 상선을 찾았다. 이 배는 약 50명의 승객과 선원들을 태울 수 있어 보였다.

    “이 배가 고린도로 가는 ‘넵튠‘입니까?” 저스틴이 선원에게 물었다.

    “맞소이다! 아주 튼튼한 녀석이오. 다른 곳에서 이런 배는 찾아볼 수 없소!” 선원이 대답했다. 저스틴과 마르코스는 그 말을 선뜻 이해하지 못했다. 그는 또 물었다. “우리는 로마의 루시우스와 함께 여행하게 될 사람들입니다.”

    “일단 타시오. 그는 방금 가족들을 데리러 갔는데 곧 올 것이오. 저기 올라가서 기다리시오. 그것이 아마 더 안전할 것 같소.”

    저스틴은 여기서 또 무슨 위험이 들이닥칠지 궁금했지만, 차라리 생각하지 않는 것이 더 편했다. 그와 마르코스는 배를 탄 후 잠시 휴식을 취하고 있는 선원과 대화하기 시작했다.

    “이 배는 다른 곳에서 결코 찾아볼 수 없을 것이오.” 그는 친절한 어조로 말했다. “이 배에서 15년간 일했지만 절대로 다른 배를 타지 않을 것이오. 다른 선장님과 항해를 할 바에는 차라리 농사를 짓겠소. 바로 이 배가 특별한 이유는 선장님 때문이라오. 우리 이아손 선장님은 최고의 뱃사람이오. 혼자서 다 하시지. 물론 우리가 도울 때도 있고 할 일도 많지만, 그는 혼자서 모든 항행과 조종을 책임지고 하신다오. 그만한 사람이 없소. 사실 그는 눈이 멀었다오. 약 10년쯤 됐을 거요. 하지만 앞이 보이는 사람보다 키를 더 잘 잡으신다오. 마치 몸속에 무슨 나침반이 내장되어있는 것처럼, 별들을 볼 수 있는 어떤 도구가 몸속에 있다는 것 같소. 3일 전부터 폭풍의 냄새를 맡으시고 우리가 정확히 어디를 지나가는지 아신다오. 언제 도착할지도 다 예측하시는 것은 물론이고요. 선원과 배 위의 모든 것까지 다 파악을 하시지… 밧줄 하나 풀린 것과 어느 돛이 문제가 있는지 다 아시고 계신다오. 눈뜬 사람들이 장님인 곳까지 그분은 다 볼 수 있소. 바로 그분이 이아손 선장님이오. 나는 다른 분은 절대로 모시지 않을 것이오. 그분이 바다를 떠나신다면 나도 떠날 것이오.”

    저스틴은 눈먼 선장이 그렇게 할 수 있다는 것에 약간 놀랐다. 하지만 그는 침착하게 물었다. “도대체 어떻게 그렇게 하십니까?”

    “무슨 육감이라도 있는 것 같소이다. 마치 넵튠 신이 배의 이름을 자신의 것을 따서 지었다고 축복을 내린 것 같소. 나도 계속 옆에서 지켜보지만 어떻게 그분이 이런 능력을 발휘하시는지는 모른다오. 그분은 모든 바위와 계곡까지 다 알고 계시더구먼… 항구에서 다른 항구로 이동할 때 걸리는 시간은 물론 해적들이 어디서 날뛰는 지까지 다 알아내신다오. 꼭 자신의 피를 느끼는 것처럼 파도를 느끼신다오. 그분은 당신을 안전하게 지켜드릴 것이오. 다른 배를 타면 이아손 선장님 생각이 절실하게 날 것이오.”

    바로 그때 한 사람이 갑판 위에 나타나 선원과 필사자들 쪽으로 다가왔다.

    “바로 이분이오!” 선원이 자랑스럽게 말했다. “지나가면서 모든 것을 다 점검하고 계신다오. 놀랍지 않소?” 그리고 선장을 향해 외쳤다. “고린도로 가는 두 승객입니다, 선장님!” 마치 그들을 본 것처럼 선장은 시선을 돌려 말했다. “넵튠에 온 것을 환영하오. 안전한 뱃길을 예상하지만 작은 폭풍 하나가 지나갈 수도 있소. 하지만 이 배는 충분히 견뎌낼 것이오.” 그들을 향해 다가가면서 그는 물었다. “어디서 왔소?”

    “로마에서 왔습니다.” 저스틴이 대답했다.

    “음, 전 세계의 중심이자 영원한 도시… 내가 바다를 떠난다면 로마로 갈 것이오. 인간이 상상할 수 있는 모든 것이 거기 있소. 최종 목적지가 어디요?”

    “알렉산드리아입니다.” 저스틴이 말했다. “도중에 몇 군데를 들를 예정입니다.” 그러나 그는 갑자기 굳어졌다. 여기 이 사람은 육감이 있었다. 이 두 사람에 대하여 이미 뭔가를 알고 있을지도 몰랐다. 아무리 좋은 선장이라고 해고 교회에 우호적이라는 보장은 없었다. 이아손처럼 바다를 누비고 모든 곳을 가본 사람은 분명히 기독교도들을 만나 봤을 것이다. 이 사람처럼 초능력적인 무언가가 있다면 그리스도와 교회에 대한 생각이 있을 것이다. 선장을 피하면서 조용히 여행하는 것이 고린도로 가는 제일 안전하고 빠른 길 같았다.

    그때 승객과 화물이 더 도착했다. 선장은 계속 배를 둘러보기 시작했고 저스틴과 마르코스는 눈먼 선장과 항해하는 것이 어떨지 궁금했다. 선원의 말을 믿어야 할까? 정말 안전할 것인가? 또 로마 교인들 제외한 나머지 사람들은? 그들은 멍하니 부두의 혼잡함을 바라보았다.

    갑자기 크고 귀에 익은 목소리가 들려왔다. “친구들, 다시 만나는구려!” 알비누스였다.

    저스틴과 마르코스는 안심했다. 이 이상한 배의 선장과 다른 사람들이 무서운 것은 아니었지만 알비누스를 보니 반가웠다. 이제부터 일주일 동안 다시 쉴 새 없이 토론해야 하고 베르길 낭독을 들어야 하겠지만 그들은 마치 오랜 친구를 만난 것처럼 따뜻한 인사를 나누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