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녹은 아들을 낳고 하나님과 동행하며 살다가 하나님이 데려간 사람이다. 에녹은 아담의 6대손이요 그 이름은 ‘봉헌되었다’는 의미다. 본래 하나님이 아담을 하나님의 형상을 따라 창조하였고 그들에게 복을 주시어 사람이라 일컫게 하셨다.

그런데 죄를 지어 하나님의 형상을 잃어버려 하나님과의 관계도 단절되었고, 아담은 타락한 모양을 따라 사람을 낳게 되었다.

아담 후손들은 모두 아담의 신분이요 운명이요 수준이기에 아담과 그 후손들의 끝은 사망이다. 그야말로 인간사는 비극이요 절망이다. 아담은 셋을 낳고 장수하다가 죽었고 셋도 장수하다가 죽었으며 이렇게 열 명의 아담 후손이 나오는데 에녹을 제외하고는 모두 장수했으나 죽고 말았다.

중요한 사실은 아담과 그 후손들이 육체적으로 장수한 일이다. 영혼은 단번에 죽었으나 육체는 서서히 죽은 사실에서 예수 그리스도를 통한 즉각적인 구원과 점진적인 성화를 알게 된다.

그리스도인은 예수 그리스도의 십자가로 영혼은 단번에 구원받지만, 육체적 구원 즉 인격과 몸의 구원은 세상에서는 점진적이요 그리스도의 재림 때에 완성된다는 것이다.

우리는 예수 그리스도로 단번에 의로움을 얻지만, 하나님의 말씀에 순종하면서 흠과 티가 없는 거룩한 수준에는 전 생애를 통하여 서서히 도달하는 것이다. 하나님의 사랑이 우리 안에서 꽃 피우고 열매 맺는 것을 이루시는 과정이 좁게는 인생의 여정이요, 넓게는 인류 역사인 것이다.

아담의 족보의 결론은 죽음이다. 그런데 여기 아담의 족보에서 죽음이라는 절망 가운데 희망의 빛을 보여주는 아담의 후손이 있으니 그 주인공은 바로 에녹이다.

에녹은 역사상 가장 장수한 아들 므두셀라를 낳고 삼백 년을 하나님과 동행하다가 죽음을 보지 않고 하나님께서 데려갔다. 그 아들 므두셀라는 ‘아들이 죽으면 심판이 온다’는 의미인데, 에녹은 아들을 통하여 주신 심판의 경고를 듣고 새로운 삶을 살았다는 것을 알게 한다.

히브리서 기자는 에녹은 믿음으로 산 사람이라고 믿음의 명예의 전당에 기록하고 있다. 히브리서 11장5절에 “그는 옮겨지기 전에 하나님을 기쁘시게 하는 자라 하는 증거를 받았다”고 말씀하신다. 그가 믿음으로 살았다는 것은 도덕적으로 우월했다는 의미가 아니라 자신의 약함과 못남을 알아 하나님의 은혜를 의뢰하며 살았다는 의미이다.

땅의 족보가 끝나는 순간 모든 사람은 오열하고 절망하지만, 에녹같이 하늘의 족보에 그 이름이 기록된 사람은 죽음이란 단지 원 족보에 기록된 그 자리로 옮기는 것에 불과한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그리스도인의 죽음이란 하늘의 원 족보를 찾아가는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최초의 족보는 사망의 족보만이 아니고 복음의 비밀이 숨겨진 구원사의 족보다. 사망의 족보를 반전시킨 에녹의 삶과 하늘에로의 옮김은 인간의 궁극적인 미래와 족보의 영광된 미래를 우리에게 보여주고 있고, 참으로 절망 속에 희망의 빛을 보게 하는 것이다.

에녹의 영광은 예수 그리스도의 족보에 오를 모든 신자가 받을 복의 예표요 그림자요 서막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