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44장

    마르코스와 저스틴은 안디옥에서 아침까지밖에 머무를 시간이 없었다. 그들은 빠른 시간에 주교를 찾아 편지를 전달하고 저스틴이 교회의 성서 사본들을 둘러보는 동안 마르코스가 주교와 타시아노에게 온 사본에 대해 이야기할 계획이었다. 정오에 그들은 아우린쿠스를 만나 다시 항구로 해가 지기 전까지 도달해야 했다. 하지만 시간이 갈수록 일을 끝내지 못할 것 같았다. 그래서 그들은 다른 계획을 세웠다. 그들은 벤 야곱이 예루살렘으로 돌아가는 것과 마르코스가 함께 가도 괜찮을 것이라는 사실을 알아냈다. 마차를 이용한 이 여정은 빨리 끝날 것이고 마르코스는 벤 야곱이 만찬 때 잠깐 꺼낸 비밀에 관한 이야기를 더 들을 수 있을 것 같았다.

    그동안 저스틴과 아우린쿠스는 가이사랴까지 배를 타고 가면 될 것 같았다. 거기서 저스틴은 남은 편지들을 전달하고 가이사랴의 필사자들도 만나 볼 수 있을 것이었다. 아우린쿠스는 그 도시에 키니코스 철학자를 알고 있었기 때문에 이 계획을 기쁘게 받아들였다. 그다음 그들은 다시 배를 타고 알렉산드리아로 향하면 되었다. 시간이 별로 없었다. 벌써 11월 초였고 1주일이면 모든 항로가 닫힐 예정이었다. 로마에 돌아가기까지는 훨씬 더 많은 시간이 소요될 것이었으나 저스틴에게는 그리 나쁜 상황은 아니었다.

    “좋은 아침입니다, 나의 로마 친구들이여. 부디 하나님께서 함께하시기를!” 데오빌로가 그들을 환영했다. “어젯밤 여러분이 우리와 함께할 수 있어서 얼마나 기뻤는지 모릅니다. 당신들의 그 친구분도 올 수 있어서 좋았습니다. 내 오랜 벗 아우토린쿠스와 공감할 부분이 많았던 것 같군요. 언젠가는 서로 더 많이 볼 날이 오겠지요. 어제 저녁식사는 어쩌면 전능하신 주님께서 모든 이들을 각자 다른 방법으로 그분께 끌어오는 도구였을 지도 모릅니다. 어쨌든 로마와 우리 사랑하는 엘레우테루스 소식을 알려주시면 좋겠습니다.”

    저스틴은 편지들을 전달하고 마르시온과 발렌티니우스에 대한 우려들을 설명했다. 그는 리옹의 이레니우스로부터 안부를 전하고 데오빌로가 마르시온을 반박한 글이 그에게 얼마나 큰 힘이 되었는지도 덧붙였다. 구약 성서는 참으로 신성한 계시였고 데오빌로의 구약에 대한 의존도는 매우 결정적이었다.

    “개인적으로는 주교님께서 이사야서 42장 5절을 인용해 하나님이 만물의 창조자라는 것을 뒷받침한 것이 큰 힘이 되었습니다.” 저스틴이 떨리는 목소리로 말했다. “제가 버가모에 있었을 때 황제의 의사이자 철학자인 갈렌을 만났습니다. 그는 도서관에서 기독교와 유대교 서적들을 둘러보고 있었는데 우리의 창조 교리에 대해 관심이 있다고 했습니다. 그의 말로는 그 누구라도 지식인이라면 아무것도 없는 상태에서 무언가를 창조한다는 이야기는 믿기 힘들다고 하더군요. 저는 반박하려 했으나 이 사람의 논리를 파할 수 없었습니다. 하지만 이 말씀은 제게 큰 확신을 줍니다.”

    “그분 안에 있는 모든 것은 생명을 얻습니다.” 데오빌로가 말했다. “이단자들도 이것을 요한복음을 통해 인정합니다.” 그들은 여러 주제에 관해 이야기를 마친 후 입을 맞추고 헤어졌다. 마르코스는 타시아노와 고린도에서 접한 그 이상한 사본에 관해 대화를 나누려고 남았다.

    “매우 흥미로운 일입니다.” 주교가 말했다. “나는 타시아노를 몇 년 전에 이미 만났지만 그를 안다고는 차마 말할 수 없습니다. 그는 매우 교묘하고 많은 추종자를 가지고 있지요. 그를 2년 전 티그리스와 유프라테스강 동쪽으로 일을 보러 갔을 때 만났습니다. 그때 엔크리티 교인들과 타시아노가 거기 있었죠. 매우 매력적이고 지적인 사람이지만 아까 말했듯이 특이한 인물이었습니다. 어쨌든 그의 추종자들은 매우 충성적이었고, 현재 많은 동방교회는 사 복음서보다 그의 디아테세론을 더 신봉합니다. 돌아오는 길에 에데사에 들렸을 때 저는 거기서 자라나는 기독교 공동체들을 보았습니다. 다행이 바르다이산의 친구 아브가르 왕이 그들을 보호하고 있었지요. 아시다시피 이 왕 또한 기독교인이며 잔인한 이교도 풍습을 버리려고 많이 노력했습니다. 하지만 에데사 교회 또한 디아테세론을 선호하는 추세입니다. 그들이 이단이라는 말은 결코 아닙니다. 그러나 우리는 복음서들이 있는 그대로 하나님의 영감을 받았다고 믿습니다. 타시아노와 연락을 해보려고 노력했습니다. 여기 올 때 저를 방문해달라고 했지요. 하지만 그는 안디옥에 여러 번 왔음에도 불구하고 나를 피해 다녔습니다. 그는 늘 자신의 밀사를 통해 나와 연락합니다. 마르코스, 타시아노는 신비로운 자입니다.”

    필사자는 잠시 조용했다 물었다. “그럼 그 죽어가는 사람이 남기고 간 이 문서는 어찌해야 합니까?”

    “여기 놔두십시오.” 주교가 말했다. “이 문서가 타시아노에게 전해지도록 하겠습니다. 제가 직접 전달하게 될지도 모르지요. 어쨌든 이것으로 그와 다시 연락할 구실을 만들게 되었습니다.”

    “자세히 보시면,” 마르코스가 수줍어하며 말했다. “이 문서에 엔트리티 교인이 의도적으로 제외한 부분들이 있습니다. 여기에 나오는 여인 안나가 남편과 처녀로서 살아갔다는 것과 하나님이 아닌 아담이 ‘부모를 떠나 결혼하라’라는 말을 하였고, 가나의 혼인 잔치에서 사람들이 술 취했다는 부분도 없습니다. 또한 주님께서 십자가에서 돌아가실 때 포도주가 아니고 식초를 주었다고 나와 있습니다.”

    “그들이 그런 것 같군요.” 주교가 말했다. “어쨌든 내가 할 수 있는 만큼 최대한 노력하겠습니다. 타시아노와 그의 추종자들에게 연락이 더 잘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이것을 위해 기도해 주십시오.”

    주교와 필사자는 시편을 낭독하고 마르코스는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때 그에게 한 질문이 떠올랐다. “아 주교님, 바르다이산에 대해 이야기해주실 수 있으십니까?”

    “아, 네, 바르다이산 말씀이군요.” 주교는 생각에 잠겼다. “그는... 음, 아마 제가 만난 이들 중 가장 총명하고 상상력이 풍부한 사람일 것입니다. 그는 최근에 기독교로 개종했고 여기 사업 때문에 왔습니다. 그가 부르는 찬미는 매우 매혹적입니다. 그는 이교도 천문학자 사이에서 태어났죠. 우리는 자주 족보와 지역 문화에 관해 이야기하곤 하지요. 올바른 양육만 받는다면 그는 시리아 교회의 매우 영향력 있는 지도자가 될 것입니다.” 주교는 잠깐 멈추었다 계속했다.

    “아, 가이사랴로 간다고 하였습니까?”

    “저스틴과 아우린쿠스가 오늘 오후에 갑니다.”

    “바르다이산의 다음 목적지가 거기라고 하는데…. 같이 가면 어떻겠습니까?”

    “못할 이유가 없죠!” 마르코스가 대답했다. “저는 벤 야곱과 일단 예루살렘으로 갑니다. 바르다이산은 저 대신에 그들과 함께할 수 있겠군요.”

계획은 잡혔다. 마르코스는 예루살렘으로, 저스틴은 가이사랴로 떠났다. 다가올 한주가 기대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