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4장

    저스틴과 마르코스는 북적거리는 로마 시내를 지나 변두리에 있는 작은 건물을 찾아갔다. 높은 벽 안의 긴 복도는 많은 꽃과 덩굴로 둘러싸여 있었다. 꽃들은 강한 향기를 풍기면서 마치 꿀벌들을 차지하기 위해 서로 경쟁이라도 하는 것 같았다. 길 반대편 정문 앞에는 하인 한 명이 손님들을 기다리고 있었다.

    “이쪽입니다.” 그는 마르코스와 저스틴을 안내했다. 한쪽에서는 세 명의 원로원이 모여 중요한 주제를 토론하고 있는 것 같았다. 조용하고 은밀하게 말하는 것으로 미루어보면 뭔가 심상치 않았지만, 무슨 말을 하는지는 잘 들리지 않았다. 많은 방을 지나 그들은 작은 독방에 도달했다. 하인은 잠긴 문을 열었고 손님들을 안으로 안내했다. 루푸스는 벌떡 일어나 저스틴을 성스러운 입맞춤으로 환영했다. 그는 아주 기쁜 표정이었다.

    “30분만 드리겠습니다.” 하인은 말하면서 방에서 나갔다.

    서기 세 명은 이렇게 모여 이야기를 나누었다. 루푸스는 그의 체포사건에 대하여 생생하게 들려주며 교회 신앙에 대한 영지주의자들의 도전에 관해서도 얘기했다. 저스틴은 그의 여정과 모험에 대하여 나누며, 리옹의 그리스도인들 소식을 자세하게 들려주었다. 신앙은 지켜져야 했기에 그들의 친구인 새 주교는 영지주의자들을 대적하는 큰일을 감당해야 할 처지에 놓였다. 하지만 박해는 끔찍했다. 이 세대의 교회뿐만 위협을 받는 것이 아니라 기록된 성서와 다음 세대에 신앙을 전해주는 일마저도 어렵게 되었다. 크리스천들은 시련 속에 굴복하면 안 되었다. 하지만 사도들이 말한 것처럼 ‘하나님께서 세우신’ 정부에 대하여 저항하는 것도 그리 바람직한 일은 아니었다.

    루푸스는 썩 동의하지 않은 표정이었다. 그때 마르코스가 끼어들어 알렉산드리아에서 손님이 와 로마 서기들의 기술을 배워 가려 한다고 했다. 하지만 그와 저스틴은 그 방문자가 여자라는 것은 말하지 않기로 미리 합의했다. 루푸스가 풀려나서 다시 필사실로 돌아올 때 말해도 늦지 않았다. 지금으로써는 그냥 그 ‘손님’에 대하여 이야기를 했다.

    “알렉산드리아라…” 루푸스는 말했다. “듣기로는 그들의 열정 하나는 정말 뜨겁다고 하더군.”

    “지식도 뛰어난 것 같네.” 저스틴은 대답했다. “그들은 이 세상에서 가장 뛰어난 필사실을 가지고 있다고 들었네. 그들의 서기들은 최고의 학교에서 많은 시간을 훈련받고 매우 훌륭한 문서를 만들어내네. 우리도 그들이 만든 책을 보았지. 손님들이 가지고 왔는데, 그들이 우리에게 배우는 것보다 우리가 배울 것이 더 많을 것 같네.”

    “이번 달 안으로 내가 풀려나기를 진심으로 하나님께 바라네.” 루푸스는 말했다. “앞으로는 사소한 일로 체포당하지 않도록 조심을 할 것이야. 어쨌든 와 줘서 너무나도 고맙네…”

    하인은 기다렸다는 듯 정확한 시간에 맞추어서 돌아왔다. 저스틴과 마르코스는 다시 집으로 발길을 옮겼다. 건물 밖에는 아이들이 놀고 있었다. 아까 그 향기로운 복도는 아직 꿀벌들로 가득 차 있었고, 그들은 뒷문으로 빠져나왔다. 낮잠 자기 딱 좋은 따뜻한 날씨였지만 그들은 밤이 오기 전에 준비해야 할 일이 많았다. 이번 달은 아주 중요한 때였다. 그들은 마을에 도착하자 헤어졌고, 다음 날 아침 아홉 시에 필사실에서 만나기로 약속했다. 둘 다 내일은 필사실의 분위기가 어떻게 될지 궁금해했다. 특히 저스틴은 줄리아나에게 무엇을 가르쳐야 할지 도무지 감이 잡히지 않았다. 그가 가방 속에 넣은 그 책은 알렉산드리아와 로마 사이의 중요한 연결고리가 될 것 같았다. 모든 인류가 이 말씀을 통해 같은 신앙고백을 하는 것이 큰 의미가 있었다. 적어도 그의 스승 이레니우스는 그렇게 가르쳤다. 이것은 교회가 맞설 많은 도전과 이단세력들을 대적하는 데 큰 도움이 될 것이다. 그들이 영지주의자든 분리주의자든 양자론자든 상관없었다. 어쨌든 이런 새로운 세력들은 큰 위협을 일으키고 있었다. 이런 시기에 성서를 전 세계에서 정확하게 필사하는 것은 아주 중요했다. 그는 바로 이럴 때 하나님이 그에게 정직한 서기로서 주신 사명감을 느꼈다.

    그가 집에 도착했을 때 쉴 틈이 없었다. 그가 받은 새 책을 훑어볼 시간도 없었다. 목수일이 많이 남았고 필사실도 정리가 필요했다. 게다가 그가 집을 떠난 사이 중요한 편지들이 많이 왔다. 긴 여정 때문에 아직도 피곤한 그는 잠이 필요했다. 그는 밤늦도록 일을 하다가 줄리아나의 책을 가방에서 꺼내 필사실 책상 위에 올려놓았다. 그리고는 잠을 청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