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0115 93 - 예수는 나의 힘이요 

힘이 되어주는 사람

베드로전서 3:8-12

:9 악을 악으로 갚거나 모욕을 모욕으로 갚지 말고, 복을 빌어 주십시오. 여러분으로 하여금 복을 상속받게 하시려고, 하나님께서 여러분을 부르셨습니다.

여는 말

지난 주에 라디오 시사프로그램을 들으며 마음이 무거워졌습니다. 10.29 참사(이태원 참사)의 희생자대표 되시는 중년 남성의 이야기였습니다. 다들 아시는 내용이었지만, 대담 도중 어떤 말 한마디를 들으며 그의 파랗게 멍든 가슴이 그대로 느껴졌습니다. 다시 못 볼 아이에게 저렇게 많은 이야기를 할 수 있다니. 아직도 많이 사랑하고 있구나. ‘저리도 애틋하고 사랑스런 마음을 미리 표현했더라면 덜 괴롭고, 덜 힘들었을 텐데’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당장 내일 어떤 일이 벌어질지 모르기에 보는 이들에게 모질지 않고 선하게 대하고 싶다는 생각과 사랑하는 자녀들, 사랑하는 사람들에게 사랑의 말을 흠뻑 전해야겠다는 마음이 커졌습니다. 그리고 세월호, 이태원의 안타까운 이들뿐만 아니라, 사회적으로 힘들고 어려운 분들, 그리고 이곳 러시아인 중에도 힘겹게 하루하루를 이어가는 사람들에게도 사랑의 말들을 아끼지 말아야겠다는 다짐도 생겼습니다.

지난 화요일에 빌립보서 QT를 올리며 삼총사와 몬테크리스토 백작을 쓴 뒤마의 글을 적었습니다. “기쁨을 주는 사람만이 더 많은 기쁨을 즐길 수 있다.” 바울과 디모데는 함께 있었던 시간은 얼마 되지 않았지만, 서로에게 기쁨과 힘이 되어주는 사람이었습니다. 디모데후서 1:2에 사랑하는 아들이라고 하지만 정작 그는 1차 전도 여행 시 갈라디아 지방에서 우연히 만난 사람입니다. 디모데의 어머니는 유대인, 아버지는 그리스인이었습니다. 그의 외조모 로이스와 어머니 유니게가 바울이 전한 복음을 듣고 회심하자 신앙을 이어갔던 이름 모를 소년이었습니다. 하지만, 바울과 좋은 관계를 유지해가며 서로에게 기쁨과 힘이 되어주는 사람이 됐습니다.

살아가며 바울과 디모데처럼, 서로에게 힘이 되어주는 사람, 한평생 단 한 사람이라도 만났으면 좋겠다는 간절함이 생깁니다. 기쁨을 주는 사람만이 더 큰 기쁨을 즐길 수 있는 것처럼 우리는 서로에게 더 큰 위로와 힘을 나눠주며 스스로도 건강해지길 소망해봅니다.

이제 본문을 통해 우리에게 힘이 돼 주셨던 주님처럼 우리도 서로에게 힘이 되어주는 복된 지체들이 되기 위해 어떻게 삶을 이어가야 하는지 말씀을 살피며 은혜를 나누고자 합니다.

푸는 말

1. 힘은 무엇인가?

힘이 되어주기 사람이 되기 위해선 먼저 확인해야 할 것이 있는데 바로 그 힘이 무엇인지 분명히 알아야 합니다.

사도들이 활동하던 당시 초대교회는 로마의 통치하에 여러 박해가 있었고, 유대교와의 관계도 좋지 않아 그리스도인 된다는 것은 큰 결단과 의지가 필요한 상황이었습니다. 흔들리는 당시 사람들에게 베드로가 가장 힘주어 말하고 싶었던 것은 금수저가 되는 방법, 세상의 힘을 얻는 방법이 아닌 부활하신 예수 그리스도였습니다.

1:3b 죽은 사람들 가운데서 예수 그리스도가 부활하심으로 말미암아 우리로 하여금 산 소망을 갖게 해 주셨으며,

우리에게 소망을 줄 수 있는 것은 성공하는 7가지 방법 등, 부자가 되고 유력한 사람이 되는 비법의 책이 아닌 산 소망 되신 예수님입니다. 베드로의 편지는 주로 종말론과 관련되어 있습니다. 당장이라도 죽고 싶은 심정으로 힘겹게 살아가는 이들이 죽으면서도 붙잡을 수 있는 단 하나의 단서는 오직 예수님이었습니다. 되는대로 살아가는 인생이 아니라, 하나님의 심판과 영생을 확실히 믿고 바라볼 수 있는 근거 바로 산 소망되신 예수님입니다.

 :8 마지막으로 말합니다. 여러분은 모두 한 마음을 품으며, 서로 동정하며, 서로 사랑하며, 자비로우며, 겸손하십시오. 마지막으로 말한다는 표현은 베드로가 가장 전하고 싶었던 말입니다.

:9b 여러분으로 하여금 복을 상속받게 하시려고, 하나님께서 여러분을 부르셨습니다.

베드로가 힘을 주어 말하고 있는 것은 다름 아닌 여러분은 하나님이 복을 상속받게 하시려고 부르신 사람이라는 것입니다. 태어나면서 몇천억의 유산을 물려받는 금수저를 문 사람이 아닌 산 소망 되신 예수님을 품은 사람이 되게 하시려고 불렀다는 것입니다. 그 예수님을 소유한 사람만이 복을 받은 사람이요, 힘을 가진 사람입니다. 우리의 힘은 바로 예수님입니다.

사랑하는 여러분! 우리가 힘이 되어주고, 영향력이 있는 사람이 되고자 한다면 무엇보다 먼저 산 소망 되신 예수님을 소유해야 합니다. 이것은 누가 뭐라 해도 타협할 수 없습니다. 2023년 새해를 맞으며 혼자 겨우겨우 살아가는 인생이 아니라, 나의 가족에게 내가 사랑하는 사람들에게 힘이 되어주는 멋진 삶을 이어가게 되길 원합니다. 이 시간 말씀을 나누는 저와 여러분 모두가 살아계신 예수님을 마음에 품고 먼저 우뚝 서는 복된 은혜를 경험하게 되길 축복합니다.

2. 성도에게 힘이 되어주는 사람

베드로의 유언 같은 고백은 두 가지로 구분됩니다. 8~9절에 보면 성도들에 대하여, 세상에 대하여 우리가 어떻게 힘이 될 수 있는지 이야기하고 있습니다. 먼저 산 소망 되신 예수님을 품은 우리가 자신뿐만 아니라 성도들에게 힘이 되어주라고 말합니다.

:8 마지막으로 말합니다. 여러분은 모두 1)한 마음을 품으며, 2)서로 동정하며, 3)서로 사랑하며, 4)자비로우며, 5)겸손하십시오.

베드로는 성도들과의 관계에서 지켜야 하는 것 다섯 가지를 말합니다. 그렇게 할 때 서로에게 힘이 돼 줄 수 있다는 것입니다.

 1) 한 마음을 품으며 : 우리의 신앙은 획일적인 것이 아니라 다양하지만, 목표가 같다는 것입니다. 나와 다른 모습을 지녔지만, 함께 이 길을 걷고 있다는 동료, 동지의식이 있을 때 우린 서로에게 힘이 되어줄 수 있습니다. 전술은 다 다를지라도 이기는 전략은 바뀔 수 없습니다. 한마음으로 함께 승리할 수 있도록 돕는 귀한 그리스도인이라는 것을 절대 잊지 않아야 합니다.

2) 동정하며 : 이 단어는 ‘함께’라는 단어와 ‘아픔을 느끼다’라는 단어의 합성어입니다. 즉 공감(共感)을 의미합니다. 단순히 딱하다. 불쌍하다 느끼는 것이 아니라 같은 감정을 갖는 것입니다.

전도서 7:2a 초상집에 가는 것이 잔칫집에 가는 것보다 더 낫다.

기쁨은 누구나 함께 하는데 어렵지 않지만, 함께 슬픔을 나누는 것은 아무나 함께 할 수 없기 때문입니다. 목회할 때도 상가는 힘들지만, 꼭 찾아다녔던 근거가 바로 이 말씀이었습니다. 누구나 동정할 수 없습니다. 우리가 받은 사랑을 기억하며 함께 슬픔과 아픔에 동참할 수 있는 여러분 되어 서로에게 힘이 돼주길 바랍니다.

3) 서로 사랑하며 : 우리 주님이 우리를 사랑하신 것같이 우리도 서로 사랑하는 것은 마땅합니다. 이것은 주님의 명령이기 때문입니다. (요15:12 내 계명은 이것이다. 내가 너희를 사랑한 것과 같이, 너희도 서로 사랑하여라)

4) 자비로우며 : 보통 긍휼(矜恤)이란 단어로도 많이 쓰입니다. 원어의 용례를 보면 이 단어는 ‘사랑하다’와 ‘용서하다’가 함께 혼용됩니다. 즉 단지 측은하고 여기고 불쌍하게 여기는 것이 아니라 주님이 우리를 용서해주시고 품으신 것처럼 사랑해주라는 뜻입니다.

5) 겸손하라 : 이것은 원어를 그대로 옮기면 낮아진 마음입니다. 주님께서 낮아지셔서 우리를 사랑해주신 것처럼 그 사람의 입장에서 이해해주고 품어줄 때 우리는 서로 힘이 될 수 있다는 것입니다.

 베드로가 말하는 5가지, 말하기는 쉬워도 행하는 것은 당연히 어렵습니다. 하지만, 우리에게 죽음으로 산 소망을 품게 하신 주님을 기억하여 실수하더라도, 잘 안되더라도, 흉내만 낼 지라도 실천해가며 서로에게 힘이 돼주길 축복합니다.

3. 세상에 힘이 되어주는 사람

세상에 힘이 된다는 말은 꽤 거창해 보입니다. 무슨 큰 기여를 해야 하는 것처럼 보일 수 있지만, 반드시 그것만을 의미하진 않습니다.

 한국의 K-POP 밴드 BTS와 영국의 콜드플레이라는 그룹이 함께 부른 “My universe”라는 곡이 있습니다. 우주는 우리의 시야 밖, 미지의 세계만이 아닌, 가장 가까운 곳, 사랑하는 사람 안에 숨겨진 미지의 공간 역시 우주라는 의미입니다. 그리스도인이 아니라 할지라도, 같이 숨 쉬고 살아가는 이들에 대한 사랑과 배려가 있을 때 우린 세상에 힘이 되는 사람이 될 수 있습니다.

 세상은 내가 등 돌린 사람일 수도 있습니다. 저에게도 그런 분이 있습니다. 말로는 풀었지만, 마음 가득 원망과 포기로 내 마음의 순위에서 밀려는 분이 있습니다. 설교를 준비하면서 다시 마음을 새롭게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때로는 성도들 사이에도 반목할 수 있습니다. 목회자와도 반목하고 섭섭한 감정을 가질 수도 있습니다. 그러나 기억하십시오. 우리가 등 돌리면 나의 뒤는 세상에서 가장 멀어진 곳, 다른 우주가 될 것입니다.

 지난 QT에 이런 글도 올렸습니다. 옳지만 싫은 사람이 있다. 그런데 어떤 사람은 흠이 있더라도 사람 냄새나는 사람이 있다. 옳은 사람으로 살려 노력하는 것보다 사랑스런 사람으로 살려 애쓰겠다.

항상 바를 수는 없습니다. 하지만, 사랑스런 사람으로 살려고는 노력해야 합니다. 왜냐하면, 우리는 산 소망은 지난 사람이고, 우리 또한 사랑을 받은 사람이기 때문입니다.

 :9a 악을 악으로 갚거나 모욕을 모욕으로 갚지 말고, 복을 빌어 주십시오.

어릴 절 이 말씀을 읽을 땐 좀 거슬렸습니다. 한쪽 뺨을 맞으면 한쪽 뺨을 대는 그런 어수룩하고 힘없는 사람이 되어야 하는가? 이에는 이로 갚아주면 안 되는가? 좀처럼 동의가 잘 안 되는 말씀입니다. 하지만, 오랫동안 말씀을 묵상하며 이렇게 해석이 됐습니다. 감정을 감정으로 되받아치지 말자입니다. 혈기를 혈기로 대하면 정말 답이 없습니다. 할 말을 하지 말라는 것이 아니라, 같은 혈기로 답하지 말라는 것입니다. 조금 뒤로 물러설 줄 아는 지혜가 있어야 합니다.

마태복음 26:52 그 때에 예수께서 그에게 말씀하셨다. "네 칼을 칼집에 도로 꽂아라. 칼을 쓰는 사람은 모두 칼로 망한다.

예수님께서 잡히시던 날 밤 대제사장의 종 말고가 예수님을 잡으러 왔을 때, 베드로는 칼로 그의 귀를 잘랐습니다. 그때 예수님은 칼을 잘 집에 도로 꽂으라고 하시며 칼을 쓰는 자는 칼로 망한다고 하셨습니다. 세상의 권세에 꼬리는 내리는 것이 아니라, 예수님은 그들의 방식이 아닌 하나님의 방식으로 이 일을 풀어가고 있다는 것을 알아야 합니다.

나는 잘못한 것 없는데, 세상이 흉흉해서 피땀으로 일군 내 사업이, 사랑으로 세운 내 가정이, 눈물 뿌려 일군 업적이 수포(水泡)가 될 수도 있습니다. 그렇다고 같은 보복의 원리로 대하면 둘 중 하나가 사는 것이 아니라 둘 다 망하게 되는 겁니다. 하나님의 나라는 사람의 방법이 아닌 하나님의 방법으로 일궈야 합니다. 그래야 나도 살고 세상에 힘이 되어줄 수 있습니다.

부부 사이도 마찬가지입니다. 등 돌리면 가장 먼 우주가 되는 사이 아닙니까? 며칠 전 아내가 된장국에 고추를 다져서 넣어 먹는데 꽤 힘들었습니다. 국물용으로 크게 넣지 왜 이렇게 고추를 넣었냐며 한소리를 했더니 아침은 스스로 해 드시라고 하더군요. 힘들었습니다. 세상에서 가장 먼 우주를 경험했습니다.

혈기를 혈기로 대하지 마시길 바랍니다. 오히려 복을 빌어줄 때 서로에게 생명을 얻게 하는 복된 일이 생길 줄 믿습니다.

닫는 말

메시지 성경을 쓴 유진 피터슨(Eugene H. Peterson) 목사는 악한 마귀는 우리로 하여금 하나님의 명령보다 개인의 경험에 근거하여 결정하라고 유혹한다. 말했습니다. 우리는 하나님의 방법으로 이 땅을 살아야 하는 그리스도인입니다. 마귀의 방법에 현혹되지 마시고 복을 빌어주는 사람, 성도와 세상에 힘이 되어주는 사람이 되길 바랍니다.

인생의 실패는 무엇을 이루지 못하는 것이 아니라 무엇을 원하는지 모르는 것입니다. 여러분은 올 한 해 무엇을 원하고 있습니까? 우리는 하나님의 산 소망과 영생을 간절히 바라고, 그것을 얻으려 경주하는 복된 그리스도인임을 잊지 말고, 그렇게 되길 원하며 애쓰시길 바랍니다.

오늘 주신 말씀을 기억하여 우리가 얻은 힘이 무엇이고, 또 그 힘을 성도와 세상에 나눌 수 있는 복된 저와 여러분 모두가 되시길 주님의 이름으로 축복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