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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은....
최선도 [pietari]   2015-05-25 오전 2:51:17 1953

https://www.facebook.com/slovo00/posts/834894816559006

АЭРОФЛОТ, .... 1988년 서울 올림픽에 참가하는 소련 선수단을 태운, 저 이상하게 생긴 "아에로플로트"라는 글자가 동체에 그려진 전세기가 김포국제공항에 착륙하던 모습이 당시 뉴스에서 방송될 때, 난 저 난해한 글자를 처음 보았다. '세상에나, 무슨 글자가 저렇게 생겼다냐', .... 오늘 5월 24일은 바로 이 괴상한 글자를 만들어낸 주인공인 성 키릴(Кирилл)과 메포디(Мефодий)를 기려, 러시아를 비롯한 슬라브 문화권에서 이른바 '키릴문자'와 슬라브 문화를 기리는 날 [День славянской письменности и культуры]이다.

비잔틴 제국의 위대한 학자 키릴과 그의 형이자 유능한 행정가였던 메포디는 9세기 후반 경, 당시 비잔틴 제국의 종교인 '동방(또는 그리스) 정교'를 주변 슬라브 민족에게 전파할 목적으로 비잔틴 제국의 공용어인 그리스어를 바탕으로 슬라브어의 발음을 참고해 이른바 "키릴 문자(Кириллица)"를 만들어냈다. 그리고 오늘날 러시아어는 이 키릴이 만들어낸 알파벳을 쓰고 있다.

키릴과 메포디 형제는 오늘날 그리스 에게해의 항구도시 테살로니키(당시는 살로니카) 출신으로 실은 슬라브 민족인 마케도니아 혈통이었다(동방원정으로 유명한 알렉산더 대왕이 바로 이 마케도니아 지방을 다스렸다). 영국의 저명한 역사학자 마크 마조워(M. Mazower)의 역작(Salonica: City of Ghosts, 2006)에서 표현되고 있듯, 6~8세기 경 비잔틴 제국의 살로니카는 지중해 해상교류는 물론 펠로폰네소스 반도와 발칸 반도 그리고 유럽대륙과의 육상교류(라고 쓰고 '침략'으로 읽어야 할 것이다)의 중심으로, 항구의 어부들조차 서너개 언어는 말할 줄 알았던 그런 폴리글롯한 도시였다.

가정에선 엄마가 슬라브 구어를 말하던 환경에서 자라났으며, 청소년기부터선 제국의 수도 콘스탄티노플에서 그리스어로 교육받으며 그리스식으로 사고하며 비잔틴의 충실한 신민으로 사회화된 키릴과 메포디 형제는, 어쩌면 그들과 가까운 언어적 DNA를 가진 슬라브인들에게 문자와 종교를 전파하기에는 최적화된 인물이었을 것이다. 비잔틴 제국의 황제 미카엘 3세는 두번 생각하지도 않고 이들 형제에게 오늘날 체코 지방인 모라비아로 가서 비잔틴 제국의 종교인 동방 정교를 전파해, 인접한 프랑크 왕국의 로마가톨릭의 동진을 저지할 것을 명령하게 된다.

오늘날의 영어, 불어, 독어, 이탈리아어 등의 알파벳이 '라틴' 알파벳이라면, 비잔틴 제국의 키릴은 이 라틴 알파벳의 문자와는 전혀 다른 그리스 문자를 최대한 활용하겠다는 선명한 의도를 널리 과시하며 슬라브인들을 위한 문자를 고안해 내게 된다. 너무나 자연스럽게도, 키릴은 그리스어에 가까운 슬라브어 소리에 대해 그리스어 알파벳을 원용해 알파벳을 만들어 나가게 된다. 즉, 슬라브어의 [g] 소리는 Г (그리스어 감마; Γ)로, [d] 소리는 Д (그리스어 델타; Δ)로, [l] 소리는 Л (그리스어 람다; Λ), [z] 소리는 З (그리스어 제타; Ζ), [p] 소리는 П (그리스어 파이; Π)로, [f] 소리는 Ф (그리스어 피이; Φ)로 매우 과감(!)하게 그리스어 알파벳을 카피해 각각 만들어냈다.

이로써, 말만 있었지 아직 문자가 없었던 슬라브인들은 슬라브 공통구어를 모어(mother tongue)로 하며, 그리스어로 교육받은 키릴 덕분에 자신들의 말을 글로 표현할 수 있는 문자를 얻을 수 있었던 것이다. 오늘날 불가리아, 세르비아(-크로아티아), 마케도니아, 몬테네그로, 보스니아-헤르체고비나, 우크라이나, 러시아, 벨라루스 등의 나라에서 바로 이 키릴문자로 된 각자의 언어를 쓰고 있는 것이다. 폴란드와 체코, 슬로바키아 등에도 이 키릴문자가 전파되었으나 이들은 나중 라틴 알파벳을 받아들이게 된다.

키릴문자와 함께 이들 슬라브인들은 '동방정교(Eastern[Greek] Orthodox)'를 받아들이게 된다. 로마가톨릭에 비해 상대적 열세였던 비잔틴 제국은 아직 기독교를 수용하지 않은 주변부 야만 부족을 하루빨리 자신들의 세력으로 포섭하기 위해, 그리스어로 된 성서를 키릴이 만들어낸 알파벳을 이용해 슬라브어로 번역까지 해 전하게 된다!! 그만큼 다급했던 것이었다. (더욱, 놀라운 것은 콘스탄티노플에서 모라비아로 떠나는 여정에 키릴은 슬라브어로 복음서와 사도행전, 시편을 번역한다!!) 어쨌건, 그 결과 키릴문자와 동방정교를 받아들인 러시아를 비롯한 슬라브 문화권은 라틴어를 공용어로 쓰며 로마가톨릭을 폭넓게 수용했던, 오늘날 프랑스, 독일, 영국, 이탈리아 등과는 꽤 상이한 발전경로를 밟아가게 된다.

어쩌면 그렇게 로마를 중심으로 한 유럽의 서방 기독교 세력과 콘스탄티노플을 중심으로 한 동방 기독교 세력의 대립은 사실은 종교의 대립처럼 비춰지기도 하나, 사실은 '문자'의 대립이기도 한 셈이다. 비잔틴 제국에 충실했던 키릴과 메포디는 이후 죽어 로마 황제의 시성을 받기도 했으며, 1980년에는 동서 기독교의 화합의 상징적 조처의 하나로 당시 교황 요한 바오로 II세(그는 슬라브권 국가인 폴란드 출신이다)는 "유럽의 수호자"로 선포되기도 했다.

그리스 알파벳은 피타고라스의 덕분으로 수학 시간에 원주율 파이 등이나 논할 때 한두 낱글자를 본 정도에 불과하고, 20세기 후반 영어와 미국의 영향하에서 반세기를 넘게 보내온 우리에게 라틴 알파벳이 아닌 다른 서양의 알파벳은 좀처럼 알 수가 없었기에, 그리스 알파벳을 모태로 태어난 러시아어 및 슬라브 여러 나라말의 알파벳인 키릴문자는 우리에게 생소할 수 밖에 없는 것이다.

그러나, 국민학교 때 당시에는 매우 드문 총천연색 삽화로 가득찼음에도 불구하고 그에 어울리지 않는 매우 현실적(?!)인 가격으로 수만명의 초기 '밀덕'을 양산해낸 거름인 "세계무기대백과", "세계전투기대백과" 따위를 열독하던 꼬맹이가, 고등학교 때 АЭРОФЛОТ 라는 요상한 글자를 보며 "러시아말 배워 쏘련 간첩 때려잡겠다"는 어처구니없는 생각으로 노어노문학과에 입학한지도 사반세기가 지났다. 오늘, 이 희한하게 꼬여버린 인생의 주범(виновник)을 기린다. 하룻밤으로는 모자라다고 키릴과 메포디 형제는 생각했는지, 내일 부처가 이 땅에 온 날까지 휴일로 지정하며 하루 더 생각하시라고 한다. 뭐, 나로선 그저, 감읍할 따름이다 .... ㅎ

'매우 흔한, 키릴과 메포디의 성화이다. 머리 뒤에 황금빛 둥근 후광이 그려진 것은 두 사람 모두 성인이라는 표시이다. 왼쪽, 오른쪽 제일 구석에 두 사람의 이름(святой Кирилл, святой Мефодий)을 친절하게 써 두고 있다. 혹, 잊어 버렸을 경우를 대비해서이다. ㅋ 
왼쪽이 막내 키릴이고, 오른쪽이 제일 큰 형 메포디이다. 키릴은 원래부터 매우 신심이 독실했다고 한다. 수도사이기도 했었던 그는 언제나 검은 수도복을 입은 상태로 그려진다. 두 형제가 펼쳐 보이고 있는 두루마리와 성서에 적혀진 것이 바로 이 키릴문자로, 두 사람의 '업적'임을 그대로 보여주고 있다.'


(IP : 95.55.107.130)
  잘가세요, 여러분 (2015-06-29 오후 2:21:19)
  오랫만에 (2014-04-20 오전 11:39:52)
 
최영모
[beryoza]
좋은 글 감사합니다.^^
2015.05.28  21: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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