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32장

    에게해의 아름다운 낮을 보며 두 서기는 마음이 조금 편해지는 것을 느꼈다. 옆에 보이는 섬들은 파란 잔디로 덮여 있었고 늦가을의 해는 하얗게 칠해진 집들을 비추고 있었다. 잠깐 동안의 소나기는 나무들과 풀을 적셔 더욱 진한 초록빛을 내게 했다. 그들은 크레타로 향하는 작은 해적 보트에 타고 있었다.

    저스틴과 마르코스는 갑판 위에 묶여 있었고 선장과 두 부하는 볼일을 보고 있었다. 나머지 선원들은 포획한 배에 타고 있었다. 서기들은 왜 그들만 따로 선장의 배를 탔는지 궁금했다. 그때 선장이 다가왔다.

    “당신들이 저스틴과 마르코스란 말이지?”

    두 친구는 선장의 우호적인 어조에 놀라며 대답했다. “맞습니다.”

    선장은 주위를 둘러보며 부하들이 다른 일에 신경 쓰고 있는 것을 확인했다. 그는 속삭이며 말했다. “나는 크레타의 크노소스에서 온 아우린쿠스요. 나는 당신들의 가방에 든 책들을 읽어보았소. 그래서 여기로 데리고 온 것이오. 보시다시피 나는 오래전에 해적이 되었소. 하지만 시간이 갈수록 이 일이 점점 싫어지는 것 같소이다. 나에게 도무지 맞지 않는단 말이오. 내가 당신들의 배에 올라탔을 때 기절한 것을 보았소? 바로 피 때문이오. 피만 보면 견딜 수 없어 기절을 한다오.”

    마르코스는 믿을 수 없어 물었다. “그렇다면 왜 아직도 해적입니까?”

    “내 어머니가 나를 바다로 가게 하셨지…” 아우린쿠스가 대답했다. “내 어머니가… 나를 해적으로 만들었소. 그래서 이놈들과 도적짓이나 한다오. 어머니도 계속 내가 이 일을 했으면 하시지. 정말 이놈들이 좀 살살했으면 좋겠는데… 아무튼 이 짓이 싫소. 차라리 농부를 하거나 빵을 굽겠소. 조용히 살고 싶단 말이오. 정말 철학자나 시인이 되고 싶었으나 돈벌이가 안되오. 그래서 돈을 벌려고 이 짓을 한다오. 당신들 가방에 아주 흥미로운 철학에 관한 책들이 있어 나와 이야기를 나누라고 여기로 부른 것이오. 몇 달 동안 교양 있는 대화를 한 적이 없소. 이놈들은 너무 무식하다니까.”

    “그렇군요.” 저스틴이 말했다. “그래서 먼저 저희와 이야기를 나눈 후 노예로 팔겠군요.”

    “아니오!” 아우린쿠스가 말했다. “당신들을 팔고 싶지 않소. 하지만 어떻게 할지 모르겠소. 어머니께 빈손으로 돌아가면… 안되오.” 그는 고개를 흔들며 키를 잡으러 갔다.

    두 친구는 조금이나마 안심할 수 있었다. 이제 더 이상의 약탈은 없을 것이고 선장도 전혀 그것에 관심이 없어 보였다. 그는 이미 물건을 잡아 좋은 값에 그들을 팔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배를 조종하는 그는 돈보다 철학에 관심이 많아 보였다. 키를 부하에게 맡긴 후 생각에 잠겨있어 보이는 선장은 서기들을 향해 다시 걸어왔다.

    “당신을 팔지 않기로 했소이다. 물론 이렇게 하면 안 되는 것을 알겠소. 하지만 나는 돈을 원하는 것이 아니라 깊은 토론을 하고 싶소. 로마에서 왔다고 했소?” 이 말과 함께 선장은 그들을 풀어주었다.

    “맞습니다.” 마르코스가 대답했다.

    “무슨 일을 하시오?” 아우린쿠스가 물었다.

    “이쪽은 목수이고 저는 양치기입니다.”

    “다시 한번 놀라게 해 미안하오. 크노소스에 닿는 대로 당신들을 원하는 곳으로 데려다 주겠소. 말한 대로 나는 철학자이지 해적이 아니오.”

    “그래서 무슨 사상을 가지고 계십니까?” 저스틴은 밝은 표정으로 물었다.

    “나는 키니코스(견유)학파요.” 선장이 대답했다. “디오게네스와 키니코스학파들에 대하여 들어본 적이 있소?”

    “당연하지요.” 저스틴이 말했다. "모든 철학은 로마로 통합니다.” 마르코스가 더했다.

    아우린쿠스가 계속했다. “앞서 말한 대로 어머님께서 바다로 나를 보내셨소. 열네 살 때 나를 해적으로 만들어버렸지. 그 전에 나의 삼촌은 글을 가르쳐 주었고 플라톤의 책들과 신화를 가르쳐주며 그 분야로 진출하기를 희망하셨소. 하지만 어머님께서는 돈벌이가 되는 직업을 가지길 원하셨고 나는 억지로 바다로 끌려가 빈손으로 돌아올 수 없었소. 그래서 나는 해적이 되었지만 이 직업을 몹시 싫어하오. 왜 그런지는 이미 알고 있소. 나는 폭력을 증오하고 피를 보면 기절한다오. 하지만 전에 한번 우리 배가 심하게 파손되어 아테네에서 많은 날을 보내게 되었소. 그때 철학을 배운 것이오. 거기서 그 당시 유명학 키니코스파 철학자인 베리그리누스라는 사람을 만났소. 아주 지혜로운 사람이었지.”

    “저희도 그에 대해서 들어보았습니다.” 저스틴이 조심스럽게 말했다. “변덕이 심한 고대의 바다 신의 이름을 따 베리그리누스 프로테우스라고 불렀던 것 같습니다.”

    “그를 비난하는 사람들이 그렇게 부르고 다닌다오. 다른 욕설들도 했소. 예를 들어 아버지를 죽였다던가 제자들을 부려먹었다던가 말이오. 하지만 터무니없는 말들이오.”

    “몇 년 전에 올림픽 성화에 몸을 던져 목숨을 끊은 사람이 아닙니까?”

    아우린쿠스는 도전을 받은 듯했다. “맞소. 정말 영웅스럽게 최후를 맞이했지! 잠깐 동안 이 자는 기독교 분파에 속해 있다가 죽을 뻔했소. 나중에 그는 디오네게스와 다른 이들의 철학을 받아들여 무차별주의와 단순주의를 가르쳤소. 내가 그 밑에서 공부한 두 주는 생애 최고의 시간이었소. 하지만 어머님께는 한마디도 하지 않았소. 당신들이 말한 것처럼 그는 스스로 목숨을 끊었지. 내가 본 것 중 제일 충격적인 일이었소. 그는 이 세상의 부귀영화를 버리고 오직 진리만을 탐구한 사람이오. 그는 아무것도 소유하지 않고, 아무것도 사랑하지 않으며 두려워하지 않았소. 그는 십자가에 달려 죽은, 사람들이 그리스도라고 하는 소피스트의 말도 인용했지. ‘몸과 영혼을 지옥에 던져서 멸망시킬 수 있는 자를 무서워하지 말라’.고 했다는.”

    “하지만 예수는 그런 말을 하지 않았습니다.” 저스틴이 반박했다. “베레그리누스는 틀렸습니다. 그가 어떤 사본을 가지고 연구를 했는지는 모르겠지만 한 줄을 빼먹었습니다. 원래 예수는 ‘몸은 죽일지라도 영혼은 죽이지 못하는 이를 두려워하지 말고, 영혼도 몸도 둘 다 지옥에 던져서 멸망시킬 수 있는 분을 두려워하여라.’라고 말했습니다.” 순간 저스틴은 자신의 정체를 드러낸 것을 깨달았다. 본능적으로 그는 진리를 변호하고 있었다. 이것은 그를 기쁘게 함과 동시에 긴장되게 했다. 모든 의심과 흥분을 떨치기 위해 그는 계속했다. “우리의 책들을 보셨으니 우리가 무엇을 믿는지 아실 것입니다. 우리는 예수 그리스도가 하나님의 아들인 것을 믿습니다. 우리가 따르는 철학자이며 동시에 신입니다.”

    “십자가에 달린 사람이?” 선장이 흥미를 보이며 말했다. “어떻게 신이 될 수 있소? 베레그리누스도 이 자를 따르다가 키니코스학파가 되었소. 나무에서 매달린 사람이 어떻게 신이 되고 당신들이 말하는 것처럼 온 세상의 구원자가 된단 말이오?”

    “우리가 읽는 유대인의 경전을 보면,” 저스틴이 대답했다. “십자가에 달리는 모든 이는 하나님의 저주를 받는다고 했습니다. 그래서 예수께서 십자가에 매달리셨을 때 그분은 세상의 모든 저주와 죄를 가지고 우리를 하나님께 다시 인도하셨습니다. 이것이 우리가 믿는 것입니다.”

    선장은 잠깐 조용하게 바다를 바라보았다. 잠시 후 그는 이야기를 꺼냈다. “당신들은 힘과 확신이 넘쳐 보이는군. 뭔가가 있는 것 같소. 하지만 나는 그래도 키니코스학을 따라 살겠소. 아무것도 소유하지도, 사랑하지도, 두려워하지 말라고 하는 것 말이오.”

    저스틴은 아우린쿠스의 눈을 보며 당당하게 말했다. “하지만 내 친구여, 당신은 자신의 철학을 따르고 있지 않습니다.”

    “무슨 말이오?” 해적 선장은 약간 화를 내며 말했다.

    “당신은 어머니를 두려워하고 있지 않습니까?” 저스틴이 대답했다.

    배는 바다를 가르며 나아가고 있었다. 저스틴의 도전은 감히 누구도 반박할 수 없을 것 같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