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30장

    의자에는 날씬하고 허약한 사람이 햇빛을 받으며 앉아 있었다. 그의 얼굴은 창백했으며 마치 동화에서 나올만한 엄청난 폭풍을 견뎌낸 주인공 같았다. 그의 몸은 약간 떨렸고 집사의 안내를 받으며 들어온 방문자들을 보자 그는 어렵게 일어섰다.

    “로마에서 온 서기들 저스틴과 마르코스입니다.” 크리스토필로스가 소개했다.

    “만나서 정말 기쁘오. 하나님께서 함께하시길…” 그는 홀쭉하게 마른 손을 내밀며 인사했다. “엘레우테루스는 어떻소?” 대답할 시간도 주지 않은 채 그의 시선은 저스틴에게 쏠렸다. “잠깐, 소테르를 방문했을 때 자네를 본 적이 있는 것 같네. 자네는 우리 회의의 서기였지 않았던가? 우리는 그때 영지주의자들과 부활절, 몬타누스와 여러 주제를 토론했지. 갈리아에서 이레니우스와 보냈던 시간도 기억나는구먼. 그는 내가 본 이들 중 가장 지적인 동시에 친절한 사람이었네. 자네가 그에게 복음을 배웠다는 것은 큰 축복이네.”

    “맞습니다.” 저스틴이 말했다.

    “그리고 자네들이 아테나고라스에게 서신을 전하기 위해 아테네까지 갔다고 들었네.” 질병은 주교의 통찰력을 하나도 건드리지 못한 것 같았다. 그는 로마 제국에 있는 모든 교회들을 너무나도 잘 알고 있었다. “그의 강의를 아주 좋아했지. 특히 하나님을 성스러운 음악가로 표현한 것이 나에게 강한 인상을 심어주었네. 그는 ‘세상이 잘 조율된 악기이고 완벽한 음들을 연주하며 정확한 박자를 지킨다면, 나는 악기를 숭배할 것이 아니라 그 악기를 연주하는 이를 찬미할 것이다’라고 말했지. 이 말에 황제까지도 잠깐 멈춰 생각하게 만들지 않는가!”

    크리스토필로스는 주교를 다시 앉혀 주었다. 그는 계속했다. “우리 집사가 카르타고에서 온 한 엔트리티파 사람이 죽는 바람에 문서를 확보했다고 하네. 이 이상한 내용은 타티안과 연결되어있고 이 아이가 생각하는 것이 맞는 듯싶네. 교회는 큰 도전들에 맞서고 있어. 자네들에게 부탁하겠네. 안디옥으로 가는가?”

    “네, 갑니다.” 저스틴이 말했다. “알렉산드리아로 가는 길에요.”

    “그렇다면 이 편지들과 공관복음서를 거기 주교 데오빌로스에게 전해줄 수 있겠나? 그는 동방교회에서 가장 지혜로운 사람이네. 때로는 나도 그를 잘 이해할 수는 없지만 그를 아주 존경한다네. 그는 공관복음서를 쓰는 것을 반대하지 않지만 동시에 4복음서를 지키려고 애쓰는 사람이라네. 사실 그에게 모든 것을 맡겨도 될 듯싶네. 가끔 그는 타티안을 만나지… 아마 우리 중에서 그와 의사소통을 할 수 있는 유일한 사람일 것일세. 어쨌든 그는 이 일을 책임지고 맡을 걸세. 자네들이 여기를 떠나기 전에 크리스토필로스를 통해 이 상황을 설명하는 서신을 쓰겠네. 또 다른 편지 하나도 전달해 주게.”

    저스틴과 마르코스는 병에 걸린 사람이 이렇게 정확한 판단력을 유지할 수 있는 것에 대해 놀랐다. 저스틴이 대답했다. “그렇게 하겠습니다. 그리고 빨리 회복하시도록 기도하겠습니다.”

    “나를 위해서보다는…” 병든 주교가 말했다. “교회를 위해 기도해주게. 내가 죽으면 주님 곁으로 갈 것이고 하나님께서는 엘레우테루스나 이레니우스 또는 데오빌로스 같은 사람들을 일으켜 세우실 것이네. 아테네의 끔찍한 박해를 통해 쿠아드라투스를 세우셨지. 많은 사람이 그리스도를 떠났지만 이 아테네의 주교는 교회를 다시 세워 지금은 복음의 빛을 여러 곳에 비추는 역할을 하고 있다네. 물론 나를 위해서도 기도해주면 좋겠지만 먼저 교회를 위해 기도해주게.”

    이 말들과 함께 디오니시우스는 잠이 들었다. 서기들은 방을 나갔다. 그들은 방금 엄청난 사람과 대화를 나누었다는 것을 느꼈다. 크리스토필로스가 그들에게 주교가 잘 쉬고 있다는 것을 확인시켜 주었다.

    “정말 훌륭한 분입니다!” 저스틴이 말했다.

    “맞습니다.” 크리스토필로스가 대답했다. “오늘 아침에도 그분이 크노소인들과 피니투스 주교에게 전하실 편지를 받아쓰고 있었습니다. 그쪽 주교는 독신이 성숙한 기독교도의 의무라고 말합니다. 그래서 주교님께서는 대다수 사람은 이런 큰 짐을 지기 어려울 것이라고 쓰셨습니다. 이 편지를 통해 주교님의 지혜가 드러났지요.”

    “그 편지도 우리가 전할까요?” 마르코스가 물었다.

    “고맙습니다만 이미 보냈습니다. 우리 집의 막내 시중꾼이 알렉산드리아로 가는 길에 전하기로 했습니다. 주교님께서는 꼭 그 아이를 보내셔야 했습니다. 나머지 세 명은 알렉산드리아에 다른 볼일이 있어서 가고 싶어 했지요. 무슨 말인지 아실 것입니다.”

    “알 것 같습니다.” 저스틴은 들떠있는 마음을 감추려고 애썼다. 그리고 재빨리 물었다. “피니투스 주교가 다른 주교의 말을 순순히 들을까요? 왠지 그러지 않을 것 같은데…”

     “맞습니다. 싫어할 것입니다. 주교님께서 2년 전 쓰신 편지에 그는 이렇게 답변했습니다. ‘당신의 양이나 돌보고 당신들의 일에나 신경 쓰시오.’ 하지만 우리 주교님은제국에서 아주 존경받는 분이십니다. 그는 지혜로우실 뿐만 아니라 사도들이 전했던 복음을 그대로 전하십니다. 그래서 젊은 주교들은 말을 들을 수밖에 없지요. 제 생각으로는 로마의 주교만이 같은 수준의 지혜를 가지고 있지 않을까 싶습니다. 예루살렘에서도 디오니시우스님의 충고를 구합니다. 어쨌든 그분이 오랜 동안 교회를 책임지셨으면 좋겠습니다.”

    저스틴과 마르코스는 크리스토필로스에게 감사의 인사를 전하고 기도와 짧은 예배를 드린 후 거리로 나왔다. 그들은 알비누스와 사비나를 다시 만나 헬리오도루스의 서점에 다시 가 보기로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