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인과 아벨(창세기 4:1~12, 요한일서 3:11~12) 290장

하나님의 은혜와 평화가 우리 가운데 있기를 바랍니다.

    오늘은 영화나 문학작품에서 많이 등장하는 가인과 아벨의 이야기입니다. 인류 최초의 살인사건, 그것도 존속살해사건이기도 합니다.

    가인이 아벨을 죽이고 방랑자가 되자 하나님에게 내가 쉬지도 못하고 떠돌아다닐 때 나를 만나는 사람마다 나를 죽이려 할 것이라고 말합니다. 사람들이 이 내용에서 이런 질문을 합니다. ‘가인은 최초의 사람 아담의 아들인데, 가인을 죽이려고 한 사람들은 누구인가?’ 그런가 하면 가인이 아내와 동침했다고 할 때는 이런 질문도 합니다. ‘가인의 아내는 어디에서 온 것이냐?’

    성경의 저자들은 우리가 알고 싶은 정보를 다 알려줄 생각은 없었습니다. 그 이유는 저자들이 강조하려고 하는 핵심 포인트가 그것이 아니기 때문입니다. 성경의 저자들은 성경의 내용을 조금이라도 빈틈없이 기록해야겠다는 생각은 없었습니다. 그저 하고 싶은 말만 할 뿐입니다.

    아마도 후대의 우리가 그런 사실을 몹시 궁금해할 줄 알았더라면 어쩌면 기록했을지도 모르겠습니다. 성경에서 어떤 의문점을 만나면 저자들에게는 하나도 궁금하지 않았고. 단지 그들은 그것을 말할 필요가 없어서 기록하지 않았구나 하고 생각하시면 됩니다. 동시에 그런 것들은 우리가 더 사유하면서 진리를 찾아가도록 하나님이 남겨두신 것으로 이해하면 좋을 것입니다.

    저도 가인을 죽이려고 한 사람들이나 가인의 아내가 누구이고 어디에서 온 사람들인지는 모르겠습니다. 단지 가인의 이야기에서는 가인이 동생을 살해하고, 그의 후손들은 죽음의 문화를 만들지만, 그러나 하나님은 구원의 역사를 계속하여 펼쳐가신다는 것만 볼 뿐입니다.

    아담과 하와는 낙원에서 추방되었습니다. 그러나 하나님은 추방한 것으로 끝나지 않고 삶의 여정을 함께 하시려고 그들을 따라나섰습니다.

    ‘낙원에서 쫓겨난 후, 아담과 하와는 아들을 낳았습니다.’ 4장의 시작을 이렇게 말하면 자연스럽잖아요. 그런데 성경은 ‘아담이 자기 아내 하와와 동침하니, 아내가 임신하여, 가인을 낳았다.’ 이렇게 말합니다. 아이를 낳았다고 한다면 당연히 남녀의 동침을 전제로 하는데, 굳이 동침했다는 단어를 쓴 이유는 무엇일까요?

    에덴동산에서 뱀운 하와에게 열매를 먹으면 선과 악을 알게 된다고 했어요. 그때 ‘안다’라는 단어는 두 가지 의미가 있는데, 그 가운데 하나가 남녀가 성행위를 통하여 서로를 안다는 의미가 있다고 말씀드렸죠? 그래서 선악과를 따먹은 결과로 알게 된 것이 바로 남녀의 동침이라는 것을 말하려고 한 것 같습니다.

    그들은 아들을 낳고 그 이름을 가인이라고 했습니다. 그리고 이어서 동생 아벨을 낳았습니다. 아벨은 양치기가 되고, 가인은 농사꾼이 되었습니다.

    시간이 꽤 흐른 어느 날, 두 형제는 하나님께 제사를 지냅니다. 가인은 땅에서 거둔 곡식을 제물로 바쳤고, 아벨은 양의 첫 새끼들 가운데서 기름덩이를 바쳤습니다. 그런데 성경은 하나님은 아벨과 그의 제물은 받으셨으나 가인과 그의 제물은 받지 않으셨다고 말합니다.

    하나님은 왜 그러셨을까 궁금합니다. 여러 해석을 할 수 있는데, 아벨은 귀한 것을 제물로 드렸고, 가인은 시시한 것을 제물로 드렸기 때문이라고 말하는 이들이 있습니다. 아벨은 양을 잡아 피의 제물을 드렸는데 가인은 피가 없는 곡식으로 드렸기 때문이라고 말하는 이들도 있습니다. 아벨은 인격과 성품이 바른 사람이었고, 가인은 못된 사람이었기 때문이라고 말하는 이들도 있습니다. 농경문화와 유목문화의 갈등으로 해석하는 이들도 있습니다. 다들 나름대로 일리는 있지만, 성경은 정확한 이유를 말하지 않습니다. 히브리서에서는 아벨은 믿음으로 가인보다 더 나은 제물을 드렸다고 하는데, 그 믿음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명확한 설명도 없습니다.

    문제는 제사를 지낸 후에 일어났습니다. 하나님께서 가인의 제사는 받지 않고 아벨의 제사는 받으셨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가인은 하나님께서 제사를 받지 않으셨다는 것을 어떻게 알았을까요?

    제가 아내에게 가인은 자기의 제사를 하나님이 받지 않으신 것을 어떻게 알았을까 하고 물어보았습니다. 아내는 하늘에서 불이 내려와 제물을 불사르면 받으신 것이고, 그렇지 않으면 받지 않으신 것이 아닐까 하고 대답하더군요. 예언자 엘리야 때에 그런 적이 있었으니 그렇게 생각할 수도 있을 것입니다. 여러분도 비슷한 생각일 수 있을 것입니다.

    그러나 그 모습은 일반적이지 않기에 저는 좀 다른 상상을 했습니다. 물론 이 생각도 성경에서 말하고 있지 않으니까 어디까지나 저의 추측일 뿐입니다. 추측이라는 말은 절대적으로 옳다고 주장하지는 않으면서 나중에 곤란할 때는 뒤로 살짝 빠질 수 있어서 꽤 괜찮은 표현 같습니다.

    그건 그렇고, 가인은 어떻게 자기의 제사가 드려지지 않았다는 것을 알았을까? 고대인들은 신에게 드린 제사가 받아들여지는지 아닌지는 결과를 보고 판단했습니다. 제사를 지냈는데 그해 농사가 잘되거나 목축이 잘되면 내가 드린 제사를 신이 받으셨다고 믿는 것입니다. 바다를 항해하는 선원들은 인당수에서 바다의 신 용왕에게 효녀 심청이를 바쳤습니다. 그 후에 항해가 순조로우면 용왕신이 그 제물을 받았다고 믿는 것과 같습니다. 고대까지 갈 것도 없습니다. 지금도 돼지머리를 올려놓고 고사를 지냈더니 사업이 잘되면 신이 그 제사를 받았다고 믿고, 사업이 안 되면 제사가 부정 타거나 해서 신이 받지 않았다고 믿는 것입니다.

    가인과 아벨이 제사를 지냈는데, 가인의 농사는 흉년인데, 아벨의 목축은 잘 되는 거예요. 가인이 그것을 보며 하나님은 자기가 드린 제사를 받지 않으시고 아벨의 제사는 받으셨다고 충분히 상상해볼 수 있습니다. 그러면서 가인은 크게 화를 내고 안색은 변하며 몸은 부들부들 떨었습니다.

    그런데 풍년이냐 아니냐에 따라 분노하게 된다면 가인의 내면 밑바닥에는 물질에 대한 탐욕이 자리 잡고 있다는 것입니다. 그렇게 볼 수 있는 이유는 가인은 도대체 왜 제사를 지냈을까 하고 생각해보면 더 잘 이해가 됩니다. 부모가 제사를 지내라고 한 것도 아닌데, 그들은 왜 제사를 지냈을까요? 제사를 지내는 이유는 신으로부터 무엇인가를 얻으려고 하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얻은 것이 없으니 화가 났습니다.

    우리도 예배에서 무엇인가 얻는 것이 있으니까 예배드리지요. “목사님, 나는 얻는 것이 없어도 하나님께 받은 은혜에 감사해서 예배드려요.” 그렇게 말하는 사람도 있을 거예요. 그런데 그런 말도 사실은 받은 은혜가 있었다는 것을 전제로 하는 말입니다. 그러므로 우리의 예배 또한 신으로부터 받은 것이 있거나 아니면 기대하는 것이 있기에 드리게 됩니다.

    탐욕이 있으니까 제사가 허탕이구나 생각할 때 분노가 치밀어오릅니다. 탐욕이 있으니까 동생과 비교하게 됩니다. 그러면서 하나님은 내 제사는 받지 않고 아벨의 제사만 받았다는 생각이 들게 되고, 하나님도 밉지만, 동생도 미워지는 거예요.

    가인이 치밀어오르는 분노에 사로잡히자 하나님이 찾아오셔서 말씀하십니다. “너 왜 그렇게 열 받는 거냐? 네가 올바른 일을 하지 못했으면서 왜 성질을 부리는 거야?” 말투를 보면 가인 이상으로 하나님도 열을 받으시는 것 같습니다.

    하나님은 가인이 올바른 일을 하지 못했다고 하시는데, 이 말은 제사를 잘못 드렸다는 말로 들리기도 하고, 평소 가인의 행동이 바르지 못하다는 말 같기도 합니다. 우리는 두 가지 의미를 다 받아들여도 될 것 같습니다. 하나님은 가인이 바친 제물은 반기지 않으셨다고 하지 않고 ‘가인과 그가 바친 제물은’ 반기지 않으셨다고 하기 때문입니다. 그러니까 가인의 삶이 하나님 마음에 들지 않더라는 것입니다.

    성경은 여러 곳에서 정의가 사라지고 공평하게 행하지 않은 이들이 드리는 제사를 하나님은 역겨워하신다고 말합니다. “나는, 너희가 벌이는 절기 행사들이 싫다. 역겹다. 너희가 성회로 모여도 도무지 기쁘지 않다. 너희가 나에게 번제물이나 곡식 제물을 바친다 해도, 내가 그 제물을 받지 않겠다. 너희가 화목제로 바치는 살진 짐승도 거들떠보지 않겠다. 시끄러운 너의 노랫소리를 나의 앞에서 집어치워라! 너의 거문고 소리도 나는 듣지 않겠다. 너희는, 다만 공의가 물처럼 흐르게 하고, 정의가 마르지 않는 강처럼 흐르게 하여라.(암 5:21-24)

    일상의 삶을 바르게 살면서 드리는 예배를 하나님은 받으십니다. 어떤 기독교인이 운영하는 회사는 매일 아침 하나님께 예배드리고 회사 일을 시작합니다. 그런데 하나님께 예배드리기 위해서 8:30에 출근해야 합니다. 예배가 없으면 9:00까지 출근할 텐데 말이지요. 직원들을 그렇게 다루는 사장이 드리는 예배를 하나님은 과연 기뻐하실까요?

    법을 시행하는 데 힘이 있는 사람에게는 관대하고 힘이 없는 사람에게는 엄격한 사회라면, 그리고 그런 정치와 그런 사회를 지지하면서 예배드린다면 하나님은 그런 예배를 받으실까요?

    가인의 분노를 지적하신 하나님은 바로 이어서 경고하십니다. “네가 행동을 잘하지 못했기에 죄가 너에게 들어오려고 널 노리고 있다. 너에게로 죄의 욕구가 향하고 있더라도, 넌 그것을 이겨 내야 해.”

    에덴동산에서도 하나님은 선악과를 먹는 날에는 네가 죽는다고 하시면서 경고를 먼저 하셨습니다. 가인에게도 먼저 경고하십니다. 하나님께서 어떤 징계를 하실 때는 반드시 경고를 먼저 하십니다.

    하인리히라는 미국 사람이 있었습니다. 그는 보험회사에서 어떤 손실이 발생하면 그것을 조사하는 그런 일을 했는데, 그러다 보니 수많은 사고를 조사하면서 발견한 법칙이 하나 있었습니다.

    대형 사고 하나가 발생할 때는 반드시 같은 원인으로 발생한 작은 사고가 29번은 일어난다는 것입니다. 그리고 그것을 경고하는 징후들이 300번은 먼저 있었다는 것입니다. 그래서 이것을 그의 이름을 따라 하인리히 법칙이라고 하고, 1:29:300의 법칙이라고도 합니다. 29번 혹은 300번은 아니더라도 하나님께서 사람을 다루실 때도 먼저 경고하고 또 경고하십니다.

    그분은 우리가 잘못할 때 아무런 경고 없이 바로 우리를 책망하시는 분이 아닙니다. 처음에는 초콜릿과 사탕으로 우리를 달래고, 그래도 무시하고 계속 나가면 경고를 보냅니다. 그래도 고치지 않으면 따귀를 갈기시는 분입니다. 지혜로운 사람은 초콜릿과 사탕을 주실 때 알아서 행동합니다. 덜 지혜로운 사람은 경고하실 때 눈치챕니다. 무식하고 고집 센 사람은 따귀를 맞을 때도 눈치를 채지 못합니다.

    하나님은 직접 찾아오셔서 경고하셨는데 가인은 그것을 무시했습니다. 그리고 자기 아우 아벨에게 아무도 볼 사람이 없는 들판으로 나가자고 했습니다. CCTV가 없는 사각지대로 유인하여 그곳에서 가인은 아벨을 때려죽였습니다.

    하나님께서 가인에게 물으셨습니다. “너의 아우 아벨은 어디 있느냐?” 가인이 대답했어요. “몰라요. 제가 뭐 아우를 지키는 사람인가요?” 오히려 하나님께 따지듯이 묻습니다. 하나님은 몰라서 물으신 것이 아니라, 가인에게 회개할 기회를 주신 것입니다. 그러나 가인은 회개하지 않았습니다.

    사도 요한은 우리가 서로 사랑해야 한다는 것을 강조하면서 가인과 같은 사람이 되지 말아야 한다고 말합니다. 그래서일까요? 오늘 창세기의 본문은 아벨을 말할 때 ‘네 아우’라는 말을 유독 많이 사용합니다. 제가 세보니 열두 구절 안에 무려 일곱 번이나 ‘아우’라는 말을 사용합니다. 아우를 매우 강조합니다.     창세기의 저자와 사도 요한과 하나로 이어집니다. 우리가 눈에 보이는 형제나 교우들을 사랑하지 못한 삶을 살면서 드리는 예배라면 하나님이 기뻐하시지 않는다는 것이지요.

    아우를 모른다고 딱 잡아떼는 가인에게 하나님께서 말씀하셨습니다. “네가 무슨 일을 저질렀느냐? 너의 아우의 피가 땅에서 나에게 울부짖는다. 이제 네가 땅에서 저주를 받을 것이다. 땅이 그 입을 벌려서, 너의 아우의 피를 너의 손에서 받아 마셨다. 네가 밭을 갈아도, 땅이 이제는 너에게 효력을 더 나타내지 않을 것이다. 너는 이 땅 위에서 쉬지도 못하고, 떠돌아다니게 될 것이다.”

    가인은 농사꾼입니다. 그런데 농사꾼이 농사를 짓는 땅으로부터 저주를 받는다면 어떻게 되겠어요. 망하는 것입니다. 그리고 농사를 지을 수 없으니 이리저리 떠돌아다녀야 합니다.

    아담이 죄를 지은 후 하나님은 네가 땀을 흘리고 수고해야 땅에서 나는 것을 먹을 수 있다고 하셨습니다. 그러나 가인에게는 땅을 갈고 농사를 지어도 제대로 거두지 못할 것이라고 하셨어요. 아담보다 더욱 심한 형벌이 주어진 것입니다.

    우리도 수고한 대로 거두지 못할 때가 많습니다. 사업이든지 학업이든지 노력한 만큼의 결과만 나와도 좋은데, 그렇지 못할 때가 많습니다. 학생들은 수업 시간에 배웠어도 막상 시험을 볼 때는 기억이 나지 않은 것들도 많잖아요. 그래서 시험 보기 전에 우리는 이런 기도를 드릴 필요가 있습니다. ‘하나님, 배웠던 것들은 모두 기억나게 해주십시오.’

    헤르만 헤세는 소설 <데미안>에서 가인과 아벨의 이야기를 하면서, 모든 사람 안에는 가인과 같은 면이 있고 아벨과 같은 면이 있다는 것을 암시하고 있습니다. 사실 그렇습니다. 우리 내면에는 어두운 면도 있고 밝은 면도 있습니다. 우리는 돈에 대한 욕심이 있습니다. 저도 누가 돈을 주면 기분이 참 좋습니다. 그런가 하면 우리는 어려운 사람을 도와주면서도 그가 나만큼 혹은 나보다 더 잘살게 되는 것것까지는 원하지는 않습니다. 나보다 남이 잘되는 것을 별로 유쾌하게 여기지 않기 때문입니다. 가끔 재벌 가문의 형제들이 서로 재산 때문에 싸운다는 뉴스를 들으면 그렇게 많이 갖고 있으면서도 더 갖겠다고 욕심을 부리는 모습이 이해되지 않습니다. 그러나 그것은 그들만이 아니라 우리 모든 사람의 본성이기도 합니다.

    우리 안에는 가인도 있고 아벨도 있습니다. 하나님이 우리를 선하게 창조하셨기에 우리 안에는 선이 있습니다. 그런데 우리가 악을 선택했기에 악도 있습니다. 단지 내가 누구를 더 응원하느냐에 따라 때로는 선이 이기고 때로는 악이 이길 뿐입니다.

    탐욕과 분노로 가득한 가인이 죄 없는 아벨을 죽인 것처럼, 우리 내면에 있는 가인이 예수님을 죽였습니다. 그래서 팀 켈러 목사님은 이렇게 말합니다. ‘가장 마지막의 아벨, 궁극적 믿음의 사람, 유일하게 참되며 문자 그대로 무죄인 사람이 이 세상에 오셨고, 우리는 모두 가인이 되어 그를 죽였습니다. 그러나 이것은 우연한 사건이 아니었습니다. 이분은 우리 가인들이 받아 마땅한 저주를 감당하는 대속제물이 되기 위해 세상에 오셨던 것입니다.’

    탐욕으로 채워질수록 우리는 가인처럼 살아가게 됩니다. 그러나 세상에 오신 그분은 우리가 가인을 이기도록 도우십니다. 그분의 영이신 성령을 통하여 우리 안에 있는 탐욕과 시기와 질투를 내려놓고 비우도록 도우십니다. 그러면서 우리는 이 땅에서 하늘의 기쁨을 누리며 살게 됩니다. 일상의 삶과 드리는 예배를 하나님께서 늘 기쁘게 받으시기를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