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0908- 342 너 시험을 당해

목마르지 않게 하소서

요한복음 4:5-15

:15 그 여자가 말하였다. 선생님, 그 물을 나에게 주셔서, 내가 목마르지도 않고 또 물을 길으러 여기까지 나오지도 않게 해주십시오.

여는 말

새로운 시작 9월이라는 말이 처음에는 어색했는데 여러 해를 살다 보니 익숙하게 됐습니다. 지난주 월요일 저희 아이들을 학교로 데려다주는데 집 근처 도로가 주차된 차로 가득했습니다. 처음 학교에 가는 아이들과 부모님들이 뒤섞인 까닭이었습니다. 예쁘게 차려입은 아이들의 손엔 꽃이 가득했습니다. 또, 아이들의 손을 잡고 들어가는 부모님들의 환한 얼굴을 보며 새롭게 피는 봄 같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한국의 시작을 생각하면 눈이 펄펄 내리는 추웠던 정월이 먼저 기억나고, 송구영신 예배를 마치고 떡국을 먹던 일도 떠오릅니다. 대학에 가서는 CCC에 가입하며 활동을 했는데 신년 금식 수련회를 가기도 했고, 청년부에서는 함께 모여 기도회, 성경통독대회 등을 가졌던 생각도 납니다. 저도 연말연시를 술로 찌들던 젊은 청춘들과 별반 다르지 않은 미숙한 때도 있었지만, 그래도 새해, 새로운 시작만큼은 하나님과 더 가까워져야겠다는 기특한 생각도 했었습니다.

9월을 맞으며 반년을 정산해볼 때 여전히 부족한 것투성이지만, 다시 새롭게 시작하는 것도 꽤 멋지다는 생각도 듭니다. 다시 심기일전할 수 있는 기회, 잠시 주춤하던 우리의 일상이 하나님께 조율되고 다듬어지는 것도 유익하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무언가 새로운 시작을 준비하며 마주할 때마다 말씀과 기도, 하나님을 찾았다는 것이 내 의지가 아니라 하나님의 은혜라는 생각이 들어 또한 감사한 마음도 듭니다. 또한, 하나님 아니고서는 우리의 마음을 Reset하고 Refresh 시킬 방법이 없기에 하나님께서 그 자리로 나를 이끄셨다는 생각이 듭니다.

사랑하는 여러분! 하나님의 은혜 없이 우리는 새로운 시작도, 새로운 용기도 얻을 수 없습니다. 우리는 성령 하나님의 도우심을 의지할 수밖에 없는 존재입니다. 또 그렇게 지음 받았습니다. 오늘은 성령 하나님의 도우심을 사모하는 우리가 어떻게 주께 더 가까이 설 수 있을까 말씀을 통해 확인해보며 은혜를 나누고자 합니다.

푸는 말

먼저 질문하나 해보겠습니다. 여러분은 성령님이라는 말을 들었을 때 어떤 이미지가 떠오릅니까? 불, 바람, 물, 방망이 등등 성경은 성령 하나님을 표현할 때 이런 이미지를 이야기합니다. 창세기에 보면 성령에 대한 표현이 있습니다. 아담의 코에 처음 생기를 불어넣어 사람이 되었다고 하는데 그 생기가 바로 히브리어로 ‘루아흐’ 바람입니다.

예레미야 23:29 내 말은 맹렬하게 타는 불이다. 바위를 부수는 망치다. 나 주의 말이다.

때론 불같이, 바람같이, 그리고 우리의 상하고 딱딱해진 마음도 부스러뜨리는 방망이같이 성령님은 우리에게 임하십니다. 또한, 에스겔 47장에 성전을 가득 차오르는 물처럼 우리가 거부할 수 없는 성령 하나님의 능력도 경험할 수 있습니다.

이렇듯 성령은 따뜻한 봄바람처럼 우리의 마음에 위로도 주실 수 있고, 우리가 주와 멀어질 때면 불처럼, 방망이처럼 우리의 어긋난 삶도 고칠 수 있다는 것을 알아야 합니다. 이 중에 오늘은 물에 관련된 성령 하나님의 은혜를 보여줍니다.

오늘 본문인 요한복음 4장에는 사마리아 여자와 예수님께서 대화하신 사건이 기록돼 있습니다. 전에 말씀드린 바와 같이 유대와 사마리아는 앗수르의 혼혈정책으로 인해 서로를 혐오했고, 정서적으로도 상당히 멀었습니다. 이런 시대를 살아오던 사마리아에 사는 여인, 더군다나 여러 남자와 함께 살며 이웃들에게도 손가락질 당하던 여인이 유대 사람이었던 예수님을 만났을 때 얼마나 떨리고 위축됐을까요?

6절에 보면 본문의 사건이 일어난 시간을 오정이라고 나옵니다. 요즘 기후가 많이 바뀌었다 할지라도 팔레스타인 지역의 오전 12시는 굉장히 뜨거운 시간이었을 겁니다. 스페인의 시에스타(낮잠시간)는 아니겠지만, 그 지역도 뜨거워 사람들도 많이 없었을 것입니다. 다른 사람이 다 피하는 그 시간, 뙤약볕 아래 아무도 다니지 않는 그 적막한 시간에 남의 눈치를 살피던 어떤 여인이 우물에 나타났습니다. 성경을 읽다 보면 우리는 충분히 그 여인의 마음 상태를 가늠해볼 수 있습니다. 다른 사람의 눈을 피해 겨우 나온 이 여인과 예수님과의 대화는 이후 43절까지 계속됩니다.

요한복음 4:24 하나님은 영이시다. 그러므로 하나님께 예배를 드리는 사람은 영과 진리로 예배를 드려야 한다

이 말씀은 우리에게 굉장히 익숙한 말씀입니다. 그런데 이 말씀이 사마리아 여인과의 대화의 결론에 사용됐다는 것을 아는 이들은 적습니다. 오늘 말씀의 주제는 바로 여기에 있습니다. 왜 예수님이 이 말씀을 하셨는지 그 배경과 이유를 잘 분별할 수 있다면 우리는 어느 때에서도 넘어지지 않고 바로 설 수 있으리라 생각합니다.

오늘도 예수님은 사람들을 만나주십니다. 열심히 하나님을 사랑하는 사람뿐만 아니라, 도무지 예수님을 만나지 못할만한 사람. 한 번도 인격적으로 예수님을 못 만났던 그 사람에게도 예수님은 다가가십니다. 본문의 이 여인은 어쩌면 빵점짜리 인생이었을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예수님은 이런 여인도 만나주셨습니다.

무언가 새롭게 시작해 보려 할 때, 준비가 덜 되고 미흡하고 제대로 된 것이 하나도 없을지라도 주께 나가면 주님은 만나주십니다. 하나님의 관심은 우리의 준비된 상태가 아닙니다. 우리를 긍휼히 여기시는 주님의 마음이 우선이기 때문입니다. 새로운 시작은 우리의 열정으로 준비되는 것이 아니라, 하나님의 긍휼하심으로 주어지는 새로운 선물입니다. 바로 이것이 성령 하나님의 은혜입니다.

이사야 43:19 내가 이제 새 일을 하려고 한다. 이 일이 이미 드러나고 있는데, 너희가 그것을 알지 못하겠느냐? 내가 광야에 길을 내겠으며, 사막에 강을 내겠다.

이 말씀을 받는 우리에게도 주님께서 찾아와주셔서 광야에서 길을 내시고 사막에 강을 내실 줄 믿습니다. 타는 갈증으로 무언인가 해결하고 싶고, 길이 없어 보이는 광야 같은 곳에 서 있을 때 하나님은 그 타는 목줄기에 하늘의 시원함으로, 세상 그 어떤 것으로도 채울 수 없는 강력한 시원함을 주실 줄 믿습니다. 이제 이 여인이 마주한 한계가 무엇인지 그리고 어떻게 극복해가며 은혜에 가까워질 수 있는지 조금 더 말씀 안으로 들어가 보겠습니다.

1. 물 길을 두레박을 걱정

:11a 여자가 말하였다. 선생님, 선생님에게는 두레박도 없고,

먼저 비교해봐야 하는 단어가 하나 있습니다. 7절에 사마리아 여자가 물을 길으러 왔다고 할 때 쓰인 단어는 ‘휘도르’라는 단어로 일반적인 물이었습니다. 그런데 10절에 보면 하나님을 만났을 때 주는 물은 생수라고 되어 있는데 이 단어는 ‘휘도르 존’이라는 단어로 살아있는 물이라고 표현되었습니다. 하나님을 만나면 생수를 얻게 됩니다. 그런데 우리의 관심은 생수에 있지 않고 먼저 결핍된 상황을 본다는 것입니다. 생수가 아니라 두레박이 없다는 말부터 하는 것입니다.

유대인들은 고여 있는 물을 죽은 물, 흐르며 솟아나는 물을 살아있는 물이라고 표현했습니다. 그들의 사고로 표현하면 우리가 쟁여놓았다가 먹는 물은 고여 있는 물, 즉 죽은 물입니다. 만약을 대비해서 내가 비축하고 모아놓은 것들은 어쩌면 죽은 물일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이미 쓸 것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줄어들면 걱정하고 여전히 채워야만 안심이 되는 물입니다. 그런데 이것은 그냥 물, 고여 있는 물, 죽은 물입니다. 예수님은 자신만 겨우 적실 수 있는 물이 아닌 솟아나 영원토록 흐르는 생수를 줄 것이라고 하십니다.

여기에 우리의 문제가 있습니다. 예수님을 만났음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우리는 우리의 문제를 스스로 해결하려 하고, 또 두레박만 보고 있습니다. 그래서 문제가 막혀 있다고 생각하는 것입니다. 사랑하는 여러분, 이것을 단번에 해결하는 사람은 참 드물겠지만, 이것을 해결하지 않고서는 결코 만족함을 얻지 못합니다.

:11 여자가 말하였다. "선생님, 선생님에게는 두레박도 없고, 이 우물은 깊은데, 선생님은 어디에서 생수를 구하신다는 말입니까 (개정) 여자가 이르되 주여 물 길을 그릇도 없고 이 우물은 깊은데 어디서 당신이 그 생수를 얻겠사옵나이까

생수를 얻어야 영원히 목마르지 않을 것을 알지만 여전히 우리는 물 길을 그릇, 두레박이 없다는 것에 얽매여 있습니다. 주님께서 주시는 생수를 기대하기 전, 우리들은 내 그릇, 내가 퍼마실 두레박이 없다는 한계에 두려워하고 염려하고 있습니다. 우리가 먼저 고민하고 담아야 하는 것은 생수를 채워주시겠다는 주님의 약속입니다.

우리가 아무리 능력이 좋아 큰 두레박과 그릇을 준비한들 세상의 것을 다 담아둘 수 있을까요? 세상은 그들이 원하는 스펙을 준비하고, 그들의 필요를 채울 수 있는 그릇이 되고, 나는 이런 일을 할 수 있는 사람이라고 강변하는 데 혈안이 되고 있습니다. 사랑하는 여러분! 우리가 먼저 주목해야 하는 것은 채워주시겠다는 약속의 말씀입니다. 본질보다 우선되는 것은 없습니다.

마태복음 6:26-27 공중의 새를 보아라. 씨를 뿌리지도 않고, 거두지도 않고, 곳간에 모아들이지도 않으나, 너희의 하늘 아버지께서 그것들을 먹이신다. 너희는 새보다 귀하지 아니하냐?/너희 가운데서 누가, 걱정을 해서, 자기 수명을 한 순간인들 늘일 수 있느냐?

공중 나는 새는 먹이를 담아둘 창고를 걱정하지 않습니다. 풀은 내일 무엇을 입을까 염려하지 않습니다. 결혼식을 준비하며 먼저 무엇을 입을까 고민하는 신랑, 신부가 되지 않길 바랍니다. 왜 부부가 되는지, 부부로서 이뤄갈 소망을 고민하는 그리스도의 신부 되길 바랍니다.

새로운 시작, 우리를 넘어지게 하는 고민과 염려로부터 해방되길 바랍니다. 성령 하나님과 동행하며 먼저 우리의 갈급함을 해결할 생수를 사모하게 되길 바랍니다. 이것이 우선입니다. 고여 있는 물이 아닌 우리의 염려를 뚫고 나와 흐르는 생수로 다시는 목마르지 않길 축복합니다.

2. 우물의 깊이를 걱정

:11b 이 우물은 깊은데, 선생님은 어디에서 생수를 구하신다는 말입니까

두레박을 염려했던 것처럼 우리는 또 다른 염려를 합니다. 두레박은 외부적인 궁핍에 대한 염려였다면 우물의 깊이는 내적인 갈등과 염려입니다. 우리는 주님의 약속을 믿는다고 말은 하지만, 내 앞의 우물이 깊다고 먼저 염려합니다.

실질적인 위험보다 더 위험한 것은 두려움입니다. 위험한 상황은 늘 우리의 주변에 넘쳐납니다. 그러나 더 큰 위험은 두려움을 이기지 못하게 하는 공포입니다.

사람 안에서 가장 빨리 자라는 것이 의심과 두려움이고, 가장 늦게 자라는 것이 믿음과 희망입니다. 의심과 두려움은 버려두어도 잘 자라고, 믿음과 희망은 보살피지 않으면 곧 시들어버립니다. 두려움은 누구에게나 있습니다. 그러나 한 사람은 두려움에 사로잡히지만, 다른 한 사람은 두려움을 사로잡게 될 것입니다. 여러분은 어떤 자리에 서시겠습니까?

우물의 깊이는 무엇을 말할까요? 이 여인은 이 우물을 긷기 위해 어떤 수고를 해야 하는지 이미 알고 있습니다. 뙤약볕을 뚫고 큰 두레박을 이고, 또 사막 한가운데 있는 우물의 가장 깊은 곳까지 두레박을 내려야 겨우 얻을 수 있는 물임을 여인을 알고 있습니다.

세상은 이처럼 여인의 수고만큼, 아니 더 큰 수고를 해야 물을 얻을 수 있다고 말합니다. 우리 역시 그것이 당연하다고 믿고 살아왔습니다. 끝없이 경쟁하고, 한 뼘이라도 더 깊이 드리워야 더 많이 얻을 수 있다고 배우며 우리는 살아왔습니다. 물론 주님은 길게 드리워야 하는 수고가 우리에게 필요 없다고 하지 않으십니다. 하지만, 그보다 먼저 영원토록 마르지 않고 목마르지 않게 하는 생수를 얻으라고 말씀하십니다. 깊은 우물 때문에 생수를 포기하지 않길 바랍니다.

여러분에게 그 우물의 깊이는 얼마나 됩니까? 우리는 생수의 위대함보다 먼저 이 깊이로 인해 마음이 녹아내리고 있습니다. 두려움은 끝없이 나를 합리화하고 남을 비난합니다. 주님보다 앞서는 것은 없습니다.

오직 사랑만이 두려움을 내쫓습니다. 주님의 약속을 힘껏 붙들 때만 우리는 우물의 깊이를 넘어선 약속을 붙잡게 될 것입니다. 용감한 사람이란 두려워하지 않는 사람이 아니라 두렵지만, 그 두려움보다 더 큰 이유 때문에 행동하는 사람입니다. 우물이 깊으면 물을 얻기 힘들 수는 있겠지만, 더 시원한 물을 길어 목마름이 해결된다는 것을 잊지 않길 바랍니다.

3. 야곱보다 위대한 분은 없다.

:12 선생님이 우리 조상 야곱보다 더 위대하신 분이라는 말입니까? 그는 우리에게 이 우물을 주었고, 그와 그 자녀들과 그 가축까지, 다 이 우물의 물을 마셨습니다

이 말은 무엇을 의미할까요? 내가 지금까지 벌어서 살던 방법이 맞지 않는다는 것입니까? 그런 허무맹랑한 말을 하는 당신은 과연 누구입니까? 이처럼 우리는 혀를 차며 주님께 따지듯 묻고 있습니다. ‘물 길을 두레박도 없이, 이처럼 우물에서 물을 길어 올리겠다고?’ 내가 했던 방식이 틀렸다고?‘ 우리들은 수시로 이렇게 따지듯 살아왔습니다. 주님이 먼저라고 말하지만, 여전히 야곱이 우선이라고, 내가 알던 방식이 먼저라고 말합니다. 여기에 우리의 민낯이 그대로 드러납니다. 여러분은 내가 믿던 진리, 내가 옳게 여기던 그 방식이 여전히 우선입니까?

믿음의 조상 아브라함에서 시작하여 비록 사기꾼이라는 이름으로 시작했지만 천사도 흠모할만한 복된 이름 이스라엘로 바뀐 야곱도 우리에겐 소중합니다. 그러나 그렇게 바꿔주신 하나님보다 위대할 순 없습니다. 사랑하는 여러분, 주 예수보다 귀한 것도, 주 예수보다 먼저인 것도 없습니다. 우리가 이런 고백으로 괴로움 앞에 바로 서게 될 때 우리의 타는 목마름은 자취를 감추게 될 것입니다. 우리의 연약함을 벗고 새로운 시작, 새로운 결단과 다짐으로 시원함을 누리게 되길 축복합니다.

닫는 말

사랑하는 여러분! 우리의 새로운 시작, 매일 새롭게 맞는 아침이 주님과의 동행으로 시작되길 축복합니다. 문제는 그릇이 아닙니다. 문제는 우물의 깊이도 아닙니다. 또 문제는 내 경험과 지식의 한계가 아닙니다. 가장 큰 문제는 염려와 두려움이 우리 주님을 가리는 것입니다.

우리 주님은 우리가 손을 뻗으면 영원히 목마르지 않은 생수가 되어주신다고 말씀하십니다. 넘지 못할 담이라고, 넘지 못할 산이라고 두려워하고 있을 때, 우리를 향해 끊임없이 말씀하시고 다가오십니다. 그 주님을 만나십시오.

물길을 두레박보다, 깊이 파인 우물에서 건져 올릴 실력의 길이보다 더 중요한 것은 주님을 인정하는 마음입니다. 먼저 주님을 인정하고 의지할 때 두려움을 뚫고 생수를 얻게 될 것입니다.

우리들의 새로운 시작은 9월뿐만 아니라 날마다 맞는 아침도 중요합니다. 그 하루가 성실히 모여 한 해가 되고, 정직하고 성실하게 모여진 그 하루하루가 하나님이 기뻐하시는 인생이 됩니다. 여러분의 전 일생이 목마르지 않은 날들이 되길 축복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