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엄한 고요의 시간(계8:1)      황의성 목사

 요한계시록 8장에서는 일곱째 인이 떼어지고 하늘이 반 시간쯤 고요해집니다. 장엄한 침묵의 시간입니다. 세상에 대한 하나님의 심판으로 인한 악의 소멸과 하나님 나라 완성의 모습입니다. 세상의 잡음이 끝나고 하나님의 임재가 주는 고요함입니다. 

 그것은 마치 오케스트라의 화려한 연주가 시작되기 전의 고요입니다. 교회와 우리 개인에게 닥치는 환난과 조롱은 반드시 끝이 나고 장엄한 고요의 시간이 올 것입니다. 그리하여 하나님의 언약은 반드시 성취된다는 것입니다. 

 왜 ‘반 시간쯤 인가요?’ 그것은 하나님의 종말론적 시간의 첫 반 시간을 나타내고 있는 것입니다. 고요함과 잔잔함을 지나서 하나님의 완전한 시간이 차고, 하나님의 계획이 완성될 것임을 보여주는 것입니다. 세상의 고요는 잠시입니다. 궁극적인 고요는 하나님이 주는 영원한 고요입니다. 

 성경에서 고요함은 하나님의 심판과 연관되어 나옵니다. 하박국 2장 20절을 보면, “오직 여호와는 그 성전에 계시니 온 땅은 그 앞에서 잠잠할지니라 하시니라.”라고 말씀하는데, 이것은 곧 임하게 될 바벨론의 침략 전의 잠잠함입니다. 

스가랴 2장 13절에도 말씀하십니다. “모든 육체가 여호와 앞에서 잠잠할 것은 여호와께서 그의 거룩한 처소에서 일어나심이니라 하라 하더라.” 이 잠잠함도 하늘의 법정에서 대제사장 여호수아에 대한 심판을 시작하기 전에 나오는 고요함입니다. 

 구약성경에서 하나님 심판의 무시무시한 공포가 고요함이 전달하려는 메시지입니다. 

일곱째 인을 떼실 때의 고요함은 하나님의 창조 세계인 우주가 파괴되는 최후 심판 곧 여섯째 인의 심판과 연결됩니다. 여섯째 인에서는 우주의 종말이 왔습니다. 그런데 일곱째 인을 떼자 고요함이 임합니다. 우주의 종말이 일어난 후의 장면입니다. 

 결국 고요는 심판 후의 고요, 고요 후의 심판입니다. 이중적인 의미입니다. 그래서 인의 심판 후에 하늘의 고요가 나오고, 고요 후에 일곱 나팔 심판이 나옵니다. 심판 중에 은혜, 은혜 중에 공의의 심판이 하나님의 침묵 속에 담긴 이중적인 의미입니다. 

 성경에는 하나님의 고요한 침묵이 많이 나옵니다. 아브라함은 약속의 아들 이삭을 얻기까지 25년의 하나님의 침묵을 경험했습니다. 모세는 미디안 광야 40년의 하나님의 침묵을 경험했습니다. 욥도 하나님의 궁극적인 계획이 이루어지기까지 수많은 힘겨운 하나님 침묵의 시간을 경험했습니다. 

 결정적인 하나님의 침묵은 십자가의 예수도 겪으셨습니다. “나의 하나님, 어찌하여 나를 버리셨나이까”

 그리스도인도 가끔 하나님의 침묵을 경험합니다. 예상치 못한 고난이나 아픔 속에 하나님이 침묵하시는 것 같은 경험을 합니다. 그러나 하나님의 침묵은 우리를 위한 하나님 일하심의 중단이나 포기가 아닙니다. 하나님의 침묵은 우리를 단련하고 성숙하게 해서 하나님의 일하심에 동참시키기 위한 하나님의 배려의 시간입니다. 

 극심한 박해 가운데 있는 그리스도인에게 장엄한 승리가 주어질 것이니 참고 인내하라는 메시지가 침묵 속에 담긴 하나님의 진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