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50장

    알렉산드리아 교회의 필사실과 로마의 필사실을 비교하는 것은 마치 거대한 공장과 오두막집을 비교하는 것 같았다. 야고보의 안내를 받은 저스틴은 그곳에 들어서자마자 그 규모와 아름다움에 놀랐다. 방은 밝고 넓었고 중앙에는 사본을 읽는 책상이 마련되어 있었다. 중앙에서 한 사람이 사본을 낭독하고 나머지 필사자들이 그것에 따라 사본을 제작하는 방식이었다.

    줄리아나가 일어나 동료들을 소개했다.

    “이 아이는 최근에 들어온 아리스톤이에요. 얘는 타에시온이고요. 매우 아름다운 필체를 가지고 있고 정확성 또한 뛰어나지요. 이 자리는 보통 레오니두스가 맡고 있는데 그는 며칠 전 아들이 태어나 가족과 함께 있어요. 그다음은 제 자리이죠. 그리고 이쪽은 우리의 존경하는 선배 아낙시네메스 자리에요. 이런, 또 책상 밑에서 책을 읽고 있군요.” 줄리아나는 그를 불렀다. “아낙시네메스!”

    “조용!” 책상 밑에서 소리가 들려왔다. 이윽고 추레한 옷을 입은 작은 노인이 나왔다. 그의 머리는 부스스했고 눈썹이 너무 길어 그의 눈이 보이지 않을 정도였다. 그는 필사작업이 시작될 때를 기다리며 호머의 오딧세이를 읽고 있었다.

    “조용히 해 봐...” 아낙시네메스가 속삭였다. 그리고 조금 더 큰 목소리로 그는 말했다. “목마의 이야기를 다시 한번 들어보게.” 그는 갑자기 벌떡 서서 읽었다.

    “이리로 와서 자신을 돌아보라, 나무로 만들어진 말 형상의 건물을 노래하라! 이 건물은 아테나의 도움으로 에피우스가 만들어 일레움을 죽이는 오딧세이의 교활한 작전에 쓰였노라. 이 이야기를 내게 아름답게 들려주면 나는 만인을 향해 신께서 너에게 노래하는 은사를 내렸다고 선포하겠노라!”

    줄리아나를 보며 그는 물었다. “이 손님들은 누군가?”

    “로마 교회에서 온 저스틴과 마르코스에요.” 줄리아나가 자랑스럽게 대답했다.

    “로마라?” 아낙시네메스가 대답했다. “다른 마가복음을 보유하고 있는 곳이군. 그렇군. 줄리아나는 여러분과의 흥미로운 대화에 대해 이야기해주었네. 서로 배울 수 있는 자리가 되었으면 하군.”

    “그렇습니다. 서로의 믿음을 더욱 견고하게 할 계기가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저스틴이 대답했다.

    그때 문을 열고 40대 중반쯤의 한 남자가 들어왔다.

    “오,” 아낙시네메스가 말했다. “이제 카스토르가 왔으니 필사를 시작할 수 있겠군. 자 각자 위치로!”

    카스토르는 중앙에 있는 책상에 앉았다. 아낙시네메스도 자신의 책상에 앉았고 필사를 준비했다. 저스틴과 마르코스는 입구 쪽에 앉아 알렉산드리아 인들이 어떻게 사본을 제작하는지 지켜보기로 했다. 특히 아낙시네메스가 어떤 역할을 할지 궁금했다.

    “우리는 오늘도 요한복음을 계속해서 필사할 것입니다.” 카스토르가 크고 밝은 목소리로 말했다. “우리는 어제 세례 요한이 예수님을 보면서 ‘나는, 이분이 하나님의 선택받은 자라고 증언하였습니다.’에서 마쳤지요.”

    마르코스가 저스틴에게 속삭였다. “우리 사본들은 다 ‘하나님의 아들’이라고 쓰여 있네. 양자론 이단자들이 이 구절을 잡고 늘어질 것 아닌가!”

활기찬 카스토르는 계속했다:

    “또 다음 날 요한이 다시 자기 제자 두 사람과 같이 서 있다가, 예수께서 지나가시는 것을 보고서”

    “잠깐!” 아낙시네메스가 소리쳤다. “이곳에서 ‘또’라는 단어는 수준 높은 헬라어를 구사하는 이들에게 적합하지 않아! 프리니쿠스 또한 같은 생각일 것이네. 만약 지금 제작하는 사본이 교양있는 이들에게 전해질 것이라면 ‘또’라는 단어를 빼야 해!”

    카스토르는 다시 시작했다. “다음날 요한이...”

    아낙시네메스가 다시 끼어들었다: “여기서 이름 전에 나오는 관사를 빼면 더 좋은 문체로 쓸 수 있지. ‘호 요하네스(ho Johannes)'가 아니고 그냥 ‘요하네스(Johannes)'로 표기하란 말이야. 맨날 수준급의 문학작품을 읽고 다니는 자네의 교양있는 친구들에게 줄 비공식적인 사본들에는 이름 전의 관사를 빼는 게 나아! 호머도 호 오딧세이라고 하지 않고 오딧세이라고 하지. 플라톤 또한 마찬가지이고. 심지어 알렉산드리아에서 번역된 모세 오경에도 관사를 붙이지 않았어!”

    줄리아나가 말했다. “하지만 데모스테네스의 필리픽(데모스테네스가 필리포스 왕을 맹렬하게 비난하는 연설 중 하나)에서도 관사들이 나오지 않나요?”

    침묵이 흘렀고 저스틴은 감히 스승에 맞서는 이 여자에 대한 경외감이 생겼다. 마르코스가 말했다. “놀랍군.”

    “그렇긴 하지.” 아낙시네메스가 아직도 그의 갈대 펜을 씹으면서 중얼거렸다. “그래서 어쩌란 말인가?”

    줄리아나가 대답했다. “그냥 어떤 사본들은 관사를 포함한단 말이죠. 도대체 어떻게 해야 하는지 모르겠다는 말이에요.”

    필사는 계속되었다. 저스틴은 점점 불편해졌고 마르코스는 그가 외우고 있는 요한복음서와의 차이점들을 필기해 나갔다.

    카스토르가 이어갔다: “다음날 요한이... 자기 제자 두 사람과... 같이 서 있다가... 예수께서 지나가시는 것을 보고서... 보아라, 하나님의 어린 양이다...”

    그는 아낙시네메스가 이 문장을 마치게 해 준 것에 대해 안도의 한숨을 쉬었다. 마르코스가 속삭였다: “이 세상의 죄를 용서한 하나님의 어린양이다.”

    “그가 가진 두 제자가 그의 말을 듣고 예수를 따라가거늘...” 카스토르는 계속했지만 이때도 아낙시네메스가 끼어들었다.

    “‘그의 두 제자’로 바꾸면 더 낫지 않겠나?”

    카스토르가 다시 시작했다. “예수께서 돌아서서, 그들이 따라오는 것을 보시고 물으셨다. "너희는 무엇을 찾고 있느냐?" 그들은 "랍비님, 어디에 묵고 계십니까?" 하고 말하였다. ('랍비'는 '선생님'이라는 말이다.)”

    알렉산드리아 교회의 문장가는 아무 지적도 하지 않았다.

    “예수께서 그들에게 대답하셨다. ‘와서 보아라.’ 그러므로 그들이 따라가서”

    “그러므로?” 아낙시네메스가 말했다. “빼버려! 그래야 훨씬 문장이 자연스러워진단 말이야!”

    거의 모든 문장마다 지적이 들어왔고 필사자들은 학자의 말에 따라 성실하게 사본을 더 나은 문체로 베꼈다. 마르코스는 저스틴이 혼란스러워하는 것을 알 수 있었다. 그의 친구야말로 복음서의 문장을 있는 그대로 지키는 것에 일생을 바친 사람 아닌가!

    필사는 거의 두 시간이나 이어졌고 간식이 나왔다. 필사자들은 주로 넥타를 마셨지만 다른 음료도 있었다. 그들은 서로 필사 방법에 대해 이야기했다. 알렉산드리아인들이 로마 서기들에게 많은 질문을 던졌다. 하지만 로마인들도 가만히 있지 않았다.

    “이 사본들이 개인에게 전달될 것이라고 했지요?” 저스틴이 줄리아나에게 물었다.

    “아, 네. 우리 각자 요한복음을 헬라인 친구들을 위해 만들고 있어요. 당연히 공적인 예배 장소에서 쓰이는 문서를 만들 때 문체를 변경하지는 않죠. 그때는 당신처럼 단어 하나하나를 똑같이 베껴요.”

    “당신의 사본은 누구에게로 가죠?”

    “폴룩스라는 사람이에요.” 그녀가 대답했다. “그는 우리 옥시린코스에 살고 있죠. 책을 읽고 토론하는 우리 모임의 일원이에요. 어떤 사람들은 문학작품을 좋아하고 폴룩스처럼 어떤 이들은 학자들이죠. 이집트에 더 있을 거라면 옥시린코스에 꼭 와보세요. 다음 주에 저도 거기로 가 몇 주 동안 머무를 겁니다. 꼭 와요. 야고보가 마차를 끌고 데려올 수 있어요. 아니면 제 친구 중 한 명이 배가 있으니 그것을 타도 괜찮아요. 정말이에요, 옥시린코스는 너무 좋은 곳이에요!”

    저스틴은 줄리아나의 말을 듣고 안심했다. 사본의 문체를 변경하는 작업이 개인적인 용도로 인하였다는 것을 안 그는 마음을 놓았다. 하지만 나중의 세대가 이 사본들에 권위를 부여하면 어떻게 될까? 교회 안에서 이것을 막는 길은 사실 없었다. 하지만 지금은 줄리아나가 그를 자신의 고향으로 초대해 준 것에 대해 기분이 매우 좋았다.

    “아 참, 저스틴.” 줄리아나가 조용히 말했다. “아낙시네메스랑 이야기할 때는 제 사본이 폴룩스에 주어질 것이라는 말은 하지 말아요. 이 폴룩스라는 학자는 아낙시네메스의 스승이었던 프리니쿠스와 라이벌 관계이죠. 아낙시네메스는 그의 스승을 무척이나 존경하고 있어요.”

    “그렇군요.” 저스틴이 대답했다. “마르코스와 저는 옥시린코스에 꼭 가겠습니다. 아마 다음 주면 출발할 준비가 되지 않을까 싶은데요. 초대해주어서 고마워요.”

    저스틴과 마르코스는 저녁이 돼서야 알렉산드리아 필사실을 나섰다. 클레멘트의 집으로 가는 중 마르코스가 말했다.

    “자네는 거기서 무척 힘들었을 것 같군.”

    “힘든 점들도 있었지만 좋았던 일도 있었네.” 저스틴이 대답했다. “줄리아나가 우리를 옥시린코스로 초대해 준 것과 우리와의 관계를 더욱 깊게 가지기를 원한다는 것에 대해 매우 기분이 좋았네. 하지만 필사에 있어서는, 마르코스, 트로이 목마가 우리 앞에 놓여 있는 기분이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