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49장

    판테우스는 강의를 시작했다. 교실은 사람들로 가득차 있었다. 저스틴이 들어서자 마르코스가 자리 하나를 확보해 놓은 것을 보았다. 많은 사람을 비집고 들어가서야 그는 앉을 수 있었다. 학생들을 선생의 성서의 영적 해석에 대한 강의를 열심히 들었다. 판테우스는 성서 모든 곳에서 그리스도를 가리키는 부분을 찾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저스틴 옆에 서 있는 사람이 그에게 속삭였다. “훌륭하군요!”

    “그렇습니다” 저스틴이 재빨리 대답했다. 그는 한 마디도 놓치고 싶지 않았다.

    자리를 아직도 찾지 못한 이 낯선 사람이 이어서 말했다. “그는 매우 권위 있게 말하는군요. 필사자들이 강의하는 것과는 비교도 할 수 없습니다.”

    속상한 저스틴은 속으로 투덜거렸다. ‘영적 해석을 듣는다는 게 겨우 이런 건가?’ 그때 그 남자는 마침내 자리를 찾은 듯 강의실 뒤로 갔다. 저스틴을 비롯한 모든 학생의 집중을 사로잡은 선생은 강의를 계속했다:

    “시편 19편에 우리는 예수 그리스도를 가리키는 가장 아름다운 표현을 발견합니다. ‘해에게는, 하나님께서 하늘에 장막을 쳐 주시니, 해는 신방에서 나오는 신랑처럼 기뻐하고, 제 길을 달리는 용사처럼 즐거워한다.’ 우리는 이 말씀을 보면서 이것이 참된 예언이라는 것을 볼 수 있습니다, 왜냐하면 이것은 영원에 걸친 예언이기 때문입니다. 따라서 우리는 창조와 낙원의 역사 속에서 그리스도와 그분의 교회가 미리 예시되는 것을 알 수가 있다는 것입니다!”

    강의실 안에 모든 사람이 그랬듯이 저스틴은 모든 곳에서 그리스도를 가리키는 시편의 놀라움에 감탄했다. 하지만 그는 집중할 수 없었다. 방금 로다를 보지 않았는가? 이것은 줄리아나가 이 근처 어딘가에 있었다는 이야기였고, 심지어 이 강의실 속에도 있을 가능성이 있었다! 약 20명의 남자와 10명의 여자로 구성된 강의실을 훑어보며 저스틴은 한 사람 한 사람을 조심스럽게 주목했다. 역시 아름다운 머릿결과 밝은 갈색 눈빛의 그녀는 거기 있었다. 숨을 돌리기도 전에 판테우스는 휴식시간을 주었다. 학생들이 정원으로 우르르 몰려나가며 저스틴과 줄리아나는 눈이 마주쳤다.

    “줄리아나!”

    “저스틴, 주님의 이름으로 알렉산드리아에 온 것을 환영해요. 클레멘트에게 마르코스와 같이 도착했다고 들었어요. 해적들에게 잡혔다면서요?” 그녀는 걱정스러운 어조로 말했다.

    그 순간 저스틴은 이야기를 과장하여 영웅다운 모험담을 만들고 싶은 충동을 느꼈다. 하지만 아마 그녀가 에베소에서 마르코스에게 자초지종을 이미 들었을 것이라는 생각이 들자 그는 멈추었다. 어쨌든 철학자로 돌변한 해적 선장의 이야기가 그 어떤 해적 모험담보다 더 재미있을 것 같았다.

    “해적들에게 잡혔지요, 하지만 하나님께서 우리를 구해주셨고 우리를 잡은 선장이 알고 보니 키니코스 파 철학자이더군요. 그가 우리를 여기 데려다주었고 조만간 우리와 함께할 것 같습니다. 줄리아나, 당신은 해적을 만나본 경험이 있습니까?”

    “네, 한 번 만난 적이 있어요. 흉한 살인자들이 우리 아버지의 배를 점령하려고 공격한 적이 있었죠. 하지만 우리는 잘 무장되어 있었기 때문에 그들을 막아냈죠. 그 이후로 해적들은 알렉산드리아의 데메트리우스가 탄 배는 건드리지 않아요.”

    “삼촌 아그리푸스 주교님 일은 참 안타깝게 되었습니다.” 더는 나눌 모험담이 없는 저스틴이 계속했다.

    “생명의 면류관을 얻으셨죠.” 줄리아나가 대답했다. “보고 싶겠지만 하나님께서 충성스러운 줄리안을 세우셨어요. 또한 이 학교와 필사실을 전폭적으로 지지할 거라는 이야기도 들었어요.”

    “언제 이곳의 유명한 필사실에 가볼 수 있습니까?” 저스틴이 물었다.

    “원한다면 오늘 오후에 올 수 있어요. 우리가 하는 일들과 또 여기 필사자들을 소개하는 것은 영광이에요. 또 아낙시네메스도 오늘 그곳으로 온다고 하더군요!”

    “아낙시네메스!” 저스틴이 기대하는 듯이 외쳤다. 이 알렉산드리아의 괴짜 학자를 만나 그의 철학과 그의 방식을 옆에서 지켜본다는 것은 무척 특별한 일이 될 것 같았다. 저스틴에겐 흥분되는 일이었다.

    “논쟁을 좋아합니까?” 그가 물었다.

    “우리가 토론했던 도전적인 주제들에 대해 씨름하는 것을 즐길 것 같아요. 우리가 로마에서 가졌던 대화에 관해 이야기해주었는데 매우 주의 깊게 듣더군요. 당신이 알렉산드리아에 온다는 사실에 매우 흥미를 보였어요.” 그때 줄리아나는 옆에 지나가던 판테우스를 붙잡았다. “선생님,” 그녀가 불렀다.

    “오 줄리아나, 알렉산드리아로 돌아왔구나. 삼촌 일은 슬프지만, 그리스도와 함께 계신다는 것이 위안이 되는구나. 아버지는 좀 어떠시니? 여기 오래 있을 거니, 아니면 바로 옥시린쿠스로 돌아가야 하니? 또...”

    줄리아나는 꿀벌처럼 윙윙거리며 소란을 떠는 판테우스를 가로막았다.

    “선생님, 이 사람들은 저스틴과 마르코스에요. 로마 교회의 서기들이고 엘레우테루스 주교님의 심부름을 받아 왔지요.”

    “여러분이 저스틴과 마르코스군요. 알렉산드리아에 온 것을 환영합니다. 클레멘트는 매우 잘해줄 겁니다. 여러분이 줄리아나를 만난 것은 매우 잘된 일이군요.”

    “우리는 로마에서 만났습니다.” 저스틴이 대답했다. “시편 해석에 참 많은 감동을 받았습니다. 영감으로 쓰인 성서가 철저히 그리스도 중심으로 쓰여 있다는 것을 매우 잘 말씀해주셨습니다.”

    “저스틴,” 판테우스가 대답했다. “사실 늘 이렇게 생각하진 않았습니다. 인도로 복음을 전하러 갔을 때부터였던 것 같군요. 난 거기서 히브리 마태복음을 가지고 있던 기독교도들을 만났습니다. 바돌로메 사도의 뒤를 이어 거기서 복음을 전하고 있었지요. 그들은 주로 창세기, 출애굽기 그리고 시편을 중심으로 복음을 전했는데 유대인의 경전 모든 곳에서 그리스도를 발견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었습니다. 나 또한 그렇게 해보리라고 결심했지요. 여러분들도 찾을 수 있습니다.”

    “순교자 저스틴을 아십니까?” 저스틴이 물었다. “제 아버지는 그와 절친한 사이였습니다. 제 이름도 그의 것을 따온 것이지요.”

    “한 번 만난 적이 있었습니다.” 판테우스가 대답했다. “그의 글들은 나의 성서 해석에 매우 큰 도움을 주었습니다. 특히 유대인 트리포와의 대화에서 저스틴이 성서에서 찾아볼 수 있는 그리스도의 수많은 이름을 나열하는 부분이 제게 큰 감동을 주었지요. 조언하는 천사로 부르기도 하고, 에스겔은 그를 사람이라고 부르며 다니엘은 인자라고 부릅니다. 다윗은 그를 그리스도와 예배를 받기 합당하신 하나님이라고 합니다. 솔로몬을 그를 지혜라고 부릅니다. 모세는 그가 요셉과 유다와 별이라고 했고, 스가랴는 예수를 동쪽으로 묘사합니다. 이사야는 수많은 이름을 붙였습니다: 이스라엘, 지팡이, 꽃, 하나님의 아들, 반석, 초석... 사실 많은 사람이 그분을 반석이라고 부르지요. 이 모든 이름이 그가 오기 전에 생긴 것들입니다. 그는 이미 태어나 고통당하셨고 하늘로 오르셨으며 곧 오실 것입니다. 성서가 우리에게 예수 그리스도에 대해 어떤 표현을 쓰고 있는지 놀랍지 않습니까?”

    그때 종이 울리고 학생들은 다시 자리에 앉았다. 줄리아나는 서기들을 초대했다: “야고보가 오후에 들러서 여러분들을 우리 필사실로 안내할 거에요.”

숙소로 돌아오는 길에 저스틴은 마르코스에게 속삭였다. “오늘 많은 것을 얻었네.”

    마르코스는 속으로 생각했다, ‘이 모든 것이 유익이 되기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