겐그레아 항구에서 저스틴과 마르코스는 에베소로 가는 배를 찾았다. 거기서 그들은 소아시아의 여러 교회로 갈 수 있었다. 그들이 찾은 배는 크고 낡은 ‘나비쿨라리아’라는 상선이었다. 에게해를 무사히 건널 수 있을 것 같았지만 선장과 선원들은 이런 변덕스러운 날씨를 믿지 못했다. 고린도의 상인들을 알지 못했기에 서기들은 어쩔 수 없이 직접 배를 빌려야 했다. 헬리오도루스나 알비누스와 사비나는 육로를 이용하는 상인들이었기에 별 도움이 되지 않았다. 상선은 너무나 낯설고 위험한 배였다. 게다가 넵튠 호의 이아손 선장처럼 뛰어난 선장이 있던 것도 아니었다.
“나는 차라리 눈먼 선장을 믿겠네.” 마르코스가 말했다.
“나도.” 저스틴이 대답했다. “이 배의 이름은 ‘나비쿨라리아’라는 것 같네. 어쨌든 하나님이 지켜주시길 바랄 뿐이네.”
“근데 이건 무슨 냄새인가?” 그는 친구에게 말했다. 썩은 생선 냄새 같은 악취가 풍겨오고 있었다. 속삭이며 그는 말했다. “어쨌든 이 배의 선원들과 선장은 마음에 들지 않네. 휴… 주님이 돌봐주시겠지.”
서기들은 혹시 자기들을 수상하게 생각할 것 같아 말의 주제를 바꾸었다.
“아무튼 알비누스과 사비나에게 정이 든 것 같네.” 마르코스가 말했다.
“나 또한 그렇네!” 저스틴이 대답했다. “어제 정말 놀랍지 않았던가? 자신의 서점을 위해 우리 책들을 탐내던 헬리오도루스가 기독교 서기들과 주교들이 성서를 왜곡한다며 욕을 할 때 말이야. 그때 알비누스가 그도 절반밖에 이해하지 못하는 신앙을 변호했지. 내 생각에 그는 우리 믿음에 매력을 느끼는 것 같네. 사비나도 벌떡 일어서서 그를 지지했고. 물론 베르길 작품들을 인용하면서 말이지. 헬리오도루스는 할 말을 잃고 가만히 있을 수밖에. 알비누스가 그에게 어떤 교회에서 서기가 성서를 왜곡한 증거가 있는지 물어보았을 때 정말 통쾌한 기분이었네. 서점상은 바로 무너졌지. 그는 반쪽 지식으로 우리를 공격하다가 도리어 당했네. 그가 내놓은 주장들은 모두 영지주의자들이 퍼뜨리는 이단의 것일세. 교회 안에서는 절대로 그런 가르침을 듣지 않지. 어쨌든 알비누스가 우리의 신앙을 지켰어. 우리가 로마로 돌아갈 때 그들을 다시 볼 수 있을 것이야. 잘하면 교회 안에서 볼 수도 있겠지.”
“놀랄 일은 아니네.” 마르코스는 바다를 바라보며 말했다. 잠시 후 그들은 육지를 완전히 벗어나고 있었다. 날씨는 맑았고 바람도 별로 불지 않았다. 에베소에 빨리 도착할 것 같았다.
하지만 시간이 갈수록 두 친구는 선원들이 불안하다는 것을 느꼈다. 점점 긴장하는 눈치였다. 선장이 이상한 명령들을 내렸고 뭔가 심상치 않았다. 그때 저스틴은 상황 파악을 했다. 다른 배가 그들을 쫓아오고 있었다.
“해적들인가?” 마르코스가 속삭였다.
“그런 것 같네.”
서기들은 이것이 무엇을 뜻하는지 알았다. 이런 상선에 해적이 들어오면 속수무책으로 당할 것이다. 심지어 사람들이 죽을 수도 있었다. 책들과 편지들 모두 잃게 되었다. 해적선은 엄청난 속도로 상선을 따라잡았고 선원들은 절망감에 빠졌다. 선장은 모든 것을 포기하고 있었다. 2시간 안에 해적들은 이미 배 안으로 들어와 사람들을 협박하고 약탈하기 시작했다. 어떤 해적들은 헬라어로 욕을 했고 또 어떤 이들은 이상한 언어로 지껄였다. 선원 두 명이 죽었다. 배는 순식간에 점령되었다.
그때 해적 선장이 나타났다. 그는 험하게 생기고 검은 수염을 가진 거대한 사람이었다. 그는 갑판 위에 섰다. 그리고 갑자기 기절했다. 그의 부하 두 명이 그를 일으켜 세워 향수 같은 것을 뿌렸다. 선원 중 하나가 그를 찌른 것일까? 아니면 그냥 미끄러진 것일까? 선장이 없는 해적들은 어떻게 할 것인가?
선장이 완전히 깨어나기 전에 포로들은 잡혀갔고 그들의 재물은 약탈당했다. 저스틴의 가방 또한 빼앗겼다. 책을 그의 생명처럼 소중하게 여긴 그는 이제 막 말씀을 외우기 시작했던 터였다. 이제 마르코스의 요한복음서와 함께 책들은 사라졌다. 다른 낯선 사람들과 함께 갇힌 저스틴은 침착함을 잃어갔다. 점점 어지러워지는 그는 마르코스도 같은 것을 겪고 있다는 것을 눈치챘다. 영혼을 진정시키려고 그는 시편을 낭독했다.
“주님이 나의 빛, 나의 구원이신데, 내가 누구를 두려워하랴?
주님이 내 생명의 피난처이신데, 내가 누구를 무서워하랴?”
하지만 이마저도 두려움을 없애주지는 못했다. 포로들은 갑판 위에서 해적들이 큰 소리로 떠드는 것을 들었다. 그때 갑자기 해적 한 명이 나타나 소리를 쳤다. 해적 선장이 마르코스와 저스틴을 데려오라고 한 것이다! 서기들은 공포에 떨었다. 하지만 그들은 순순히 명령을 따라 선장에게 갔다.
“이것들이 너희들 것이냐? 그리고 너희들이 로마에서 온 저스틴과 마르코스냐?” 그가 물었다.
“맞습니다…” 그들은 떨리는 목소리로 대답했다.
“이들을 내 배로 옮겨라! 나와 함께 크레타로 갈 것이다.” 선장은 포로들보다 오히려 부하들에게 더 화를 내는 것 같았다.
두 친구를 선장에게 데려온 선원은 그들을 작은 해적선으로 옮겼다. 그는 서기들을 밑에 가두고 사악한 어조로 말했다. “허튼 수작하지 마라. 선장님께서는 너희 같은 노예들을 좋은 값에 팔아넘기실 것이야.”
서기들은 오랜 시간 동안 침묵을 지켰다. “크레타라…” 저스틴이 말을 꺼냈다. “로마에는 해적들이 다 없어진 줄 알았는데…”
“아닌가 보군.” 마르코스가 대답했다.
저스틴은 조용히 있는 것보다 말을 하는 것이 낫다고 판단했다. “율리우스 가이사가 바로 이 지역에서 해적들에게 잡히지 않았던가? 해적들이 그의 몸값으로 20달란트를 요구했을 때 그는 그냥 웃어버렸지. 그리고 50달란트를 주기로 하고 풀려나자마자 해적들을 잡아들여 십자가에 못 박아 죽여 버렸네. 이것이 전해 내려오는 이야기 아닌가?”
“저스틴, 저스틴…” 마르코스가 지친 목소리로 말했다. “제발 가이사와 못 박힘에 관해선 이야기하지 말게. 차라리 모세와 요셉에 관해서 이야기하세. 요셉은 노예로 팔렸지만 하나님께서 그를 다시 일으켜 세우지 않으셨던가? 그리고 또한 그를 판 형제들을 용서하고 다시 받아들였지 않았나? 우리는 그를 본받아야 하네. 우리에게는 시련과 고통이 하나님께서 의도적으로 좋은 것을 주시려고 하는 것일 수도 있네.”
“하지만 마르코스,” 저스틴이 말했다. “하나님께서 도대체 어떻게 여기서 좋은 것을 주신단 말인가?”
“주님께서 살아계신 이상 그분은 무엇이든 하실 수 있다네.” 마르코스가 조용하나 확신에 찬 목소리로 말했다. “하나님은 모든 것을 그의 선하신 계획을 위해 주관하시지 않는가?”
조금 있다 저스틴이 말했다. “주님, 나의 불신을 용서하여주십시오!”